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경 아들, 경찰 쏜 총에 주검으로…" 구파발 총기사건 1년

아들 잃은 유가족의 악몽 같은 1년…경찰관은 징역 6년 선고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박세원 수경(당시 21세·사후진급)의 묘비. 유가족들은 사건 1주기였던 25일 현충원에 다녀왔다. 사진=박세원 수경 유가족 제공
서울 은평구 구파발 군·경 합동검문소에서 근무하던 의경 대원이 경찰관의 총을 맞고 숨진 사건이 25일로 1주기를 맞았다.

해당 경찰관은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으나, 별안간 아들을 잃게 된 유가족은 각종 정신질환에 시달리며 악몽 같은 1년을 버텨야 했다.


◇ 엄마는 시력 잃고, 아빠는 멍하니 수사기록만…

숨진 박세원 수경(당시 21세·사후진급)의 어머니는 사건 직후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단기 기억상실과 우울증에 걸렸다. 스트레스성 대상포진 악화로 시력도 일부 잃었다.

그나마 버티던 아버지 박창용 씨는 지난 1월, 1심 재판부가 해당 경찰관에게 살인죄가 아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면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는 그저 날마다 차에 가득 실어놓은 수사기록만 멍하니 들여보고 있다. 가장으로서 경제활동은 내려놓은 지 오래다.

아버지 박창용 씨는 최근 CBS노컷뉴스 기자와 만나 "이제 뭐라도 일을 좀 해야 될 것 같다"면서도 "아내가 혼자 있으면 아무것도 못 하고 그저 벽만 보고 앉아 있어서..."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의경으로 입대한 박 수경은 상관인 경찰관 박모(55) 경위가 쏜 38구경 권총에 맞아 지난해 8월 25일 숨을 거뒀다.

사건이 발생한 서울 은평구 구파발 군·경 합동검문소. 사진=김광일 기자
◇ 제 식구 감싸기 논란…경찰 '과실' vs 검찰 '살인'

사건 직후 서울지방경찰청은 기자들에게 "구체적 상황이 정확히 파악되진 않았다"면서 "박 경위가 경찰 조끼에 휴대한 권총을 꺼내다가 격발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단순 실수라기엔 '권총의 첫발로 공포탄이 아닌 실탄이 발사된 점', '안전장치가 빠져 있었던 점' 등이 이상하다는 의문이 곧바로 제기됐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제 식구 감싸기' 논란도 나왔다.

경찰은 그제야 "박 경위가 총을 쏘는 흉내를 내며 장난을 치던 중 실탄이 발사됐다"며 "숨진 의경과는 각별한 사이였기 때문에 고의로 쐈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서울 은평경찰서는 '박 수경의 스마트폰 배경화면 박 경위의 사진으로 돼 있다는 점'을 포함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하지만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해 9월 살인 혐의로 박 경위를 구속기소했다.

이유는 박 경위가 박 수경에게 총을 겨누면서도, 이에 앞서 실탄이 발사될 가능성을 차단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미뤄볼 때 살인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것.

사건 당시 함께 있던 다른 의경들도 달려오는 박 경위를 피해 달아났고, 놀란 박 수경은 "어? (안전장치를) 진짜 뺐다! 진짜 뺐다!"고 소리친 것으로 검찰 발표에서 뒤늦게 알려졌다.

또 숨진 박 수경의 스마트폰 배경화면은 본인이 지정한 것이 아니라 동료 의경들이 장난으로 박 경위의 사진을 올려놨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우리도 검찰 송치 이후에야 알았다"며 "안 그래도 경찰이 경찰 사건 수사한다고 논란이 됐는데 또 오해가 될까 봐 검찰에 굳이 다시 알리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사건이 발생한 서울 은평구 구파발 군·경 합동검문소. 사진=김광일 기자
◇ 징역 6년, 충격에 빠진 유가족 "억울함 풀어줄게"

이후 1심 재판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박 경위에 대해 예비적 공소사실인 중과실치사죄만 인정,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려면 실탄 장전사실을 알면서도 격발해야 했으나,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곧바로 항소했고, 충격에 빠진 박 수경의 유가족들은 다음 달 2일 선고될 2심 결과를 기다리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자료사진

"세원아, 박 경위가 자꾸 총으로 장난치고 협박해서, 신고하고 싶다고 했을 때 그러지 말라고 한 것 정말 미안해. 의가사제대 할 수 있었는데 남겠다고 했을 때 말리지 않아서 정말 미안해. 이제라도 엄마가 그 억울함 꼭 풀어줄게... 우리 아들, 잠깐이지만 엄마한테 와줘서 너무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한다" (세원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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