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를 하며 착실하게 살아가던 이 모(당시 28) 씨는 지난해 6월 교통사고로 숨을 거뒀다.
가족들은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이 씨를 안쓰러워하며 생전에 그가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 160만 원을 차마 건드릴 수가 없었다. 가족은 이 씨가 평소 쓰던 낡은 지갑에 160만 원을 넣어 유골 안치함에 함께 담았다.
그리고 장례식에는 이 씨와 형제처럼 지내던 엄 모(35) 씨도 참석했고, 이 과정을 모두 지켜봤다.
지난 4월 30일 엄 씨는 이 씨의 유골이 안치된 전북 전주시의 한 추모관을 찾았다.
엄 씨는 "숨진 이 씨가 평소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안치함에 넣어주고 싶다"고 관리인을 속인 뒤 안치함에서 돈이 든 지갑을 빼냈다.
시간은 흘러 이 씨가 숨진 지 1년이 된 지난 6월 가족은 추모관은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투명한 통으로 된 안치함에 지갑이 사라졌던 것이다. 가족은 추모관 방명록을 뒤져 엄 씨가 다녀간 사실을 알고 사라진 지갑에 대해 추궁했다.
엄 씨는 "생활이 어려워서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 돈은 곧 갚겠다"고 말했지만 차일피일 시간을 미뤘다.
결국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된 경찰은 엄 씨를 붙잡았다. 조사 결과 엄 씨는 훔친 돈을 생활비로 쓴 것으로 나타났다.
전주완산경찰서는 29일 절도 혐의로 엄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