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역주의, 당무거부자, 추사과…" 더민주 전대 D-5, 김·이·추 난타전

세 후보 CBS라디오<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토론회 참석, 불꽃 설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상곤(왼쪽부터), 이종걸, 추미애 후보가 22일 서울 양천구 목동 CBS 스튜디오에서 'CBS시사자키' 주관으로 열린 토론회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당대표에 도전한 김상곤·이종걸·추미애 후보(이상 후보기호순)가 22일 CBS라디오<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가 마련한 특집 토론회에서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토론회는 세 후보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공통질문과 각각 다르게 주어지는 개별질문에 대해 답을 하거나, 후보 당사자가 직접 사회자 역할을 하며 다른 두 후보와 토론을 펼치는 상호토론 순서로 진행됐다.

이 날의 백미는 15분간 주어진 상호토론 시간이었다.

세 후보는 상호토론을 이용해 상대 후보의 약점을 집요하게 공략했고, 다른 두 후보도 물러서지 않고 맞받아치는 ‘난타전’이 계속됐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상곤 후보 (사진=박종민 기자)
◇ 김상곤 “‘문재인 불가론’ 이종걸, ‘야권연대 불가론’ 추미애는 안돼”

첫 번째 상호토론 주자인 김상곤 후보는 이종걸 후보의 ‘문재인 불가론’과 추미애 후보의 ‘야권연대 불가론’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김 후보가 ‘문재인 후보로는 대선 승리가 안된다’는 이종걸 후보의 라디오 인터뷰 발언을 ‘문재인 불가론’으로 규정하자 이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더민주가 호남에서 패배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문재인 싫어서 안철수 찍었다’는 말이 나온다”며 “저는 그것을 극복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불가론’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아까 말했듯 ‘문재인 강화론’이 맞는 것 같다”며 “공정하고 역동적인 경선을 통해 새로운 문재인을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후보가 “지지율 1위 대선후보인 ‘문재인 불가론’을 외치는 이 후보는 다른 당 후보라는 비판도 나온다”고 재차 공격하자, 이 후보는 “역동적인 경선 없이 후보를 뽑는다면 그 후보는 ‘무난히 질 수도 있는 후보’라고 생각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 후보는 전당대회 룰을 정하는 비대위원을 역임하다 막판에 후보로 나온 것에 대한 도덕성 논란에 대해 “시기적으로 그런 지적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원만한 김부겸 의원이나 원혜영 의원에게 출마를 권유하는등 그때까지는 출마 결정이 녹록치 않은 상태였다”며 결정이 늦게된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김 후보와 추미애 후보는 ‘호남포기’와 ‘3자필승론’을 놓고 공방을 펼쳤다.

김 후보는 추 후보의 출마선언문과 언론 인터뷰 등을 거론하며 “(추 후보가)호남포기론의 ‘포’자도, 3자 필승론도 말한 적이 없다고 했는데 참으로 기가 막혔다”고 비판했다.

추 후보는 지난 7월 출마선언문에서 ‘3자 대결을 해도 이길 수 있는 야당을 만들겠다’고 밝혔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는 국민의당을 ‘분열주의자’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추 후보는 “설령 3자 구도로 가더라도 지지층 통합을 하겠다. 우리 국민들은 공학적인 통합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한 건데 그 말을 자꾸 왜곡한다”고 반박했다.

‘친문 후보’로 간주되는 두 후보는 ‘문재인 마케팅’이란 단어를 놓고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김 후보가 “추미애 후보가 문제인 마케팅을 하는데...”라고 운을 떼자 추 후보가 “한 번도 문재인 마케팅을 한 적이 없다. 문재인 마케팅을 한 것은 김 후보”라며 맞받아친 장면이 그것이다.

추 후보가 김 후보의 ‘호남 대선후보론’과 ‘영남 당대표 필패론’ 등을 거론하며 ‘신지역주의’라고 역공에 나서자 김 후보는 “추 후보가 호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과 마찬가지 표현”이라고 반박했다.

김 후보가 지난 2009년 ‘노동법 날치기 논란’까지 거론하며 “반성할 생각이 없느냐”고 추궁하자, 추 후보는 “지난번 토론회에서 당시 남긴 속기록을 읽어보시고 나오시라 했는데 안 읽어보고 딴 말씀 하신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종걸 후보 (사진=박종민 기자)
◇ 이종걸 “김상곤은 정치 아마추어” 집요한 공세

호남 지지세가 절실한 이종걸 후보는 자신이 주도하는 상호토론에서 호남 출신 김상곤 후보를 겨냥했다.


