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B-1, B-2, B-52와 미니트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트라이던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3대 핵전력으로 꼽는다.
SLBM은 바다에서 은밀하게 움직이는 잠수함에서 쏘아올려 탐지와 추적이 어렵기 때문에 핵무기 능력 고도화와 잠수함의 실전능력이 확보되면 남북간 전략무기의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잠수함에서 SLBM을 발사하기 위해서는 바닷속에서 오래 작전을 할 수 있는 잠수함이 필요하다"며 "결국 핵추진잠수함을 추가적으로 건조하고 핵탄두 능력 고도화를 위해 추가 핵실험을 강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군 당국이 북한의 SLBM 시험발사 성공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북한의 SLBM 공격에 대한 마땅한 대응수단이 현재로선 없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우리 군이 추진중인 선제타격 시스템인 '킬 체인' 이나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주한미군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는 북쪽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SLBM을 탑재한 잠수함이 우리나라의 남해나 동·서해 남쪽 후방으로 침투해 불시에 공격할 경우 대응이 어렵다는게 일반적 분석이다.
SLBM은 속도가 음속(마하)의 7배(초속 2.3km) 이상으로 300km를 날아가는데 3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잠수함이 육지 근처에서 발사할 경우 탐지를 하더라도 요격이 어렵다.
이 때문에 북한 SLBM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체계 보완은 더 시급해졌다.
SLBM은 사드 레이더에 포착될 경우 요격이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 잠수함이 주한미군에 배치될 사드 레이더의 탐지권 밖인 남해나 동·서해 남쪽 후방으로 이동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막기 어렵다. 사드반대론자들은 이같은 이유로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드옹호론자들은 북한의 SLBM 위협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오히려 사드를 남쪽을 향하도록 더 배치해 동해와 남해 후방 방향에서의 공격에 대비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북한의 SLBM 위협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주한미군에 배치될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을 둘러싼 논란은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 수중 킬체인 체계, 조기경보레이더 조기 도입…핵잠수함 배치 주장도
북한의 SLBM이 한국군이 구축중인 '킬 체인'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킬체인은 북한이 핵이나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를 이용한 공격이 가능할 경우 선제 타격하는 개념이다. SLBM은 언제, 어디서 발사될지 알 수 없어 킬 체인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군은 대잠수함 작전을 강화해 '수중 킬체인'을 구축하는 방안을 더 신속히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수중 킬체인은 북한 잠수함이 기지를 이탈하면 이를 탐지하고 추적해 SLBM을 발사하기 전에 격침시키는 개념의 군사작전이다.
현재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탐지하는 ‘그린파인’ 탄도탄 조기경보 레이더 역시 북쪽을 향하고 있어 북한 잠수함이 동·서해 후방이나 남해로 침투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군은 북한 잠수함이 후방으로 이동해 수중에서 SLBM을 발사할 경우에 대비해 조기경보 레이더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대북 감시체계 강화를 위해 해상초계기 증강배치와 3000t급 잠수함의 조기 도입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SLBM에 핵탄두를 탑재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전체적인 작전계획과 대비태세를 보완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SLBM을 이르면 올해 안에 전력화하면 전방에 배치된 600여문의 방사포와 지상에 배치된 1000여기의 미사일과 함께 대량살상무기의 핵심 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이에 따라 미국과 일본 전문가들은 한·미·일 3국의 현행 미사일방어체계(MD) 계획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반도 군사전략 지형을 바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시험 발사에 성공하면서 군의 대응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