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역주였다.
야마가타 료타-이즈카 쇼타-기류 요시히데-캠브리지 아스카가 이어 달린 일본은 37초60의 아시아신기록(종전 37초68)으로 400m 계주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동메달을 넘어선 아시아 최초 400m 계주 은메달이다.
4명 모두 100m 최고 기록이 10초대였다. 기류는 10초01, 야마가타는 10초05, 캠브리지는 10초10, 이즈카는 10초22가 개인 최고 기록이었다.
반면 미국은 9초74의 저스틴 개틀린을 비롯해 4명 모두 9초대였다. 당연히 자메이카와 미국의 2파전이 예상된 가운데 일본이 깜짝 은메달을 획득했다. 미국은 레인 침범으로 실격까지 당했다.
훈련과 전술의 승리였다.
가장 먼저 일본은 바통 터치를 갈고 닦았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이후 0.01초를 줄이기 위해 장기인 언더핸드 기술을 더 연마했다.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언더핸드 패스는 기존 오버핸드 패스보다 주자 간 거리는 좁지만, 가속을 유지하면서 바통을 주고 받을 수 있다. 여기에 바통을 받는 주자가 팔을 뒤로 쭉 뻗도록 해 언더핸드 패스의 약점도 어느 정도 보완했다.
무엇보다 철저한 연습으로 1~2주자의 거리는 15~20m, 이후 10~15m에서 바통을 연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 거리를 두 주자 간 속도의 '최대공약수'라고 표현했다.
순서에도 신경을 썼다. 런던 올림픽 멤버인 야마가타와 이즈카를 1~2번 주자로 세우고, 에이스 기류를 3번 주자로 내세웠다. 마이니치신문은 "열쇠는 3번 주자였다. 서서히 가속하는 1번 주자와 곡선을 빠르게 도는 주력이 필요하다. 또 경험이 부족한 4번 주자 캠브리지의 부담을 덜어줄 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야마가타는 "역사를 만들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고, 이즈카는 "2020년 도쿄 올림픽이 있기에 더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또 기류는 "최고의 날"이라고 기뻐했고, 캠브리지도 "3명이 완벽하게 이어 달려 무조건 메달을 딸 거라는 마음 가짐으로 달렸다"고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