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연경 "다음엔 메달따고 고기회식 해야죠"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연경 (배구 국가대표팀 선수)

2016 브라질 리우올림픽 어제로써 17일간의 대장정 막을 내렸습니다. 여러분은 누가 제일 기억에 남으세요? 물론 21명의 메달리스트들 꼽는 분들이 많겠지만…저는요, 8강에서 떨어진 우리 여자 배구팀이 어떤 메달리스트 못지않게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김연경 선수가 공격을 성공시키고 나서 '으아' 하면서 포효하던 모습! 그렇게 그 순간이 시원할 수가 없는데요. 참 이런저런 마음고생도 많이 했습니다, 우리 여자배구팀. 그중에서도 김연경 선수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 직접 모셔보죠. 김연경 선수 안녕하세요?

◆ 김연경>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목소리 너무 듣고 싶었어요.

◆ 김연경> 네. (웃음)

◇ 김현정> 귀국 후에 어떻게 지내고 계십니까?

◆ 김연경> 가족들하고 밥도 먹었고 못 먹었던 한식도 계속 먹고 있는 중이고요. 최대한 빨리 피곤함을 회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아요.

◇ 김현정> 아직도 좀 목소리에 피곤한 기가 있는데요?

◆ 김연경> 네. 목소리가 쉰 상태에서 계속… 네, 목소리가 계속 이러네요.

◇ 김현정> 아이고, 마음이 아파라. 그래도 집에 오니까 제일 좋은 건 뭐예요?

◆ 김연경> 일단 강아지가 반겨주는거랑요.

◇ 김현정> 강아지 이름이 뭡니까?

◆ 김연경> 잭슨이에요.

◇ 김현정> 잭슨이요? (웃음) 잭슨이가 반가워하고요.

◆ 김연경> 네. 잭슨이가 반가워하고 한식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거? (웃음)

◇ 김현정> 그래요. 사실은 첫 경기 한일전이 저는 굉장히 부담스러울 줄 알았는데 너무 잘했잖아요, 그 때.

◆ 김연경> 네, 생각보다 잘했죠? (웃음)

여자배구 대표팀 김연경이 지난 8일 저녁(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지뉴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배구 조별리그 2차전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2세트에 승리한 후 환호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 김현정> 그렇죠. 거기서 잘 풀렸는데 의외로 네덜란드 전에서 막혀서요. 한일전에서 워낙 잘해서 그랬는지 국민들이 굉장히 기대가 컸어요. 그랬다가 이렇게 되니까 기대가 컸던 만큼 사실은 좀 박정아 선수니 김희진 선수나 범실이 많았던 선수들한테 비난 여론이 쏠리기도 했어요. 그거 알고 계시죠?

◆ 김연경> 네.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선수들이 많이 좀 속상해했었어요. 동생, 어린 선수들인데 좀 속상해해서 저도 마음이 좀 안 좋더라고요.

◇ 김현정> 뭐라고 위로해 주셨어요? 언니로서?

◆ 김연경> 모르겠어요. 그런데 저였으면 더 힘들었을 것 같고. 오히려 더 잘 버티더라고요. 티도 많이 안 내고 이겨내려고 하는 모습들이 있어서... 그냥 그 자리는 누구나 질타를 받아야 될 그런 자리라고 얘기를 하면서, 그냥 뭐 신경 많이 안 쓰고 열심히 해서 다음에 더 잘할 수 있도록 하자고 그런 얘기했던 것 같아요.

김연경 선수가 지난 16일 오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나징유 배구 경기장에서 진행된 2016 리우올림픽 여자배구 8강 네덜란드전 패배 후 아쉬워하고 있는 모습.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 김현정> 그래요. 그러면서 하나둘 알려진 게 뭐냐하면 우리 배구 선수들이 경기에만 오롯이 집중하기에는 여러 어려운 여건들이 있었다, 통역도 따라가지 못해서 김연경 선수가 통역을 했다는 게 사실입니까?

◆ 김연경> 네, 뭐 제가 통역도 했고요. 통역도 했었고... 그런 것도 좀 힘든 게 있었죠.

◇ 김현정> 그러면 김연경 선수가 뭔가 전략을 짜고 이렇게 연습하고 있다가도 저쪽에서 통역이 필요하면 가서 통역하고 오고 이랬던 거예요?

◆ 김연경> 뭐 비슷하죠. 그런 식으로 선수들하고 얘기도 하고... 그리고 원래는 닥터라든지 의료진도 좀 따라가는 게 맞는데요.

◇ 김현정> 당연하죠.

◆ 김연경> 이번에 올림픽 ID카드가 부족해서 경기 외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다른 나라는 팀 닥터며 요리사며 다 같이 오는데 우리는 먹는 것도 안 맞아가지고 도시락 먹으면서 때웠다면서요?

◆ 김연경> 그래도 대한체육회에서 영양사라든지 이런 분들을 데리고 오셨어요. 그래서 다행히 그래도 도시락이라도 있어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 도시락 먹을 때 라면이라든지 이런 것까지 같이 끓여가지고 먹고. (웃음)

◇ 김현정> 라면은 누가 좀 끓여줬어요? 아니면 그것도 선수들이 끓인 거예요?

◆ 김연경> 컵라면이죠, 컵라면. 그래서 물 넣어가지고 먹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아이고 우리 선수들, 펄펄 날아야 되는 선수들인데, 그래도 이거라도 감사하면서 '야 이거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하면서 경기를 뛴 건가요?

◆ 김연경> 네, 그랬던 것 같아요.

◇ 김현정> 하다못해 침대 길이도 안 맞았다면서요?

