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기관 청렴도 1위 경찰? 내부 감사결과 공개 '미흡'

"공개 하나 마나"…정기 종합감사 의도적 축소

경찰이 내부 직원들의 불법·비리 혐의를 적발한 '정기 종합 감사' 내용을 부실하게 공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4일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경찰청이 공개한 각 지방경찰청의 종합감사를 분석한 결과 각종 비위에 대한 구체적인 지적 사항이 '형식상 알림' 수준에 그치고 있었다.

비위를 저지른 직원은 커녕, 비위 규모와 정도에 대한 파악조차 어려운 수준이었다.

제주지방경찰청이 대표 사례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지난 5월 16일부터 5일간 종합감사에서 '초과근무수당 부적정 수령' 지적을 받았는데, 감사 문서를 보면 "채용 시험 감독관으로 동원되면서 동원 수당과 초과근무수당을 중복 수령"으로만 돼 있다.

공개된 문서에서 초과근무 부당 수령 지적을 받은 사실만 알 수 있을 뿐 어떤 직원이 얼마나 중복 수령했는지는 전혀 파악할 수 없게 해 놓은 것이다.

이 건 외에 제주경찰청이 지적받은 37건의 세부 내용도 두루뭉술하게 서술돼 있다.

제주지방경찰청 종합감사 결과 내용 일부. (자료=경찰청 홈페이지)
다른 지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6월 20일부터 5일간 진행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종합감사에서는 시설공사에서 허위견적서를 지출증거서류로 첨부하고 무전기 구매예산을 분할 배정해 수의계약을 한 사실이 적발됐다.

공사 사업을 준공내역 검토소홀로 설계도서와 다르게 시공했음에도 공사비를 과다 지급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위반 날짜와 금액, 과정 등이 감사 결과 공개문에 적시되지 않았다.

지난 3월 23일부터 5일 동안 감사를 받은 강원지방경찰청은 '내사·미제 사건처리 부적정' 등 중대한 비위가 적발된 건에 대해 "다른 죄명으로 미제편철하거나 고소사건 내사 처리"라고 한 줄로 요약해놨다.

강원지방경찰청 감사결과 내용 일부. (자료=경찰청 홈페이지)
현행법상 중앙행정기관 등의 감사 결과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나 성명,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개인 정보 등을 빼고 원칙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감사원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적용된 비공개 부분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만 비공개하고 나머지는 원칙적으로 공개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의 공개 원칙은 달랐다.

경찰청 관계자는 "감사결과가 공개됨으로써 비난보도가 나와 자체 감사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여러 가지 사항을 종합해 대략적으로만 공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다른 기관 중에는 감사결과를 비공개하는 곳도 있다"고 덧붙였다.

내부 직원 보호를 위해 법률상 감사 결과 공개 의무 조항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다른 행정 기관에서는 감사 결과를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호남지방통계청 종합감사 결과 일부. (자료=통계청 홈페이지)
올해 시행된 호남지방통계청 종합감사 결과를 보면 적발된 비위에 대한 구체적인 날짜와 내용, 관계 법령 등이 명시돼 있다.

감사에 적발된 정보화자산취득비 집행 부적정 내용을 살펴보면 호남청은 지난 2013년 2월 전산장비 총 구입비 7900여만 원을 5000만 원으로 미만으로 나눠 구매해 일상감사를 받지 않았다.

통계청은 이 예산으로 집행된 컴퓨터 구매 일자부터 품명, 규격, 수령, 단가부터 시작해 부적정 처분에 대한 상세 내용을 전부 공개하고 있다.

이외에도 조달청 등 일부 기관이 실시하고 있는 지역별 감사결과 또한 개인정보를 제외하고 구체적으로 공개되고 있다.

경찰은 지난 2014년부터 종합감사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이후 강신명 전 경찰청장 재직 중 청렴도가 공안기관 최초로 3등급으로 승급했다.

강 청장 재직 시절 진행된 감사 결과를 의도적으로 숨겨 청렴도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거나 청렴도 상승을 위한 무늬만 공개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강성국 간사는 경찰 종합감사 결과에 대해 "특정업무경비, 사건수사비, 초과근무수당 등 예산 오남용과 기강 소홀 등 중대 문제점이 있음에도 문제의 맥락과 규모 등이 공개되지 않아 사실상 아무런 정보도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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