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된 '사드 괴담'…中 동시다발적 한류 흔들기

왼쪽부터 배우 유인나와 가수 싸이. (사진=자료사진)
기우로 그치길 바랐지만 중국 내 한국 연예인 규제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31일 배우 유인나가 촬영 중이던 중국 후난위성TV의 28부작 드라마 '상애천사천년 2: 달빛 아래의 교환'에서 최종 하차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유인나의 하차는 시기의 문제였을 뿐, 어느 정도 예정된 결과였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한달 만인 8월부터 하차를 논의 중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제작사인 CJ E&M 측은 유인나와 함께 중국에 간 김병수 PD가 계속 체류 중임을 알리며 '사드 보복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인나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측은 말을 아끼고 있다.


CJ E&M 측은 유인나의 하차 이유를 길어진 촬영 스케줄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애초에 8월 말로 예정된 중국 촬영이 연장될 것 같자 국내 촬영 스케줄이 예정된 유인나가 협의를 거쳐 하차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유인나는 이미 드라마 전체 분량의 2/3 정도를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촬영을 이유로 주인공이 하차한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힘들다.

중국 내 한국 연예인 규제는 명확한 이유 없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1일에는 YG 소속 가수 싸이와 아이돌 그룹 아이콘이 중국 예능프로그램에서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싸이와 아이콘은 강소위성 TV의 '개세음웅(盖世音雄)-Heroes of The Remix'에 출연해 각기 멘토와 멘티로 출연했다.

그러나 싸이는 방송 내내 모자이크에 가려진 모습이었고, 아이콘의 무대 역시 통째로 편집됐다. 이날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한 다른 한국 가수들 또한 모자이크되거나 의도적으로 보이지 않게 연출됐다.

가수 황치열도 예외는 아니었다. 중국 내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음에도 출연한 프로그램에서 통편집됐다.

전문가들은 사드 배치에 따른 정치적 보복이 중국 내 한류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산발적인 규제는 중국 당국의 지침없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아무 이유 없이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연예인에 대해 납득하기 힘든 규제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중국 정부 차원에서 벌이고 있는 일이 맞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규제 대상인 연예인의 소속사나 콘텐츠 제작사 쪽에서는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하 평론가는 "'사드 보복으로 인한 한류 규제'가 공론화되거나 그걸 인정하게 되면 문제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 사실 그들 마음으로는 단발성 규제로 끝나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금으로서는 언제 이 같은 분위기가 풀릴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들다.

그는 "칼자루는 중국이 쥐고 있고, 규제가 짧아지거나 길어지거나 모두 중국 마음에 달려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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