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립미술관의 새 수장, 김준기 관장의 포부

제주CBS 시사매거진 제주 인터뷰…"미술관은 전문가 아닌 도민 위한 곳"

■ 방송: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 FM 제주시 93.3㎒, 서귀포 90.9㎒ (17:05~18:00)
■ 진행자: 류도성 아나운서
■ 대담자: 제주도립미술관 김준기 관장

제주도립미술관을 이끌어갈 새 수장으로 김준기 예술과학연구소 소장이 임명됐습니다. 그동안 제주도립미술관은 행정공무원과 작가가 관장을 맡아왔지만 이렇게 전문 전시기획자가 관장으로 선임된 건 처음인데요. 김준기 신임관장은 1998년 가나 아트센터 전시기획을 시작으로 부산비엔날레 전시기획팀장, 부산시립미술관 큐레이터,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의 다양하고 폭넓은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경험들이 제주도립미술관의 정체성 확보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기대되는데요. 오늘은 제주도립미술관의 김준기 신임관장을 연결해서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 류도성: 관장님 안녕하세요? 우선은 이렇게 제주도립미술관 관장 공모에 응하게 되신 이유가 어떻게 될까요?

◇ 김준기: 제주도에 자주 다녀갔습니다. 올 봄에는 제주도립미술관 전시 리뷰 쓰느라고 다녀갔었구요. 그리고 미술계에 지금 현안이 많이 있습니다. 예술의 공공성이나 자율성에 관한 논의 이런 거 때문에 전국적으로 자율성과 공공성에 관한 논의가 한창인데요. 그래서 토론회를 열려고 토론회 준비차 제주도를 왔다 갔다 미술인들하고 만나고 있었어요. 그런데 공모소식이 들려서 주변 분들이 공모해보라고 격려해주셔서 공모하게 됐습니다.

◆ 류도성: 어떻게 보면 제주라는 새로운 곳에서의 활동, 기대도 되지만 긴장되거나 걱정되는 부분도 있을 거 같아요?

◇ 김준기: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가 개인적으로 큽니다. 그런데 걱정되는 것은 공공기관의 가장 핵심은 예산과 인력인데 제주도립미술관이 아직까지 신생미술관이라 그 한계를 깨는 것이 걱정입니다. 그러나 신생미술관이기 때문에 오히려 해야 할 일이 많고 그것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이 좀 덜어지긴 합니다.

◆ 류도성: 요즘 추세가 전문적인 전시기획자가 미술관의 관장을 맡는 흐름으로 바뀌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근데 왜 전문 전시기획자라는 부분이 많은 분들에게 기대감을 안겨줄까요?

◇ 김준기: 미술관이라는 기관이 아무래도 전시회가 가장 바깥으로 많이 드러나는 기관이지 않습니까? 그러다보니까 아무래도 전시를 전문적으로 기획한 그런 전문가가 미술관 관장으로서 디렉터십을 세우는 데 가장 각광받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데 미술관은 전시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 가지 일이 많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시기획자가 디렉터십을 세우는데 적임이기도 하지만 이른바 미술관, 박물관에 근무한 경력 그래서 미술작품의 수집, 보존, 연구, 전시 그리고 특히 교육에 이르기까지 그런 미술관, 박물관에 적합한 인물에 관한 이른바 박물관 전문가, 미술관 전문가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류도성: 도립미술관이 개관한 지 7년이 됐지만 아직 제주 미술의 구심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런 지적이 있긴 있거든요. 어떤 부분이 달라져야 한다고 보세요?

