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낙청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이 20일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고 김대중 대통령 서거 7주기 기념 토론회 '사드 배치, 국회와 국민은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 자신이 전한 인사말의 일부다. 이 토론회는 앞서 18일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렸다.
백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결과가 어찌 되건 주권자를 이렇게 무시하는 국가권력을 우리 시민들은 정상적인 국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더구나 이번에도 국민을 무시한 정부의 처태가 가뜩이나 어려운 민생과 한국경제에 추가적으로 심대한 타격을 주지 않을까 우려됩니다"라고 역설했다.
이어 "많은 국민은 이미 행동에 나섰고 사드문제가 단순히 사드문제만이 아님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국회가, 적어도 야3당만이라도 이에 부응하는 것이 다음 차례입니다. 물론 국민 각자도 더 연마하고 적공할 여지가 많습니다"라며 "그중 하나가 이런 토론회에서 나오는 훌륭한 의견을 경청하는 동시에 발언자나 청중 자신이 얼마나 비상시국에 걸맞은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는지를 매섭게 성찰하는 일일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아래에 백 이사장의 인사말 전문을 전한다.
토론회 '사드 배치, 국회와 국민은 무엇을 할 것인가' 백낙청 이사장 인사말 전문 |
고 김대중 대통령 서거 7주년 기념 토론회에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와 환영의 인사를 드립니다. 한미당국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응하는 문제를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사드 배치의 문제점은 이미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지적됐습니다. 한반도평화포럼에서는 일반시민이 이해하기 쉽게 8문8답 형태로 ‘한반도의 아침’ 호외를 발행한 바도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처럼 각계의 식견 높은 분들을 한자리에 모시고 새로운 사태진전을 감안해가며 토론하는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고 믿습니다. 저 자신은 전혀 전문가가 아니기에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지금은 비상한 시국이므로 전문가든 정치인이든 일반시민이든 비상시국을 올바로 인식하고 평상시와는 좀 달리 움직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연구자를 예로 들면, 평상시에는 열심히 연구해서 그 성과를 누구의 눈치도 안 보며 발표하여 여론과 정책에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족할 것입니다. 물론 비상시국에도 이 기본임무는 변하지 않습니다. 비상시국이라고 해서 평상심을 잃지는 말아야 하니까요. 그런데 예의 비상시국이 바로 정부가 전문가와 건전한 여론을 철저히 외면하고 특히 남북관계에서는 대다수 전문가들이 하지 말라는 일만 거의 골라서 해왔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면 어찌할까요? 실제로 이명박정부에 이어 박근혜정부도 북핵 폐기를 대화의 실질적인 전제조건으로 고집하면서 핵 문제가 악화 일변도로 진행되었고, 개성공단을 하루아침에 폐쇄함으로써 북측이 항복하거나 붕괴하지 않는한 대화재개가 거의 불가능해졌으며, 드디어는 국민도 국회도 현지주민도 깡그리 무시한 채 사드배치마저 결정해버렸습니다. 정책당국이 머리가 너무 나빠서 이러는 것이라면 열번 스무번이고 같은 이야기를 해주는 친절도 전문가의 책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모두 바보들일까요? 오히려 남북의 화해와 협력이 저들의 파당적 이해관계와 기득권수호에 위협이 된다는 현실을 매우 영리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요? 6월항쟁 이래 국민이 피와 땀으로 일구어온 민주헌정을 군사반란이 아니라 헌정장치의 집요하고 교묘한 악용을 통해 무너뜨리는 ‘저강도 쿠데타’를 위해서는 남북대결과 종북 몰이가 한결 이롭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체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전문가가 자기 전공분야에서의 연구만 하는 것은 한가한 일이요 민주시민으로서의 직무유기일 수 있습니다. 마땅히 ‘저강도 쿠데타’의 진행 여부를 아울러 검토해야 하고 그런 사태가 실제로 진행중이라면 어떻게 이를 저지하고 일대 전환에 해당하는 진정한 정상화를 이룩할지도 연마해야 할 것입니다. 정치인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정상적인 민주헌정이 작동하는 상황이라면 국회에서 여야가 적당히 상호비판하고 나눠먹기도 하다가 당내 절차를 거쳐 선정된 후보들끼리 다음 대통령 자리를 다투는 것으로 족합니다. 현실정치의 전문가들답게 선거승리의 정치공학에 골몰하는 일만 남는 거지요. 그러나 정권교체를 지향한다는 야당정치인들의 ‘평상시적’ 태도 자체가 정부 여당이 이제까지 추진해왔고 4.13총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결코 포기하지 않은 민주헌정파괴 작업에 일조해왔다면 어찌할까요? 종북 프레임에 걸려들면 정권교체가 힘들어진다는 정략이 도리어 종북 프레임의 위력을 더해주고, 제1야당이 내놓는 후보를 다수 국민이 안 찍어주지 못할 거라는 달콤한 계산이 결국 선거패배의 쓴맛을 안겨주지 않을까요? 국민들 자신은 지금이 비상시국이요 속된 말로 난리통이라는 걸 실감하고 있습니다. 세월호참사를 겪은 가족들과 시민들은 국가가 그래서는 안되는데 갈수록 더 못되게 군다는 진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정부의 무도한 ‘갑질’은 민생의 파탄으로 이어져 극소수의 부유층을 빼고는 살림살이가 날로 고통스러워지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은 이 현실에 ‘헬조선’이라는 이름을 달아주었는데 그것은 청년층뿐 아니라 노년층과 장년층이 공유하는 현실입니다. 그 와중에 성주군민들은 사드배치라는 날벼락을 맞았는데 성주 배치 반대를 넘어 한반도 배치 자체를 반대하는 놀라운 결단으로 전국적인 공감을 사고 있습니다. 결과가 어찌 되건 주권자를 이렇게 무시하는 국가권력을 우리 시민들은 정상적인 국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더구나 이번에도 국민을 무시한 정부의 처태가 가뜩이나 어려운 민생과 한국경제에 추가적으로 심대한 타격을 주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국민이 이미 성취한 의식수준을 야당 정치인들이 수용하고 북돋우지 못한다면 2017년 대선에서도 유권자는 다시 한번 그나마 덜 불안한 낡은 세력, 본질은 낡았지만 분명히 분장(扮裝)을 고쳐 하고 온갖 거짓 약속을 거리낌없이 들고나올 집권세력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 당장 세월호특조위 문제라든가 사드 문제 등 현안대응에서 국민들에게 ‘대전환’의 희망과 용기를 주며내년의 대선후보를 검증하고 선정하는 과정 자체가 활기와 감동으로 국민적 열기를 모아내는 정치만이 비상시국을 돌파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토론회의 주제가 ‘사드 배치, 국회와 국민은 무엇을 할 것인가?’입니다. 말씀드렸듯이 많은 국민은 이미 행동에 나섰고 사드문제가 단순히 사드문제만이 아님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국회가, 적어도 야3당만이라도, 이에 부응하는 것이 다음 차례입니다. 물론 국민 각자도 더 연마하고 적공할 여지가 많습니다. 그중 하나가 이런 토론회에서 나오는 훌륭한 의견을 경청하는 동시에 발언자나 청중 자신이 얼마나 비상시국에 걸맞은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는지를 매섭게 성찰하는 일일 것입니다. 끝으로 오늘 토론회를 공동주최하시는 김대중평화센터, 노무현재단,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측과 실무적인 준비를 해주신 여러분, 발표와 토론, 사회를 맡아주신 모든 분들, 그리고 귀한 걸음을 해주신 청중 여러분께 두루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