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위 박인비는 21일(한국 시각) 브라질 올림픽 골프코스(파71 · 6245야드)에서 끝난 마지막 4라운드에서 버디 7개, 보기 2개로 5타를 줄였다. 최종 합계 16언더파로 세계 1위이자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를 5타 차로 여유있게 따돌렸다.
우승이 확정된 순간 박인비는 두 손을 번쩍 치켜들고 승자의 기쁨을 만끽했다. 아쉽게 1타 차로 동메달을 놓친 양희영(27 · PNS창호) 등 동료들은 맏언니의 금메달을 축하했고, 박세리 감독(39 · 하나금융그룹)은 감격의 눈물을 지었다.
박인비는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라 태극기를 바라보며 애국가를 뿌듯하게 들었다. 금메달을 목에 건 박인비의 양 옆에는 은, 동메달을 목에 건 리디아 고, 펑산산(중국)이 서 있었다.
이들 역시 어떤 선수들 못지 않게 올림픽 우승에 대한 열망이 컸지만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김세영은 최종 1언더파 공동 25위에 머물렀고, 전인지는 5언더파 공동 13위에 자리했다.
김세영은 "아, 엄청나게 아쉽다"고 진한 여운이 묻어나는 소감을 밝혔다. "실력 대로 쳤고, 모든 준비를 다한 자세로 임했다"고 했지만 욕심이 많았다.
꿈에 그리던 올림픽이었기 때문이다. 김세영은 "어릴 때 유도 이원희, 최민호 선수의 금메달을 보고 올림픽에 꼭 나가고 싶다고 생각했다"면서 " 골프의 올림픽 합류가 결정된 중학교 때부터 꼭 나가고 싶다는 꿈을 꿨다"고 말했다. 이어 "올림픽이라는 대회는 시간적으로나 의미로나 꼭 주어진 상황에서만 할 수 있으니까 집착 아닌 집착 들어갔다"고 반성했다.
살짝 귀여운 도발(?)도 했다. 김세영은 "4년 뒤 도쿄에서도 인비 언니가 있을까요?"라고 취재진에게 반문했다. 4년 뒤면 박인비는 32살이 된다.
이날 경기 후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박인비는 "도쿄올림픽까지 내가 (선수 생활을) 하고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하긴 했다. 역시 4년 뒤 30대가 되는 양희영도 "그때는 나이를 많이 먹는다"면서 "한국에 대단한 선수들이 많다"고 살짝 양보의 미덕을 언급했다.
김세영과 함께 전인지가 주역이 돼야 한다는 의미일 테다. 전인지 역시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도쿄올림픽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냈다.
전인지는 "올림픽 팀원으로 참가한다는 것만으로 굉장히 큰 영광이었다"면서 "올해 가장 큰 목표였는데 플레이 하니까 너무 행복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곧이어 "조금 더 잘 해서 응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조금이나마 기쁨을 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부분이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아쉬움은 4년 뒤를 다짐하며 가슴에 묻었다. 전인지는 "플레이를 하면서 금메달에 대한 욕심이 더 커졌다"면서 "다음 기회에 출전하면 금빛 목걸이를 걸고 금메달을 깨물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의지를 다졌다.
4년 뒤 김세영과 전인지는 박인비, 양희영처럼 20대 중후반 전성기에 이른다. 도쿄올림픽에서 박인비가 물려줄 여제의 왕관을 누가 쓸지 지켜볼 일이다.(이들이 부진하다면 박인비가 다시 왕관을 쓸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