검찰 수사는 롯데 2인자 고(故) 이인원 부회장의 사망으로 주춤했지만 이번주 오너 일가와 최측근 가신들의 소환 조사에 이어 추석 연휴 직후 드디어 최종 단계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다다를 전망이다.
지난해 6월부터 3개월간 이어진 롯데 수사의 결말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 검찰과 롯데…운명의 3주
경영권 분쟁이 동생 신동빈 회장의 승리로 정리돼가는 듯한 지난 6월 10일. 롯데그룹에 검찰의 전면 압수수색이란 폭탄이 떨어졌다. 검찰은 나흘 뒤 2차 압수수색으로 그룹 전체를 이잡듯이 뒤졌다.
롯데는 삽시간에 쑥대밭이 됐다. 국민에게 약속한 폐쇄적 지배구조 개선 등을 위한 호텔롯데 상장과 굵직한 인수·합병(M&A), 신규투자가 잇따라 무산되면서 경영은 사실상 ‘올스톱’됐다.
검찰은 2달여 동안 ‘비자금 조성’, ‘계열사간 부정거래’, ‘부동산 불법거래’, ‘세무소송 사기’, ‘총수 일가 탈세’ 등 불거진 모든 의혹을 수사해왔다.
총수일가 금고지기로 시작해 주요 계열사 사장과 재무‧회계 임직원까지 전방위로 조사해온 검찰은 마침내 롯데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 3인방을 소환하며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지난달 15일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인 소진세 사장, 25일 운영실장 황각규 사장을 소환 조사한 데 이어 26일에는 롯데 2인자인 정책본부장 이인원 부회장을 부를 예정이었지만 당일 새벽 이 부회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검찰 수사는 뜻밖의 사태에 제동이 걸렸지만 장례가 끝나자마자 “물적 증거가 많이 확보돼 있다"라며 수사를 재개했다.
지난 1일 신동주 전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17시간동안 조사한 데 이어 5일에는 소진세 사장을 피의자로 재조사한다.
이어 황각규 사장 등 주요 계열사 사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재소환 조사와 함께 신격호 총괄회장까지 직접 조사하는 등 이번주 마지막 힘을 쏟아부을 방침이다. 그리고 추셕 연휴 직후 신동빈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결판을 낸다는 게 검찰의 시나리오다.
◇ 3개월 공방의 승자는?
지난 3개월간 벌여온 공방전의 승자는 예측하기 어렵다. 수사 초기 롯데그룹 전체를 헤집어놓은 검찰의 기세로 볼 때 승부는 손쉽게 날 것으로 보였다.
온갖 의혹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지만 수사는 예상보다 길어졌고 수사의 본류인 비자금 조성 혐의를 입증할 확실한 물증이나 진술이 확보됐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비자금의 용처인 정·관계를 강타할 시한폭탄이라던 초기의 소란스러움도 사그라졌다.
“롯데가 미리 수사에 대비해 증거인멸을 했다”, “일본 계열사들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는 푸념만 흘러나왔다.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는 많지만 이를 비자금과 연결하고 흐름을 꿰어줄 롯데 내부자의 진술은 확보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대를 걸었던 이인원 부회장도 유서를 통해 “롯데 비자금은 없다”는 말만 남기고 영원히 입을 닫았다.
롯데건설의 500억원 비자금, 신격호 총괄회장의 증여세 탈세 의혹 등에 대해선 단서를 잡았지만 문제는 최종 목표인 신동빈 회장과의 연결 고리다.
법조계 일각에선 이인원 부회장의 죽음으로 검찰이 수사 막바지 최대 암초에 부딪혔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찰은 충분한 물증을 확보했다지만 일종의 출구전략으로 보인다”며 “2대에 걸친 가신 이인원 부회장의 죽음으로 검찰은 신동빈 회장을 엮을 최대 카드를 잃어버렸다”고 평가했다.
또다른 법조 관계자는 “검찰의 최종 목표는 현재 총수인 신동빈 회장이지만 ‘작년 초까지 모든 결정은 총괄회장이 했다’는 이 부회장의 유서 내용처럼 혐의는 신격호 총괄회장 쪽에서 튀어나오는 것 같다”면서 “검찰이 신동빈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칠 수 있을만큼 증거를 확보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부회장의 자살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수사에 중대한 영향을 받는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그동안 수사를 통해 확정된 범위와 방향은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신 회장의 사법처리에 자신감을 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