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결산②] "할 수 있다" 기적을 연출한 태극전사들

박상영, 펜싱 에페서 대역전 드라마…진종오도 7위에서 금빛 도약 '미라클'

17일 동안 리우데자네이루를 뜨겁게 밝혔던 성화가 꺼졌다. 사상 최초로 남미 대륙에서 열렸던 리우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새로운 세상'이라는 뜻의 '뉴 월드(New World)'를 슬로건으로 이번 대회는 전 세계 206개 나라, 1만500여 명의 선수가 열전을 펼치며 우정을 다졌다.

대한민국 선수단도 세계와 당당히 겨루며 '스포츠 코리아'의 위상을 높였다. 비록 금메달 10개 이상, 종합 10위 이내의 목표에는 살짝 못 미쳤지만 절반의 성공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부족한 나머지 1개의 금메달은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당선으로 채우고도 남았다. CBS노컷뉴스는 17일 동안의 감동과 환희의 리우올림픽을 돌아본다.[편집자주]

펜싱대표 박상영이 9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에페 결승전에서 헝가리 제자 임레 누르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박상영 선수가 9대12으로 지고 있던 2라운드가 끝난 휴식시간에 승리의 주문을 외우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지난 10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카리오카 제3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개인전 결승.

한국 펜싱 대표팀의 막내 박상영은 게자 임레(헝가리)에게 2라운드까지 9-13으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때마침 올림픽 중계 카메라가 3라운드를 앞두고 있는 박상영을 비추었다. 박상영은 눈을 감고 마치 주문을 외우듯이 혼잣말을 되뇌이고 있었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입 모양을 통해 그가 하는 말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박상영은 "할 수 있다"는 말을 반복했다.

10-14까지 몰렸다. 1점만 더 내주면 금메달의 꿈이 사라지는 절체절명의 위기. 에페 경기는 사브르와 달리 동시 타격이 가능하기 때문에 스코어가 한번 벌어지면 좀처럼 역전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박상영은 기적을 일으켰다. 10-14에서 내리 5점을 뽑아 대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펜싱장 현장은 충격과 전율로 가득 찼다.

박상영이 2016 리우올림픽 대회 초반에 보여준 근성, "할 수 있다"는 자신감 하나만으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기적은 이후 한국 선수단을 상징하는 가치가 됐다.

바로 다음날인 11일 올림픽슈팅센터에서 남자 50m 권총 결선이 열렸다.

진종오가 올림픽 사격 사상 최초이자 한국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한 종목 개인전 3회 연속 우승에 도전한 경기였다.

진종오는 부진했다. 경기 중반 6.6점이라는 믿기 힘든 점수를 기록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이후 6점대 근처 과녁은 쏴본 적이 없는 진종오다. 8명이 출전한 결선에서 순위가 7위까지 떨어졌다. 조기 탈락의 위기에 몰렸다.

"진종오답게 쏘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이후 10점대 사격이 연거푸 나왔다. 마지막 2발을 남기고 1위로 올라섰고 결국 대망의 올림픽 3연패를 이뤘다. 진종오는 "6.6점 사격이 날 깨워준 내 인생의 한발"이라며 웃었다.

이처럼 박상영과 진종오가 어려울 것 같았던 목표를 극적으로 달성했다.

2016리우 올림픽에서 양궁 전종목을 석권한 대한민국 양궁대표팀이 13일 오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코리아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을 마친뒤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한국 양궁 대표팀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양궁 최고", "한국이 양궁 4개 종목을 싹쓸이할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관심과 싸웠다. 올림픽마다 잘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양궁 대표팀에 늘 큰 부담이었다. 남들에게는 쉬워보이는 일을 막상 현실로 만든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런데 양궁 대표팀이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양궁 남녀 단체전과 남녀 개인전을 석권했다.

세계랭킹 1위 최미선과 런던올림픽 2관왕 기보배가 결승에 오르지 못했지만 장혜진이 금메달을 따 여자 양궁의 올림픽 싹쓸이를 완성했다.

김우진이 랭킹라운드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고도 개인전에서 조기 탈락한 것처럼 남자부 개인전에서도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승부가 계속 됐다. 구본찬이 이겨냈다. 20년만에 남자 양궁 올림픽 2관왕이 나왔다.

진정한 골프 여제로 등극한 박인비의 여자골프 금메달도 감동의 반전 드라마였다.

박인비는 대회 2라운드부터 선두로 치고나가 2위에 무려 5타가 앞선 16언더파의 기록으로 116년만에 올림픽으로 돌아온 여자골프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회를 앞두고 우려가 많았다. 허리와 손가락 부상 탓에 올시즌 내내 부진했다. 박인비도 "나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고 고백했을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러나 올림픽 출전을 결심한 순간 "이게 끝이라고 생각했다"며 누구보다 많은 훈련을 했고 그 결과 '골프 여제'의 진가를 전세계에 확인시켰다.

포기하지 않은 근성은 기적과 감동을 이끌어낸다. 한국 국가대표 선수단이 2016년 8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증명한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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