◇ 김준기: 제가 이전의 상황에 대해서 말씀드리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만 그러나 미술관이 제주도 미술의 구심점 역할을 부분적으로 해야 되는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미술인들이 미술관에 대한 기대가 크고 미술관의 역할이 있기 때문인 거죠. 그러나 저는 또 한편으로는 이 대목을 제가 미술관장으로 일하면서 약간 확장하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미술관은 예술가들을 상대하는 기관이 아니고 도민들에게 미술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미술관의 최대 이해 당사자는 미술가들, 작가들이 아니고 도민들인 거죠. 그래서 그 대목을 미술가들이 미술관에 대해서 기대하는 부분을 문화재단이라든가 이런 곳들하고 나눠서 분산하는 그런 정책을 써서 미술관의 역할과 재단의 역할, 예술가들에 대한 지원정책과 미술관이 해야 될 도민들에 대한 문화서비스 이런 역할들을 잘 분담했으면 좋겠습니다.

◆ 류도성: 제가 지금 관장님의 경력을 쭉 보고 있는데요. 작가 빼고는 미술계의 거의 모든 분야를 섭렵했다 이렇게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경력이 좋으신데 이런 능력들이 도립미술관 발전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제주도립미술관 김준기 관장 (사진=자료사진)
◇ 김준기: 저는 여러 가지 일들을 해왔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미술전문지 기자도 했었구요. 또 전시기획을 많이 했습니다. 공공미술 프로젝트, 국가단위 공공미술 프로젝트에도 관여해서 일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경험이 저는 제주도립미술관이 미술관 안쪽에서 뿐만 아니라 미술관 바깥에서도 미술문화를 확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까 제주도의 도정이 문화의 섬 제주도지 않습니까?

그러면 문화라는 것이 어떤 것이냐 실제적으로 왜냐하면 어떤 문화든 모든 곳에는 문화가 있기 마련 사람이 사는 곳에는 다 문화가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문화인지가 관건인데 그럴 때 문화의 섬 제주에 있는 문화를 만들어 내는 예술 여러 가지 정체성이 있겠지만 그런 것들을 만들어 낼 때 미술관 안쪽과 바깥을 유기적으로 연동하는 일이 필요할 텐데요. 저는 제 경험을 바탕으로 그런 일을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류도성: 일부에서는 조금 우려되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게 제주와는 큰 인연이나 연고가 없어서 지역 정서를 이해할 수 있을까 이런 말씀들을 하시거든요. 어떻게 보세요?

◇ 김준기: 네. 그래서 지역 정서에 대해서 많이 생각합니다. 이른바 지역성이요. 지역성을 구성하는 것이 여러 역사적 사건도 있고 생태환경도 있을 것이고 도시환경도 있을 것인데요. 그런 것들을 앞으로 학습을 잘 해나가겠습니다. 특히 지역정서 중에도 미술가들의 생각, 이 분들 한 분 한 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대략 200명 이상의 예술가들, 전업예술가들이 계시다고 들었는데요. 그 분들을 시간 두고 한 분 한 분 만나서 지역성, 지역정서에 대해서 말씀을 들을 생각입니다.


◆ 류도성: 미술가들의 생각을 말씀하셨는데 어떤 분은 이런 말씀 하시더라구요. 기존 관장들하고 다르게 어떤 파에도 치우치지 않고 열심히 작업하는 사람에게도 좀 기회를 줄 수 있는 분이었음 좋겠다.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구요.

◇ 김준기: 당연히 그렇게 해야죠. 왜냐하면 미술관은 일종의 사회로 치면 법원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 작품이 도립미술관의 컬렉션으로서 역사적 유물로 남을 가치가 있을까 없을까를 결정하는 기관이잖아요. 그러니까 사회로 치면 법원 역할을 하는 겁니다. 미술계에서 그런 점에서 공정, 공평하게 일을 해야 하는데 저는 아무래도 그런 치우침 없이 그런 일을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또 잘해야 되구요 그런 생각입니다.