◆ 김연경> 첫날 갔는데 침대가 너무 짧은 거예요. 침대가 되게 짧아가지고 발목이 침대 밖으로 나와서 처음에 되게 좀 불편했었어요. (웃음) 첫날, 둘째 날 까지 불편하게 자다가 결국 건의를 해가지고요. 침대를 늘려주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조금 편안하게 있었어요.

◇ 김현정> 이게 돈이 없어서 이렇게 된 겁니까? 아니면 무슨 다른 제약이 있었던 거예요?

◆ 김연경> 일단... 모르겠어요. 다른 나라에서 봤을 때 '왜 저 나라는 이럴까?'라고 생각이 들었을 거예요. 체육회나 그쪽에서 ID카드가 나와야지 선수촌에 들어갈 수 있는데 그 ID카드가 조금 부족했던 부분이라고 저는 알고 있고요. 그런데 그 부족한 부분을 협회에서 ID카드를 산다든지 다른 방법으로 어떻게든 데리고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것까진 안 된 것 같아요.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우리 양궁, 전 종목 석권한 양궁의 경우는 우리 선수들만을 위한 전용 휴게실을 리우에 따로 마련해줬답니다. 그런 세심한 지원 있었다는 거는 선수들이 알고 계세요?

◆ 김연경> 몰랐어요.

◇ 김현정> 모르셨어요. 지금 얘기 듣고는 어떠세요?

◆ 김연경> (웃음) 아, 금메달 딸 만하네요.

◇ 김현정> 부러우시죠?

◆ 김연경> 네, 부럽네요. 많이 부럽네요.

◇ 김현정> 도시락 먹어가면서 라면에 물 부어가면서 침대에 발목 튀어나와가면서 뛴 선수들이 보기에는... 왜 이렇게 차이가 나야 되나 국민들도 마음이 아픈데요. 그 열악한 환경에서도 꿋꿋이 끝까지 뛰어준 김연경 선수 지금 만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김연경 선수가 공격을 성공하고 나서 ‘으아’ 하면서 그 포효하는 모습. 저는 그게 그렇게 좋더라고요. 그 하고 나면 목 괜찮아요? (웃음) 안 쉬어요?

◆ 김연경> 목 많이 쉬죠. 항상 목이 많이 쉬어 있고 지금은 많이 좋아진 편이에요. 시합이 끝나면 목소리가 안 나올 정도로. (웃음) 지금은 많이 좋아진 편이에요.

◇ 김현정> 그게 일부러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의도를 가지고 기합을 넣는 겁니까? 그냥 자동으로 나오는 겁니까?

◆ 김연경> 자동으로 나오는 것 같아요. 한 포인트, 포인트에 모든 걸 다 걸고 한다고 생각을 하니까, 정말 그 한 득점이 고맙고 그 한 득점으로 분위기를 많이 끌고 오는 데 노력을 많이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아요.


여자배구 대표팀 김연경이 지난 6일 오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나징유 배구 경기장에서 진행된 2016 리우올림픽 여자배구 조별예선 1차전 대한민국-일본의 경기에서 득점 후 환호하고 있는 모습.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 김현정> 확실히 김연경 선수가 ‘으아’ 하고 나면 팀원들이 출렁출렁 살아나는 게 느껴져요?

◆ 김연경> 네, 항상 제가 살아나야지 모든 팀원들이 살아난다는 걸 느껴서 제가 항상 스타트를 항상 잘 끊으려고 노력을 하고, 첫 스타트를 잘 끊더라도 항상 파이팅을 좀 더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김현정> 그게 보여요. 그냥 TV로 보고 있어도 ‘아, 김연경 선수가 지금 분위기 다운됐는데 저거 끌어올리려고 노력하고 있구나. 일부러 펄쩍펄쩍 뛰고 있구나.’ 이런 게 다 느껴졌는데요. 대들보입니다. 다음 올림픽도 가능하면 뛰고 싶다 그러셨네요?

◆ 김연경> 저요? 네. 가능하면 뛰고 싶은데... 모르겠어요. 아직 4년 뒤 일이라서요. 뭘 확실하게 얘기는 못하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더, 진짜 여태까지 못 이뤘던 진짜 꿈이나 마찬가지인 메달을 따보는 게 꿈인 것 같아요.

◇ 김현정> 지난 아시안게임 때는 메달 땄는데, 따고 나서 김치찌개 회식 했다면서요?

◆ 김연경> 네. 김치찌개 먹었습니다.

◇ 김현정> 그 사진 보면서 짠하던데요. 이번에는 뭐 먹었어요, 경기 끝나고 나서?

◆ 김연경> 이번에는 아무것도 안 먹었습니다.

◇ 김현정> 아이고, 회식 없었어요?

◆ 김연경> 회식 없었습니다, 이번에 시합 끝나고.

◇ 김현정> 우리가 꿈은 꿀 수 있잖아요, 김연경 선수. 다음 올림픽에서는 지원도 좀 빵빵해지고 우리 선수들 기량도 더 좋아지고, 그래서 메달 떡하니 따고 무슨 회식 할까요?

◆ 김연경> 그냥 뭐 된다면 고깃집이나... 선수들하고 못 다한 이야기들이나, 선수들이랑 같이 함께할 수 있는 그런 자리만 있더라도 정말 감사할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래요. 이왕이면 우리 한우 등심으로 할까요? (웃음)

◆ 김연경> 좋은데요. (웃음)

◇ 김현정> 터키 가서도 건강 관리 잘하시고 잘 뛰시고요. 우리 4년 뒤에 소고기 등심파티할 수 있는 그날을 같이 기대해 보자고요.

◆ 김연경> 네. 알겠습니다.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 다시 한 번 고생하셨습니다.

◆ 김연경>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김연경 선수 여자 배구팀의 대들보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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