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인식에는 가족을 비롯해 고인의 동료 송해와 엄용수, 이홍렬 등 후배 코미디언, 지인 등 150여 명이 함께했다.
이날 송해는 "(구봉서는) 정재계 등에서 많은 유혹이 있었지만 코미디만 바라보고 발전시켜 온 분이다. 남은 사람들이 코미디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자"며 대표로 애도의 뜻을 전했다.
앞서 고인은 지난 27일 새벽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0세.
평안남도 평양 출신으로 1945년 극단 악사로 연예계에 입문한 고 구봉서는 1960, 70년대 TV를 통해 배삼룡, 남철, 남성남 등과 호흡을 맞추며 한국 코미디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400여 편의 영화에도 출연하며 배우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지난 2000년 MBC코미디언부문 명예의 전당에 올랐으며 2006년 제13회 대한민국 연예예술상 연예예술발전상, 2013년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을 받기도 했다.
고인은 생전, 희극을 낮게 바라보는 권위적인 사회 분위기에 맞서 온 '코미디 거장'이다.
고 구봉서는 지난 2013년 12월 17일 방송된 tvN 토크쇼 '고성국의 빨간 의자'에 출연해 "1970년대 당시 문공부장관이 '저속하다'며 코미디 방송 프로그램 폐지를 지시했다. '윤리에 어긋난다'나 뭐라나"라며 "어쩌다 기회가 있어서 대통령 술자리에 갔는데, '코미디를 없애라고 한다'고 내가 말했더니 (대통령이) '누가 그래요? 그럼 좀 잘하지 왜 그렇게 했어요'라고 하더라"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내가 '없앤다는 게 말이 됩니까. 택시가 사람 한 명 죽이면 택시 싹 없애버립니까'라고 했더니 '허허 참 별소리를 다하네'라고 하더라"며 "그 다음부터는 (코미디 프로그램) 없앤다는 말이 안 나오더라"라고 덧붙였다.
'다시 태어나도 코미디언을 할 것이냐'는 물음에는 "다시 태어나 봐야 알 것이다. 지금은 할 마음이 없다. 모든 시스템이 바뀌면 모르지만, 지금은 안 된다. (코미디를) 자유롭게 내버려둬야 한다. 코미디에서 어디 회사 사장하고 전무가 싸우는 걸 보고는 어떤 사장이 '야 그 역할 나보고 한 거 아냐!' 이런 얘기나 할 줄 알고, 그러면 안 된다"라고 말하며 최근 풍자 코미디에 가해지는 외압을 비판했다.
고 구봉서의 빈소에는 '조의금은 정중히 사절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코미디언 중 어려운 사람들이 많으니 조의금을 받지 말라"는 고인의 유언을 따른 까닭이다.
고인의 장지는 경기 남양주시 모란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