◆ 류도성: 앞서서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도민들을 위한 기관이 돼야 한다는 얘기도 하셨는데 지역 작가들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 김준기: 일단 제주도 미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조사연구, 전시를 통해 그런 것들을 조명하는 일을 해야 되고 무엇보다도 저는 제주도의 지역성을 제주도 안에서 해결하려면 안 될 것 같아요. 손바닥 안에서. 그래서 이 지역성을 제주도 바깥과 교류하게 만드는 일을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전시기회가 한정되어 있으니까 아무리 많은 작가를 수용한다고 해도 다 담을 수는 없거든요. 그러나 이것을 제주도 바깥으로 교류의 관점에서 일을 풀면 그것이 정말 도립미술관이 잘 할 수 있는 일이고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류도성: 그리고 최근에 제주의 문화예술계가 많은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특히 제주로 이주해 오는 예술인이 상당히 많아졌는데요. 그러면서 제주의 문화의 폭이 넓어졌다 이런 얘기도 하고 있습니다만은 이런 변화의 흐름을 도립미술관이 어떻게 포용해나갈 수 있을지도 궁금하거든요.

◇ 김준기: 이 사회가 점점 정주개념에서 이주개념으로 바뀌어가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정체되어 있는 거 보다는 유동적이라는 게 우리 사회의 큰 변화인 것 같습니다. 제주도가 가장 유동적인 도시니까 그 유동성을 어떻게 미술관이 끌어안을 것인가가 현재 미술관 정책의 가장 중요한 방향이라고 보는데요. 따라서 인터로컬이라는 키워드를 말씀드려보고 싶습니다. 국가주의가 위험성이 많기 때문에 국가 앞에다가 인터를 붙여서 인터내셔널리즘 그러니까 국제주의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까?

국가주의를 넘어서는 국제주의, 상호국가주의처럼 로컬리즘 지역주의를 넘어서는 지역주의가 인터로컬리즘, 상호지역주의인거죠. 그래서 제주도로 넘어오는 예술가들과 또 우리 제주도 예술가들이 어떻게 바깥으로 뻗어나갈 것인가 이것들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 상호지역주의 인터로컬리즘일 텐데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제주도로 유입되는 예술가들은 상당히 희망적일 것이라고 봅니다. 그것이 지역주의를 상호지역주의로 전환하는 데 큰 에너지가 될 것이라 보고 그 에너지를 잘 끌어안는 이런 미술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 류도성: 미술관을 단순히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박물관의 의미로 좀 봐야 한다는 말씀도 하셨던데요. 도립미술관을 운영하는 데도 접목이 될 수 있겠죠?

◇ 김준기: 제가 여쭤볼게요. 미술관이 어떻게 표현되는지 아시나요? 아트뮤지엄입니다. 이것을 직역해본다면 어떻게 번역할 수 있을까요? 미술박물관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미술관이 일종의 박물관이라는 사실을 까먹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외국에서는 영어 표현에서는 뮤지엄을 그냥 통칭하지 않고 앞에 붙여줍니다. 히스토리컬 뮤지엄, 네이쳐 뮤지엄, 아트 뮤지엄 이런 식으로 그래서 무슨 뮤지엄인지가 중요한 거죠. 그런데 한국 같은 경우는 번역어가 바로 미술관 이렇게 되다 보니까 미술박물관 즉, 미술관이 박물관의 일종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박물관에는 역사박물관, 자연사박물관, 미술박물관, 문학박물관, 과학박물관 이런 식으로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어로 하면 박물관 이름 따로 있고, 미술관, 과학관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문학관도 생겼어요. 그러니까 이런 것들이 박물관 정책에 큰 오류가 생긴 겁니다. 박물관이라는 게 근대 국가를 근대 문화를 이루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까? 잘 아시다시피 프랑스 대혁명 끝나고 나서 루브르 궁에 있는 진귀한 물건들을 어떻게 처리할까 주인이 없어졌으니까요. 그러다가 이거 우리 모두의 것으로 합시다. 이게 박물관인 겁니다.

