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결산⑤]구기종목의 몰락…’암흑기’가 시작되나

국민의 기대 컸던 단체 구기, 배드민턴 여자 복식 동메달이 유일한 수확

17일 동안 리우데자네이루를 뜨겁게 밝혔던 성화가 꺼졌다. 사상 최초로 남미 대륙에서 열렸던 리우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새로운 세상'이라는 뜻의 '뉴 월드(New World)'를 슬로건으로 이번 대회는 전 세계 206개 나라, 1만500여 명의 선수가 열전을 펼치며 우정을 다졌다.


대한민국 선수단도 세계와 당당히 겨루며 '스포츠 코리아'의 위상을 높였다. 비록 금메달 10개 이상, 종합 10위 이내의 목표에는 살짝 못 미쳤지만 절반의 성공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부족한 나머지 1개의 금메달은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당선으로 채우고도 남았다. CBS노컷뉴스는 17일 동안의 감동과 환희의 리우올림픽을 돌아본다.[편집자주]

손흥민의 눈물은 2회 연속 올림픽 메달에 도전했던 한국 축구의 아쉬운 결괄르 분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사상 첫 남미 대륙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은 많은 목표를 세웠다. 특히 국민의 큰 관심을 받는 남자 축구는 사상 첫 2회 연속 올림픽 메달을, 세계 최고의 여자 배구선수 김연경(페네르바체)을 앞세운 여자 배구는 40년 만의 메달 획득을 기대했다. 단체 구기종목의 출전이 앞선 대회보다 적었지만 메달 기대감은 여전했다.

하지만 조별예선을 1위로 통과하며 기대감을 더 끌어올렸던 남자 축구는 8강에서 온두라스에 패해 2회 연속 올림픽 메달 획득 도전에 실패했다.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후 40년 만에 올림픽 시상대에 오르겠다던 여자 배구 역시 8강에서 한 수 아래로 여겼던 네덜란드에 막혔다.

국내에 프로리그를 운영하는 두 종목은 비록 메달 도전은 실패했지만 '조별예선 통과'라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여자 핸드볼과 여자 하키는 조별예선서 부진한 성적에 그치며 일찌감치 짐을 쌌다.

유독 단체 구기 종목의 올림픽 참가가 적었던 이번 대회의 아쉬운 성적은 대회 전부터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다. 하지만 개인종목의 메달 획득과는 별개로 단체 구기종목을 향하는 국민적 관심이 더 컸다는 점에서 실제 대회가 개막한 뒤 부진한 성적은 더욱 아쉬움이 컸다.

세계 최고의 여자선수로 평가받는 김연경(오른쪽 두 번째)을 앞세워 40년 만의 올림픽 메달 도전에 나섰던 여자배구는 부족한 지원에 다시 한 번 고개를 떨궜다.(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 단체 구기종목의 예견된 몰락

다시 한 번 ‘우생순’ 신화를 꿈꿨던 여자 핸드볼은 조별예선서 1승1무3패에 그치며 6개국 가운데 5위로 8강 진출이 좌절됐다. 남자 핸드볼의 올림픽 출전이 무산된 데다 4년 전 4강에 오르고도 메달을 가져오지 못한 탓에 그 어느 때보다 메달을 향한 각오는 컸다. 하지만 감독조차 역대 최약체라고 평가하고, ‘에이스’ 김온아(28.SK슈가글라이더즈)가 또 다시 부상으로 조기 이탈하는 악재가 겹쳤다.

여자 하키는 조별예선서 1무5패 최하위에 머물렀다. 남자 하키의 올림픽 출전이 무산돼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이후 연속 출전이 ‘5’에서 멈췄지만 여자하키는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고, 지난해 월드리그에서 2위에 오르며 20년 만의 메달을 공식 목표로 삼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4년마다 한 번씩 쏟아지는 국민의 큰 관심을 그리워했던 하키와 핸드볼은 ‘공은 둥글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앞세워 메달에 도전했다. 하지만 체격의 열세는 물론, 제한적인 선수층 속에 벌어진 세계적 수준과 격차는 기대 이상으로 컸다. 기적은 없었다.

‘효자 종목’이라는 기분 좋은 호칭을 달고 살았던 탁구와 배드민턴 역시 리우에서 고개를 떨궜다. 탁구는 1988년 서울 대회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처음으로 메달 없이 대회를 마쳤다. 배드민턴은 세계랭킹 상위 선수들이 줄줄이 탈락의 고배를 마시는 가운데 여자복식의 정경은(26·KGC인삼공사)-신승찬(22·삼성전기) 조가 동메달 1개를 가져온 것에 만족해야 했다.

개인 구기 종목에서는 116년 만에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돌아온 여자 골프의 박인비(28.KB금융그룹)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단체 구기종목의 부진한 성적을 만회하기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정몽규 리우 올림픽 선수단장은 "이번 대회에서 영국과 일본의 약진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도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투자 지원책을 마련하고 과학적인 훈련 및 새로운 전략 도입, 우리 체질에 맞는 선택과 집중, 해외 사례 벤치 마킹 등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이번 대회의 아쉬움을 극복할 해법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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