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30일 '2017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에서 교육세를 따로 떼어내 '지방교육정책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의 핵심이 되고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 20.27%와 교육세 등으로 구성되는데, 교육세를 뚝 떼내서 누리과정을 위한 특별회계 항목을 새로 만들고 교부금 전체 규모는 10%가량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이 경우 5조 2천억원 가량의 특별회계 예산이 확보돼 3조 8천억 수준인 누리과정 사업을 수행하기에 충분한 재원을 확보한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다.
유일호 부총리는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누리과정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여야 간 합의가 된 대로 여야 3당 정책회의장과 저, 그리고 교육부 총리가 모여 논의하는 장은 열어놨지만, 기본적으로 교부금에서 부담하는 원칙을 지켜 나가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권과 교육감 측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면서 추경예산에 이어 본예산 통과마저 누리과정 태풍에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국회 추경예산안 심사가 누리과정 예산 문제로 막판 진통을 거듭한 끝에 30일 추경안 통과를 위한 본회의 자체가 무산되는 등 여야간 갈등이 첨예한 마당에 본예산 역시 추경안의 전철을 고스란히 밟으며 국회 통과까지 험로(險路)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미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은 본예산이 발표되자마자 "교육부는 특별회계를 신설해 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도록 강제하려고 한다"며 "이는 교육감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고, 유·초·중등교육에 사용돼야 할 예산을 쪼개 누리과정비로 돌리는 것으로 법적·교육적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이어 "국가재정법상 교육부 예산으로 편성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보건복지부 소관인 어린이집에 집행될 수 없다"며 "교육부는 누리과정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담은 내년도 예산안을 다시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처럼 추경안에 이어 내년도 본예산마저 세상에 내놓자마자 누리과정에 발목이 잡히면서 애가 타는 쪽은 정부다.
송언석 기재부 2차관은 앞서 지난 25일 가진 예산안 설명 브리핑에서 "누리 과정에 관한 합의가 최종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할 것"이라며 국회에 공을 넘겼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재부 예산 관계자는 "예산은 우리가 편성하지만 확정 권한은 의회에 있으니 정부로서는 기다릴 수밖에 없다"며 답답한 심정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하지만 이미 지난 19대 국회에서 여당이 특별회계법 등 관련 법안 제,개정에 나섰다가 야권의 반발로 자동 폐기됐다.
그럼에도 슬그머니 본예산에 특별회계를 다시 포함시켜 관련법을 부속법안으로 한꺼번에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돌직구'는 국회를 무시한 처사라는 비난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는 지방교육정책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해 누리과정 등에 지원하겠다고 하지만 국회에서 관련법이 논의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예산을 편성한 것은 국회의 권한을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