그전까지는 니꺼 아니면 내꺼만 있었잖아요. 그런데 우리 모두의 것이 생긴 겁니다. 이게 바로 공화주의잖아요. 우리 모두의 것 공화주의. 그러니까 정치의 공화주의뿐만 아니라 문화의 공화주의, 인식의 공화주의, 지식의 공화주의 그리고 또 감성의 공화주의. 우리 모두의 것이라고 하는 게 뮤지엄이고 박물관인 겁니다. 미술관도 일종의 박물관 인거구요. 그런 의미에서 제주도립미술관은 미술박물관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고 박물관의 기본을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류도성: 이제 좀 더 미술관이 문턱을 낮추고 문화의 시대에 맞는 역할을 해주길 도민들이 기대하고 있거든요. 어떤 얘기 할 수 있을까요

◇ 김준기: 저는 이 대목에서 언론이 중요한 역할을 해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술관의 홍보마케팅 역량이 지금의 조직이나 인력으로 봐서는 상당히 떨어지구요. 그래서 언론의 창을 통해서 미술문화가 대중과 만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른바 블록버스터 전시라고 하는 것들도 좋은 전시를 만들어서 도민들이 많이 올 수 있게 할 것이구요. 그런데 한 가지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다보면 수준이 낮아진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눈높이를 높이는 일을 함께 하겠습니다. 눈높이는 높이고 문턱은 낮추는 이런 역할을 함께해서 미술관의 활성화를 모색하도록 하겠습니다.

◆ 류도성: 최근의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미술의 경계라든지 미래가 희미해지고 있다 이런 얘기도 많이 하고 있는데 제주도립미술관의 정체성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 기울일 생각이세요?

◇ 김준기: 일단 역사적으로 보면 4.3이라고 하는 상처를 가진 곳이지 않습니까? 예술가들이 그 대목에 대해서 수십 년 동안 작업을 해오고 있구요. 그런 것을 도립미술관의 중요한 정체성 중 하나로 삼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고 물론 이것은 저희 연구실과 도정과 함께 의논을 해야 될 문제이기 때문에 차기의 문제라 하겠습니다. 또 하나는 제주도가 동아시아의 중심에 있지 않습니까? 지리적으로. 이 점을 살려서 동아시아 미술의 허브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해양문화 얘기를 많이 하고 있는데 문화의 섬에 실제로 해양문화가 강력하게 대두되고 있고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해양예술 프로젝트 같은 걸 구체화할 수 있도록 잘 의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류도성: 마지막 앞으로의 비전이나 각오가 있다면?

◇ 김준기: 제주도에 제가 부임받고 나서 제주도 텃세가 심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저는 일종의 철새처럼 날아 온 건데요. 제가 철새가 아니라 텃세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 하나는 건강한 생태는 텃새와 철새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게 건강한 생태 아니겠습니까? 그게 이제 개방성이고 상호성이니까요. 그런 점을 제가 처한 위치 새로 일하게 된 곳에서 새로 인연을 맺고 일하게 된 많은 분들과 어떻게 만나야 될까 어떻게 처신해야 될까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낮은 자세로 처신하고 많은 분들을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 류도성: 사회참여적인 미술활동에 꾸준하게 관심을 가져왔기 때문에 도립미술관의 변화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말씀도 많이 하시더라구요. 어떤 변화 기대할 수 있을까요?

◇ 김준기: 미술이 사실은 많이 변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미술의 모델, 이건 다 18, 19세기에 만들어진 서양 모델이거든요. 그래서 예술가는 작업실에서 그림이나 조각을 해야 되고 그 결과물들은 전시장에서 전시를 통해서만 만날 수 있다는 등식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요즘의 예술은 마을 속에서 예술이 있고 공동체 속에서 예술이 있고 공공장소의 예술이 있습니다.

이렇게 변화하고 있는 예술을 미술관이 어떻게 끌어안을 것인가가 숙제일 거 같아요. 그것이 바로 사회의 장으로 확장하고 있는 미술이라는 건데 그런 미술을 제주도립미술관이 끌어안고 시민들과 함께 미술문화를 나누고 확대하는 일을 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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