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 '남이 장군' 후손, 탈북 여동생 만나 "행복"

카멘 남 교수, "지나간 시간에 대한 보상을 여동생에게"

29일 오후 1시 30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카멘 남 교수와 탈북자 여동생 남율주 씨의 공동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사진=경기도청 제공)
"아버지와의 끈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행복하다."

남이 장군의 19대 후손인 불가리아 소피아 대학 카멘 남 교수(Kamen Nam·59)는 29일 오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복 여동생 율주(49·가명)씨에 이 같이 말했다.

카멘 남 교수는 그러면서 "한국에 초청해주고 여동생을 만나게 도와준 분들에게 감사한다"며 율주씨를 얼싸안았다.

카멘 남 교수는 이어 "아버지를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으나 북한과는 어떤 방법으로도 연락할 수 없었다"며 "어느 한순간이 되자 그 아들은 아버지가 됐다. 마지막으로 제가 원하는 것은 지나간 시간에 대한 보상을 내 여동생에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율주씨도 "3년전 이메일을 통해 불가리아에 있는 오빠와 연락을 주고 받았다"며 "교수가된 훌륭한 오빠가 있는데 아버지와 함께하지 못해 가슴아프다. 그동안 함께 못했던 순간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했다.

카멘 남 교수는 기자회견 후 경기도 화성시 비봉면에 있는 남이 장군 묘로 이동했다.

이어 30일 오전에는 경기도청 공무원을 대상으로 '지리학자가 본 불가리아 발칸 비경과 한국으로의 여정'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한다.


또 율주씨와 함께 남경필 지사 초청 오찬에도 참석한 후 냉전의 산물이자 자신의 인생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DMZ도 방문할 예정이다.

카멘 남 교수의 아버지 남승도씨는 6·25전쟁 직후 북한이 전쟁 중 다친 군인들을 요양과 교육 목적으로 여러 동유럽 공산국가로 보냈고 이 가운데 한 사람이다.

남씨는 5년간 불가리아 소피아대학에서 공부하던 중 부상 치료를 위해 다니던 재활센터에서 예카테리나씨를 만나 결혼했다.

둘 사이에서 1957년 카멘 남 교수가 태어났고 아버지 남씨는 1959년 귀국명령을 받고 북한으로 돌아가 김책공업종합대학 교수로 자리 잡았다.

남이 장군의 19대 후손이자 북한 김책공업종합대학교 전 교수의 아들인 카멘 남(Kamen Nam·59) 불가리아 소피아국립대 교수(지리학·국가안보학)가 29일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이날 상봉한 이복 여동생인 남율주(가명·49) 씨와 포옹하고 있다. (사진=경기도청 제공)
이후 예카테리나씨는 남씨를 만나기 위해 주북한 불가리아대사관 비서직 근무를 지원, 눈물의 상봉을 했다.

하지만 카멘 남 교수는 북한의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불가리아 외가에 홀로 남았다.

어렵게 상봉한 남씨 부부의 평양 생활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아내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많은 박해를 받다가 결국 남씨는 교수직을 잃었고 예카테리나씨는 2년 만에 혼자 불가리아로 돌아왔다.

이후 예카테리나씨는 재혼도 하지 않고 혼자 카멘 남 교수를 키웠고 아들의 성도 그대로 '남'씨를 유지했다.

아버지 남씨는 북한에서 재혼해 1남 2녀를 낳았고, 1989년 사망했으며 카멘 남 교수의 이복형제 3명 중 둘째 여동생인 율주씨는 탈북해 현재 서울에 거주하고 있다.

카멘 남 교수의 한국 방문은 남 지사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남 지사는 지난 5월 불가리아 출장길에 현지 한국 공관으로부터 남 교수의 사연을 듣고 만나 한국 초청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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