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대 롯데 비자금은 누가 먹었나?

'롯데 2인자' 이인원 부회장 26일 소환

(사진=자료사진)
롯데그룹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롯데건설이 500억 원대 대규모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확인하고 비자금의 용처를 쫓고 있다.

롯데건설이 과거 불법 대선자금으로 수사를 받았던 점을 고려할 때 이번 롯데 수사의 불똥이 정·관계로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25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롯데건설이 지난 2002년 대선자금 용도로 비자금 260억 원을 조성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롯데 수사에서 드러난 비자금 300억 원을 합하면 560억 원 규모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도 비자금 발견 액수가 늘어나고 있다"며 "얼마나 처벌이 가능할지는 공소시효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에서 비자금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신호탄이다. 검은 돈의 흐름을 쫓아가다보면 예상치 못했던 정·관계 인사들의 이름이 갑자기 튀어나올 수도 있다.


과거 롯데그룹의 행태에 비춰볼 때 그럴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02년 당시 임승남(78) 롯데건설 사장은 하청업체를 끼고 대금을 부풀리는 등의 수법으로 비자금 43억여 원을 조성했다.

이중 10억 원이 2002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대선 캠프에 흘러들어갔다. 롯데건설 측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최측근인 김성회(73) 비서실장에게 비자금 10억 원을 건넸고, 신동인(70) 당시 롯데쇼핑 사장이 전달자 역할을 했다.

신 사장은 롯데그룹의 실질적인 기획·조정 업무를 맡고 있었다. 신 사장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에 약 20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당시 신 총괄회장은 검찰의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양쪽의 정치자금 수수 사례가 있어야 한다며 기계적 형평성을 맞추려는 검찰이 자진 신고한 기업총수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신 총괄회장은 대선 캠프에 전달했던 비자금을 다시 롯데건설에 돌려줬고, 이는 비자금 조성의 총책이었던 당시 임승남(78) 롯데건설 사장의 양형이 줄어드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10년 넘게 잠잠했던 롯데 비자금의 존재가 다시 세상에 알려진 것은 최근 검찰 수사를 통해서다. 검찰은 롯데건설이 지난 2002년부터 10년 동안 300억 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롯데건설 비자금이 여러 사장의 재임 기간에 걸쳐 조성됐고, 현재 사장도 관련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임 사장들이 꾸준히 비자금을 조성해왔다면, 관행처럼 정·관계 인사들을 관리해왔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하지만, 롯데 측이 조직적인 증거 인멸에 나서면서 비자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윤곽이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롯데가 용처 수사에 협조를 안 하고 있다. 압수수색 당시 자료가 많이 치워져 있었는데 대체적으로 비자금 관련 자료들이 치워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검찰은 오는 26일 '롯데 2인자'로 통하는 이인원(69) 롯데그룹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롯데건설 비자금이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에 유입됐는지를 캐물을 방침이다.

중점 조사 대상은 이 부회장의 배임·혐의다. 이 부회장은 이날 피의자로 소환된 황각규(62·사장)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 곧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할 소진세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66·사장)과 함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가신 3인방'으로 꼽힌다.

신 회장에 대한 소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신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는 신 총괄회장의 6000억 원대 탈세, 비자금 조성, 롯데케미칼의 200억 원대 부정환급 소송 사기, 롯데홈쇼핑의 재승인 로비 의혹 등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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