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산은, 대우조선해양 경영관리 엉터리

산업은행 대우조선 2013~2014년 경영관리 엉망

산업은행이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상태 파악을 엉터리로 했음이 사실로 드러났다.

산업은행은 자회사인 대우조선과 '경영정상화 이행각서(MOU)'를 체결하고 경영관리 평가를 해오고 있는데, 이 평가가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됐다는 게 산업은행 내부 문서로 드러난 것이다.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산업은행에서 제출받은 '2011~2014년 경영관리위원회 MOU 평가 결과'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자회사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경영관리 평가에서 잇따라 높은 점수를 줬다.

대우조선해양 경영관리위원회는 지난 2013년 82.85점, 2014년 69.05점의 평점을 매겼다. 이는 각각 B등급과 E등급의 경영실적이다. B등급의 경우 경영진이 75%의 성과급을, E등급은 35%의 성과급을 받는다.

(사진=신동진 기자)
◇엉터리 실적에 놀아난 경영관리평가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경영관리위는 당기순익과 매출영업이익률 등의 수익성을 따지는 계량항목뿐 아니라, 경영관리시스템, 장기발전기반, 자회사관리, 위험관리, 경영관리협력도 등 비계량 항목에 이해할 수 없는 후한 평점을 줬다.

대우조선은 2013년에는 2617억 원, 2014년에는 72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벌어들였다고 보고했다. 경영관리위는 별도의 검증 없이 이것을 가지고 평가했다. 그 결과 2013년에는 수익성 측면에서 25점 만점에 19.61점, 2014년에는 20점 만점에 10.57점을 줬다.

하지만, 최근 이같은 대우조선의 실적은 분식회계를 통한 허위보고로 드러났다. 대우조선이 수정 공시한 2013년 6735억 원(개별기준)과 2014년 8301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경영관리위의 평가 기준에 따라 반영하면, 수익성 점수가 모두 0점이 나온다. 제대로 평가했다면 2013년은 55점 내외, 2014년에는 51점 내외가 돼서다.

이는 대표이사 즉각 사퇴급인 F등급에 해당한다. 대표이사는 사퇴해야 하고, 기본급의 30%를 반납해야 한다. 이외에도 사업 구조조정과 인력구조 개편, 승진 억제, 원가절감 및 복지후생 축소 등에 대한 경영 개선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경영실적 악화에 따른 문책을 져야 할 대표이사에게 산은이 엉터리 평가를 함으로써 오히려 두둑한 성과급을 챙겨준 셈이 됐다.

(사진=신동진 기자)
◇ 비계량항목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평점 수두룩

경영관리시스템, 위험관리 등 비계량 항목에서도 후한 점수를 줬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영관리위는 2013년 평가에서 이 회사의 '위험관리 평점(8점 만점)'을 6.4점을 줬다. 이는 평가 기준표에 명시된 보통(5.6점)보다 높은 것이며, 7.2점은 양호(6.8점)보다 높은 것이다.

하지만 별도 통보한 경영관리위원회의 요망사항에는 이율배반적인 문구가 나온다. '위험 관리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경영관리위는 "(해양 프로젝트 관련해) 2012년 중 미 경험 프로젝트 관련 손실 발생액이 4276억 원에 이르는 등 해양 부문의 영업실적은 심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설계 지연, 해양 프로젝트 관련 규칙·규제에 대한 이해 부족, 설계·생산 인력 확보 부족 및 자재확보 곤란 등 제반 리스크 예측과 준비 미흡이 주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위험 관리는 해양프로젝트에 대한 통합 리스크관리를 평가하는 항목인데도 점수는 후하게 주고 사실상 구속력이 없는 요망사항에만 '힘없는 지적'을 한 셈이다.

(사진=신동진 기자)
2014년에도 마찬가지였다. 경영관리위는 2014년 MOU 평가에서 수주전략을 평가하는 장기발전기반(10점 만점) 평점에 9점을 매겼다.

(사진=신동진 기자)
물론 실제 요망사항에서는 수주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관리위는 "헤비테일 결제방식의 수주가 일반화되면서 줄어든 선수금을 대부분 차입금을 대체해 차입금 규모가 전년 대비 2조5000억 원 증가했다"며 "수주 실적을 수익성과 연동시키기 위해 선종별 영업이익률 및 톤당 단가 등 객관적 근거를 가지고 실적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향으로 주력 선종 선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경영관리위원회에는 정균화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김경수 인하대 조선공학과 교수, 신형덕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김범수 한영회계법인 회계사 등이 참여했다.

◇ 정말 몰랐나? 아니면 알고도 방관했나?

금융권에서는 산은의 경영관리 평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영업 현금흐름이 계속 마이너스 상태면 영업이익에 대해서 한 번쯤 의심해 봐야 하는데도 이를 간과한 것이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된 2013년과 2014년의 영업이익은 각각 4409억 원, 4711억 원이었지만, 영업 현금흐름은 각각 -1조2681억 원, -5234억 원을 기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회계법인이 제대로 감사를 했다면 그 정도 대규모 분식을 눈치채지 못했을 리 없다"며 "산은이 이를 알고도 묵인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 지난해 경영관리평가엔 손 놓고 있는 산은

올해 산은은 2015년도 경영관리 평가에 손 놓고 있는 상황이다. 산은은 매년 4월 중순이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경영관리평가 결과를 받는데, 아직까지도 지난해 경영관리 평가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모양새다.

(사진=신동진 기자)
산은은 대우조선의 경영관리평가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정성립 사장 선입지연과 대규모 부실 발생 등에 따라 MOU를 체결하지 못해 2015년 MOU 평가 결과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에 김해영 의원은 "그동안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이 보내온 자료만 보고, 너무 안일하게 경영평가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부당한 특혜로 부실한 경영을 초래해 7조 원대의 막대한 혈세를 투입하게 된 것이 아닌가 사료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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