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20년 일한 대가인가요?"…폐업에 망연자실

완주 산업단지에 입주한 (주)TSPS가 폐업 결정에 따라 문을 닫는 1일, 노동자들이 망연자실해 앉아 있고 공장 출입문에는 용역업체 직원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임상훈 기자)
전북 완주산업단지에 입주한 반도체 생산업체 ㈜TSPS가 폐업에 들어간 1일, 회사 정문에는 용역업체 직원들이 출입을 차단하고 있었다.


TSPS는 전날 주주총회를 열어 폐업을 결정했고, 노사는 이날 협상을 통해 일정액의 위로금을 노동자들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이로써 1995년 6월 태석전자㈜로 문을 연 TSPS는 21년 만에 문을 닫게 됐고, 이곳에서 일해 온 노동자 170여 명도 일자리를 잃게 됐다.

TSPS는 지주회사인 KEC㈜에 생산량 전량을 납품해 왔으며, KEC는 경영 악화를 이유로 폐업을 결정했다.

TSPS 노동조합 김영일 위원장은 "폐업이라고 말하지만 KEC그룹 차원에서는 사실상 정리해고다"고 잘라 말했다.

김 위원장은 "사측은 이 회사를 정리하면 일 년에 50억 원을 번다고 공공연히 얘기했다"며 "50억 원은 딱 일 년 인건비인데 모든 목숨을 잘라서 50억 원을 벌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폐업을 하루 앞둔 지난 31일 노조는 토론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한 조합원은 "20년 동안 회사를 위해서 벌어주면 벌어줬지, 손해를 끼치지는 않았다"며 "경영진 배를 채워주며 살아왔는데 이런 대우를 받고 나갈 수는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동료들은 일요일도 없이 추석 명절만 쉬고 일해 와 주 근무시간이 75시간에 달할 때도 있다"며 "그 대가로 돌아온 게 폐업 결정과 해고통지냐"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회사가 폐업을 결정한 상황에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TSPS노조도 하릴없이 해고를 받아들이게 됐다.

김 위원장은 "노사 합의에 따라 설비 반출 등은 제지하지 않을 생각이다"라면서도 "법적으로 다툴 부분이 있으면 폐업이 확정될 3개월에서 6개월 동안 싸우겠다"고 말했다.

전북에서는 TSPS뿐 아니라 익산의 동우화인켐㈜ 협력업체인 (유)동양산업개발 소속 노동자 200여 명도 이달 말이면 일자리를 잃게 된다. 동우화인켐이 익산 팔봉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동양산업개발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경영의 논리 속에 노동자들은 십 수년간 일해 온 직장을 하루아침에 잃게 되고, 가뜩이나 암울한 전북 경제도 잇단 악재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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