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점은 큐레이터 딸과 평범한 엄마의 대화를 통해 '그림'을 소개한다는 점이다. 남들에게는 그림의 감동과 스토리를 멋지게 소개하는 삶을 살면서 정작 엄마에게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그림 대화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저자 조혜덕은 밝힌다.
이 땅의 딸들은 고군분투하는 일상에 정신 없이 바쁘다. 그래서 엄마를 사랑하기는 하지만 엄마 생각을 오래 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살다보면 누구에게라도 엄마가 마음 속 깊이 들어오는 순간이 있다. 영원히 건강한 엄마가 곁에 있으리라는 믿음이 흔들리는 순간, 딸들의 가슴은 철렁한다.
큐레이터로, 아트 컨설턴트로 세상 사람들과 부대끼며 생활하던 저자에게도 이런 순간이 있었다. 엄마가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라는 백내장 수술을 한 후 일상에 변화가 생긴 것. 엄마에게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검은 점이 보이기 시작했고, 사물의 색이 달라 보이는 후유증에 엄마는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엄마의 마음에 와닿는 위로를 건네고 싶어 고민하던 저자의 머릿속에 스친 생각. '아하. 모네도 말년에는 백내장으로 고생을 했었지.' 엄마 딸의 그림 대화는 이렇게 시작됐다. 남들에게는 그림의 감동과 스토리를 멋지게 소개하는 삶을 살면서 정작 엄마에게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니. 백내장 동지인 모네를 시작으로 엄마와 그림 대화를 하면 작은 위로라도 되지 않을까.
모네 이야기를 꺼내자 처음에는 시큰둥하던 엄마. 하지만 모네의 사연과 명작들의 탄생 배경을 하나씩 접하면서 감정 이입을 하는 정도가 장난이 아니다. 심지어 백내장으로 고생하면서 모네가 그린 그림을 보면서는 진심으로 안타까워한다. 백내장에 걸린 화가에 비한다면 본인의 불편함은 아무것도 아니란 듯이. 역시 유명한 화가들은 그들에게 가는 길을 멋지게 열어 놓았고, 그 길을 걸은 엄마는 매력적인 마법에 걸렸다.
물론 아줌마 특유의 엉뚱함으로 그림 전문가인 딸의 허를 찌르기도 한다. 처음에는 모네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를 묻질 않나, 모네와 카미유의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를 들은 후에도 “사랑은 3일이면 땡이다”라고 이야기 하질 않나. 예상 밖 엄마의 반응은 그림 대화에 유쾌함을 더한다.
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인 엄마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보통의 엄마다. 그러니 그림에 대한 지식도 딱 우리 엄마와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런 엄마와 즐겁게 그림 대화를 하기 위해 저자는 다양한 방식을 동원한다.
모네와 엄마가 소개팅을 하게 하고, 르누아르를 소개할 때는 엄마가 그의 그림 속 주인공이 되게 연극 무대와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마네에게는 댓글을 다는 방식으로 소통하게 한다. 또한 화가들과 엄마의 대화 형식을 구성해 엄마가 직접 그림에 대해 묻고 화가에게 답변을 듣는 방식도 그림 대화의 이해를 돕는다.
조혜덕 지음 | 하나의책 |332쪽 | 13,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