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가장 최근 국제대회인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는 개최국 일본을 넘어 정상에 올랐다. 한국 야구의 WBSC 세계 랭킹은 일본, 미국에 이은 3위다.
하지만 이는 남자 야구에 국한된 얘기다. 한국 여자야구의 위상은 남자에 비할 바가 못된다. 여자야구 WBSC 세계 랭킹은 11위다. 이탈리아와 멕시코, 체코, 북한 등 114개 국가가 공동 12위인 만큼 사실상 최하위권이다.
그런 한국 여자야구가 힘찬 도전을 시작한다. 바로 오는 9월 3일부터 펼쳐지는 '2016 세계여자야구월드컵'에서다. 세계 정상권을 향한 도약을 노리는 여자야구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해볼 기회다.
▲역대 최대 규모 월드컵 9월3일 개막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이 주관해 2년마다 열리는 여자야구월드컵은 올해로 7회째를 맞아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린다. 11일까지 부산 기장-현대차 드림볼파크에서 12개 국가, 300여 명 선수들이 열전을 벌인다.
역대 최대 규모다. 이전까지 대회 참가국은 8개 혹은 10개였다. 12개 국가가 출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베네수엘라(5위), 쿠바(8위), 파키스탄과 A조에 속했다. B, C조까지 조별리그를 통해 상위 2개씩 6개 팀이 슈퍼라운드에 진출한다. 각 조 3, 4위는 순위 결정전으로 밀린다. 슈퍼라운드 1, 2위 팀이 결승전을 치르고 3, 4위도 순위 결정전을 펼친다.
이번 대회 한국의 현실적인 목표는 슈퍼라운드 진출이다. 상위 랭커인 베네수엘라와 쿠바 중 한 팀만 잡는다면 가능하다. 최약체인 파키스탄은 3패가 예상돼 한국은 조 2위로 6강 진출을 노린다.
역대 월드컵에서 한국의 최고 성적은 6위였다. 하지만 이번 대회와는 상황이 적잖게 다르다. 2008년 당시 한국은 8개 출전국 중 6위였다. 2010년에는 10개 참가국 중 9위에 머물렀다.
▲등록 선수 800명, 日은 2만여 명
한국 여자야구는 전력상 이번 대회 상위권 진입이 쉽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여자야구가 활성화한 것이 채 10년이 되지 않는다.
한국여자야구연맹(WBAK)이 창립된 게 9년 전인 2007년이다. 정진구 WBAK 회장 겸 대한야구협회 관리위원장은 "이전까지는 클럽팀이 10개 정도 활동을 하던 수준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나마 최근 남자 야구의 국제대회 선전과 프로야구 인기가 높아지면서 여성 야구인도 늘었다. 정 회장은 "현재 등록된 팀이 46개, 미등록 팀이 3개"라면서 "등록 선수도 800명으로 1000명을 바라본다"고 말했다.
사실 냉정하게 야구 실력으로만 보자면 한국의 월드컵 유치는 시기상조다. 다만 이번 대회는 기장군이 2014년 한국야구위원회(KBO) 한국야구 명예의 전당 유치 공모에 선정돼 올해 완공을 예상해 유치를 추진한 것이었다.
그러나 명예의 전당 준공이 미뤄지면서 야구월드컵만 열리게 됐다. 한 야구인은 "모양새가 살짝 어긋나게 됐다"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명장 이광환 지도, 배유가-김라경 뜬다
하지만 선수단의 사기만큼은 하늘을 찌른다. 명장 이광환 감독과 백기성 코치, 김용수 인스트럭터 등 프로야구를 주름잡았던 인사들이 한국 여자야구의 도약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주장 곽대이(32 · 양구 블랙펄스)를 비롯해 에이스 배유가(28 · 경상남도 체육회), 고교생 기대주 김라경(17 · 서울 후라) 등이 홈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큰일을 도모하고 있다. 소프트볼 출신 12명을 포함해 투수 7명, 포수 3명, 내야수 6명, 외야수 4명 등 20명 선수단이 똘똘 뭉쳤다.
김라경은 대표팀에서 최고 구속인 시속 110km에 육박하는 공을 뿌린다. 세계 최고 구속이 120km인 점을 감안하면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오빠인 김병근(한화)과 함께 한국 최초 야구 남매로도 알려져 있다. 배유가, 김라경의 리드를 곽대이가 해준다.
대표팀은 월드컵을 앞두고 실전 점검도 마쳤다. 일본 실업 최강 아사히 트러스트와 지난 21, 22일 평가전을 치렀다. 1차전에서는 4-12 대패를 안았지만 2차전에서는 1-3, 접전을 펼쳤다.
각종 국제대회에서 세계 정상권 기량으로 군림해온 남자에 비해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한국 여자야구. 과연 안방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통해 비상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