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당권에 도전한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은 최근 홍준표 원내대표를 향해 "모든 대책은 홍준표 원내대표를 통한다"며 "''만책홍통''이라는 신조어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의원들 사이에서 최근 큰 형님 같은 존재로 ''홍 반장''이라고 불리우는 홍준표 원내대표는 오랜 비주류 생활을 끝내고 명실상부한 여권 최고의 실세로 부상했다.
정부의 쇠고기 장관 고시 관보 게재를 막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 쇠고기 정국의 해결사로 나선 임태희 정책위의장도 대운하 폐지와 4대 공공부문 민영화 연기, 고유가 대책 등을 주도하며 반발 여론에 직면한 성장위주의 정부 경제정책 방향타를 수정해 홍 원내대표에 이어 또다른 실세로 자리를 잡았다.
두 원내 투톱은 쇠고기 추가협상 이후 고시를 더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는 당내 여론을 이끌며 결국 주내 고시 게재 방침을 관철시켰다.
대한민국의 최대 현안들을 홍준표 원내대표, 임태희 정책위의장이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와함께 홍준표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 국책사업을 해서는 안된다"며 한반도 대운하의 포기를 정부에 강력히 촉구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그날 오후 "대선 공약이었던 대운하 사업도 국민이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홍 원내대표의 위상이 다시한번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이번 청와대 인사에서도 홍-임 두 실세의 의중이 대부분 받아들여졌다는 후문이다. 민정수석으로 거론되던 정종복 전 의원의 청와대 입성도 홍준표 원내대표의 공개적인 반대 표명 이후 결국 좌절됐다. 대통령 실장과 관련해서도 지난 7일 홍 원내대표가 이 대통령과 독대한 이후 본격적으로 교체론에 힘이 실렸다는 전언이다.
또 곽승준 전 국정기획수석은 공기업 개혁의 속도조절론을 주장하는 임태희 정책위의장과 맞서는 모양새가 되면서 교체의 한 원인이 됐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번 청와대 조직 개편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수석은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이 유일하다. 홍 원내대표의 말처럼 새로 기용된 인사 가운데 ''형님'' 이상득 전 부의장 라인은 한명도 들어가지 않았다. 박재완 수석은 강재섭 대표의 비서실장 출신이자 임태희 정책위의장의 행정고시, 대학 선배로 각별한 관계다.
개각에서도 홍 원내대표의 입김은 세다.
한승수 국무총리 유임론을 강도높게 설파하고 있고, 강만수 재정기획부 장관과 김중수 경제수석 가운데 한 명만 교체해야 한다는 홍 원내대표의 의중대로 강만수 장관은 유임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홍 원내대표가 너무 독주하는 것 아니냐며 경계하는 목소리도 차츰 일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전날 "개각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이와 관련한 언급을 자제하라"는 요구를 했다가 전당대회 출마 후보들로부터 "월권을 하지 말라"며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공개적인 첫 충돌이었지만 홍 원내대표 특유의 ''돌파형 리더십''은 앞으로도 여러가지 논란을 야기할 개연성이 많다는 것이 당 내부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