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는 이날 브라질 올림픽 골프코스(파71 · 6245야드)에서 펼쳐진 최종 4라운드 마지막 18번홀에서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뒤 두 팔을 번쩍 들며 여제 등극을 자축했다. 세계 랭킹 1위이자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와는 5타 차, 완벽한 승리였다.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박세리 대표팀 감독(39 · 하나금융그룹)은 눈물을 쏟았다. 역사적인 금세기 첫 올림픽 금메달의 주인공을 배출한 감격과 대회를 준비하는 동안의 고충들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박 감독은 "우리 팀 모두 부담이 컸다"면서 "그럼에도 고맙게 잘해준 후배들에게 너무 감사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후배들 덕분에 사령탑에 올랐는데 여자 대표팀 감독으로서 역대 최고의 순간"이라며 벅찬 표정을 지었다.
어린 시절 박 감독은 골프 선수로서 담력을 키우기 위해 혼자 공동묘지를 다녀온 일화로 유명하다. 이른바 '멘탈갑'으로 불리는 박 감독도 울린 금메달이다. 박 감독은 "1997년 US오픈 이후 경기 끝나고 운 적이 거의 처음인 것 같다"며 감회에 젖었다.
그동안의 과정을 보면 박인비도 충분히 눈물이 쏟아질 만큼 힘겨웠다. 올 시즌 내내 박인비는 허리와 왼 엄지 인대 부상으로 고전했다. 대회 기권과 컷 탈락 등이 이어지면서 세계 랭킹도 2위에서 5위까지 떨어졌다.
박인비도 마음고생이 심했다. 경기 후 국내 취재진과 만난 박인비는 "사실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고 털어놨다. 아픈 몸 상태로 나갔다가 성적이 좋지 않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인비는 "만약 나가지 않으면 최소한 욕은 먹지 않으니까"라고 고심했던 상황을 돌아봤다.
부상 후유증으로 폼도 많이 흐트러졌다. 박인비는 "스윙에서 자신감 많이 떨어졌다"면서 "부상이 오면서 내가 원하지 않는 동작이 나왔다"고 돌아봤다. 이어 "스윙이 작아지고 비거리가 짧아져 남편과 같이 멘붕(멘탈 붕괴)에도 빠졌다"고 덧붙였다.
눈물이 나지 않은 것은 이런 강인한 성격 때문일까. 박인비는 "경기 후 안 보이는 데서라도 울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아니요"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이어 "원래 이상하리만치 눈물이 안 나서 나도 좀 이상하긴 하다"면서 "속에서 분명 울컥하고 눈물이 나올 법한데 눈물샘이 말랐는지…"라며 웃었다.
최근 7개월 동안 운 적이 없다. 박인비는 "언제 울었는지 기억이 잘 나질 않을 정도"라면서 "올해 1월 시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가 마지막이었다"고 말했다.
남편 남기협 티칭프로(35)가 프로포즈를 할 때도 "울지 않았다"는 박인비. 골프 여제의 마음은 웬만해선 흔들리지 않는 강철로 된 멘탈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