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16년 만에 올림픽에서 부활한 여자 골프에서 시상대 맨 위에 우뚝 섰다. 1900년 이후 최초의 올림픽 챔피언이라는 영광스러운 칭호를 얻었다.
박인비는 20일(현지 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골프코스(파71 · 6245야드)에서 펼쳐진 '2016 리우올림픽' 골프 여자부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7개, 보기 2개로 5타를 줄였다. 최종 합계 16언더파로 우승을 차지했다.
세계 랭킹 1위이자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를 5타 차로 누른 완벽한 금메달이었다. 10언더파의 펑산산은 일찌감치 금메달을 포기하고 은메달을 노렸지만 리디아 고에 밀렸다.
1900년 파리 대회 이후 116년 만의 여자 골프 금메달이다. 특히 박인비는 남녀 골프를 통틀어 최초로 4대 메이저 대회와 올림픽을 석권하는 '골든 슬램'을 달성했다.
박인비는 지난해 브리티시오픈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그랜드슬램의 마침표를 찍었고, 올해 LPGA 명예의 전당 입회 자격 획득과 함께 더 큰 경사를 누렸다. 112년 만에 올림픽에서 부활한 남자 골프는 비(非) 그랜드슬래머 저스틴 로즈(영국)의 우승으로 끝났다.
시상식 뒤 기자회견에서 박인비는 "준비하는 데 정말 힘들었는데 금메달을 따내서 정말 기쁘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함께 경쟁했던 리디아 고도 "박인비 선수가 환상적이고 놀라운 플레이를 펼쳤다"고 축하했다.
힘겨운 과정이었다. 올 시즌 박인비는 허리와 왼 엄지 인대 부상으로 내내 고전했다. 우승이 한 차례도 없었고, 기권과 컷 탈락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박인비는 "올 시즌 부상으로 스윙이 많이 흐트러졌다"면서 "흐트러진 스윙 잡는 게 급선무였다"고 말했다. 이어 "(올림픽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장담을 못했다"면서 "부상 여파로 인해 원하지 않은 동작도 나왔고, 거리도 쳐보니 준 부분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굴하지 않았다. 박인비는 "한 달 전부터 준비하면서 남편 선배인 코치와 스윙을 잡아갔고, 찬스에 자신감이 생기면서 버디 기회를 잡은 원동력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내 자신한테는 한계에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올림픽에 도전했다"면서 "결과가 어떻더라도 후회하지 않는 올림픽을 해보고 싶었다"고 출전 배경을 설명했다. 박인비는 또 " 올림픽 정신이 한계에 도전한다는 것"이라면서 "올림피언으로서 도전해보자는 겸허한 마음으로 임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강조했다.
경기 내내 놀라운 인내심과 평정심을 보였다. 얼굴색이 바뀌는 일이 없었다. 박인비는 "얼굴에서 나오는 표정은 (마인드) 컨트롤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아니고 마음 속을 꾸밈없이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힘들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 박인비는 "이번 주는 다른 어느 때보다 긴장하고 긴 4라운드였다"면서 "메이저 대회보다 길게 느껴지고 골프는 왜 이렇게 긴 운동이지? 생각했다"고 마음 고생을 털어놨다.
그러나 극복해냈다. 박인비는 "그동안 하던 대로 하자고 속에서 얘기했다"면서 "다른 메이저 대회나 중요한 대회에서 했던 것처럼 최대한 똑같은 루틴으로 하자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라를 대표해서 하는 것인 만큼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신중을 기하고 했다"면서 "그런 생각이 내 안에서 생겨났던 것 같고, 정신적, 체력적으로 많이 긴장했지만 보람과 가치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우승 순간 떠오른 사람은 누굴까. 박인비는 "사실 딱 한 사람이 생각나지 않았다"면서 "이 자리에 있기까지 많은 분들, 또 국민 여러분과 코스에 와서 응원해주신 분들, 남편, 부모님 정말 많았다"고 돌아봤다. 이어 "새벽인데도 한국에서 응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하다 꼭 말씀드리고 싶다"는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모두의 기대와 염원으로 이룰 수 있었다. 박인비는 "혼자만으로 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하늘의 뜻도 있었고, 주변 도움 있어서 생긴 자리"라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이어 "나 혼자만 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고 힘주어 말했다. 진정한 골프 여제다운 인터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