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을 작가는 드로잉 모음 '갤럭시'에 대해 자신의 거대한 자화상과도 같다고 했다. 하나 하나의 드로잉 역시 자기의 자화상을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자화상이란 무엇인가. 어느 특정 싯점에 자신의 내면에 깃든 정서를 표현한 것이다. 김 작가는 생각이 물 흐르듯이 자유로운 사람이다. 그 흐르는 생각을 드로잉으로 포착해 표현한 것이다. 그는 정신을 표현하는 어려움을 이렇게 말했다. "형상을 쓰지 않고 정신을 내보일 수 없는 것인가/ 붉은 심장이 뛰는 소리.../허긴 형상으로 정신을 드러내기 쉽지 않은 법/ 오늘은 형상으로서 나를 그린다."
김을 작가는 드로잉을 통해 인간의 삶과 죽음, 그림의 본질, 화가의 본질을 도통한 칼잡이처럼 다룬다. 그 본질을 드러내는 데 뼈, 해골을 등장시킨다. '사후는 나의 뼈 한 조각'이라는 문구와 함께 뼈 한 조각을 그려넣는다. 자화상에는 작은 수채화 얼굴상과 해골 두상 조각을 배치한다. 그리고 등돌린 풍만한 여인의 누드화의 등 오른쪽 아래에 해골문신을 새긴다. '죽음을 기억하라'를 떠올리게 한다.
'삶의 요소 넷'이라는 문구와 네 가지 그림이 그려진 작품이 있다. 작가에게 빵, 우유, 구름, 바다가 맞느냐고 물었다. 작가는 눈물, 정액, 그림, 땅이라고 했다. 이번에도 작가의 의도와 달리 해석했다. 작가에게 필요한 것은 눈물이라는 게 특이했다. 눈물은 고통,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감수성이 아니겠는가.
눈물과 정액은 김 작가의 드로잉에서 다양하게 변주된다. 발가벗은 채 눈 앞에 펼쳐진 높은 바위봉우리들을 그리고 있는 남성 화가의 캔버스에는 풍만한 여자 누드화가 걸어나올듯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죽을 땐 말 없이'라는 문구가 적힌 드로잉이 있다. 작가는 살아 있을 때 온 정열을 다해 살아야 죽을 때 여한이 없다는 것이다.
'화자유삼사 畵者有三思'는 작가의 이러한 고민을 잘 드러낸다. 먼저 화가아 아닌 화자라고 한 까닭은 家는 대가에게 붙이기 때문이란다. 화자로서 세가지 생각이란 첫째, 뭘 하며 살까. 둘째, 뭘 어떻게 그릴까. 셋째, 이걸로 어떻게 먹고 살까라는 것이다.
다시 뼈 얘기로 돌아가 보자. 화골(畵骨). 그림의 본질을 말한다. 작가는 그림의 본질이란 자연스럽게, 진정하게 자기자신을 드러내는 것, 자기만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도 젊어서 저 너머 트릭을 써서 사기성을 가미하고 싶은 유혹이 많았다고 했다. 작가는 자기가 콘트롤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표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은 본질적인 것만 표현하려고 했다며, 가치· 본질 · 본성에 관심이 있는 관객은 이번 드로잉 작품들과 소통될 것이라고 웃음을 지었다.
그렇다면 드로잉의 본질은 무엇인가. 작가는 "정직하게 표현하라! 드로잉의 생명은 솔직함이다"고 했다. 드로잉의 본질은 현실이 아니라 태도이다. 사물을 바라보는 태도, 그것을 미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드로잉을 하려먼 첫째, 진취적일것. 둘째, 실험성(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 셋째, 솔직함이다. 드로잉에서 그림 묘사는 잘하는 것, 전혀 필요가 없다. 오히려 잘못 가는 것이라고 했다.
함경아(1966)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탈북과 정착'을 주제한 신작을 선보인다. 작가는 그간 탈북자를 위한 경비를 지원하고 이들의 험난한 여정을 기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우여곡절 끝에 미완으로 중단된 프로젝트는 벽면에 설치된 굳게 닫힌 철제 셔터와 긴박한 상황을 암시하는 소음을 통해 확인하 수 있다.
전시 기간 :2016. 8.31- 2017.1.15
전시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출품 작가: 김 을, 백승우, 함경아, 믹스라이스(조지은, 양철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