김상곤 후보의 혁신안에 대해 ‘선무당이 사람 잡은 격’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것.

특히 혁신위에서 권역별로 시도당위원장을 뽑고 이들이 번갈아가며 최고위원을 역임하는 방식을 도입한데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 후보는 “계파 문제 혁파를 위해서라고 말했는데 이번 (시도당 위원장) 선거를 보면 계파 대립과 패권주의적 방식이 더 심화되고 있다”며 “정치에 대해 아마추어적인 소양이 드러난 것으로 보이는데 당 대표로 당을 잘 이끌어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후보는 “제 개인 의견이 아니라 이런 제도를 만든 것은 많은 정치인과 토론을 한 뒤 종합해 만들었고 계파 혁파의 의미가 높이 평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가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의 원인으로 혁신안을 지적하자 김 후보는 “안 전 대표가 내놓은 안도 좋아서 반영하려 했는데 안 전 대표가 탈당한 것을 보면 본인의 구상과 계획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김 후보 공략에 시간을 거의 소진한 이 후보는 추미애 후보에게 서울·경기광역시도당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특정 후보와 정치적 연대를 했느냐고 질문했고 추 후보는 “아니다. 제가 당통합을 그렇게 외쳤는데...”라며 단호하게 부인했다.

추 후보는 “당직은 당원이, 공직은 국민이 선출하는게 기본”이라며 “시도당 위원장은 당원의 선택인데 여기에 불복하겠다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추미애 후보 (사진=박종민 기자)
◇ 추미애 “이종걸 습관성 당무거부 당대표 어떻게 하려고...”

추미애 후보는 자신이 주관하는 상호토론 모두에서 지난 2009년 노동법 처리 과정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추 후보는 당시 노조법 처리를 솔로몬 왕의 재판에 비유하며 “아이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아이를 포기했던 생모의 심정으로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중재를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자신이 문재인 마케팅을 한다는 이종걸 후보의 지적에 대해서도 “이런 방식으로 저를 조롱 비하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이라며 이 후보의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추 후보는 자신을 신랄하게 비판했던 김상곤 후보에게 뜻밖에도 전기요금 누진체계 개편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김 후보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여러 형태로 감면이 이뤄지고 있는데 비해 가정용 누진제는 전기요금 불합리하게 짜여져 있다”며 “누진제를 완화하면서 가정용, 산업용, 상업용 전기요금 체계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고 추 후보는 “우리가 정권을 잡게 되면 전기요금 폭탄 맞을까봐 선풍기도 못트는 서민을 위해 기본전력소비량 개념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반면 이종걸 후보에게는 각을 세웠다.

지난해 말 원내대표 시절 안철수 전 대표의 혁신전대 수용을 요구하며 당무거부에 나선 것을 거론하며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악 관련 5법을 밀어붙이려던 시기에 ‘통합여행’이라고 작명을 우아하게 한 것에 대해 노동자들에게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요구하자 이 후보는 “‘추사과’라고 불러야 하겠다”며 꼬집었다.

이 후보는 노동법 통과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 들었고 추 후보는 이 후보가 원내대표 시절 두 차례 일으켰던 당무거부를 거론하며 팽팽히 맞섰다.

추 후보가 “이 후보는 지난해 ‘습관성 당무거부’를 하셨는데 당대표가 되시면 어떻게 할려고 그러느냐”고 지적하자 이 후보는 노동법 통과 당시 “의총을 열어서 당론을 만들었는데 다만 만든 당론이 추 후보의 생각과 달랐다는 말을 들었다”며 추 후보의 날치기 통과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김종인 현 비상대책위 대표의 공과를 평가해 달라는 공통질문에서 이종걸 후보는 당의 사고방식 혁신을 공으로, 독재형 리더십을 과로 지적했고, 추미애 후보는 안철수 탈당으로 혼란한 당 분위기를 다잡고 총선 체제로 전환시킨 것을 공으로 당 정체성을 소흘히 한 점을 과로 꼽았다.

김상곤 후보는 총선 승리를 가장 큰 공으로 권위적인 당운영을 과로 평가했다.

대선 전략을 묻는 질문에 추미애 후보는 강력한 지지층 통합, 김상곤 후보는 야권 연대, 이종걸 후보는 대세론 경계를 꼽았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