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주먹질에 메달 내던지고' 역대 올림픽 비매너 행동들

올림픽 정신이 무엇인지 보여준 여자 5000m 경기. (IOC 트위터 캡처)
2016년 리우 올림픽 육상 여자 5000m 예선 2조 경기. 2500m 지점을 통과할 때 니키 햄블린(뉴질랜드)이 넘어졌다. 뒤 따르던 애비 다고스티노(미국)도 햄블린의 발에 걸려 트랙 위를 뒹굴렀다. 머리를 감싸쥐고 좌절하던 햄블린에게 어찌보면 피해자였던 다고스티노가 다가갔다.

"일어나, 끝까지 달려야지"

햄블린은 다시 일어나 달렸지만, 그 순간 다고스티노가 오른쪽 다리를 절뚝이며 쓰러졌다. 이번에는 햄블린은 다고스티노를 일으켜 세웠다. 둘은 예선 통과 여부와 상관 없이 마지막으로 결승선을 통과했고,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우정, 연대, 페어플레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태권도 남자 68kg급 이대훈(24, 한국가스공사)도 좋은 예다다. 8강에서 아흐마드 아부가우시(요르단)에 패한 뒤 고개를 숙이는 대신 박수와 함께 아부가우시의 손을 번쩍 들어줬다. 금메달 후보의 충격패였지만, 승자에 진심 어린 축하를 보냈다.

하지만 올림픽에서도 눈살을 찌푸리는 장면들이 종종 나온다. 올림픽 정신보다는 '승리'에만 집착하기 때문이다. 미국 ESPN은 20일(한국시간) 역대 올림픽에서 올림픽 정신에 어긋났던 대표적인 장면들을 꼽았다.

◇폭력

2012년 런던 올림픽 남자 농구 프랑스와 스페인의 8강전. 니콜라스 바텀(프랑스)는 경기 도중 후안 카를로스 나바로(스페인)의 사타구니 쪽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스페인 선수들의 플라핑에 화가 난 바텀은 폭력으로 화풀이를 했다. 당시 바텀은 "플라핑에 대한 복수"라고 말했지만, 이내 "멍청한 행동이었다"고 사과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선수가 심판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태권도 남자 80kg 초과급 동메달결정전에 출전한 앙헬 마토스(쿠바)는 심판 판정에 불만을 드러내며 스웨덴 심판의 얼굴에 발차기를 날렸다. 결국 마토스는 영구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축구 여자 4강전에서도 발차기가 나왔다. 멜리사 탄크레디는 3-4 패배가 유력한 상황에서 넘어져있던 칼리 를로이드(미국)의 머리를 걷어찼다. 다만 탄크레디는 레드카드를 받지 않았고, 추후 FIFA 징계도 없었다.

1952년 헬싱키 올림픽. 우루과이 남자 농구대표팀은 동메달을 땄지만, 출전국 모두를 적으로 돌렸다. 프랑스전에서는 3명이나 5반칙 퇴장을 당했고, 미국 심판과 두 차례나 충돌했다. 사타구니를 걷어차기도 했다. 이어 구소련 3명의 선수에게 부상을 입히기도 했다. 아르헨티나를 꺾고 동메달을 따는 과정에서도 몸싸움이 펼쳐져 경기가 중단됐다.

◇속임수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근대5종에 출전한 보리스 오니스첸코(구소련)는 세계 챔피언이었다. 하지만 펜싱 종목(에페)에서 상대를 찌르지 않고도 점수가 올라가도록 검을 개조한 탓에 실격 처리됐다.


미국의 벽돌공이었던 프레드 로츠는 1904년 세인트루이스 올림픽 마라톤에서 깜짝 우승했다. 하지만 정정당당하지 못한 우승이었다. 첫 9마일을 달린뒤 차를 얻어타고 갔고, 마지막 6마일을 남기고 다시 달렸다. 금메달을 땄지만, 목격자가 나타나면서 메달이 박탈됐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사이클 남자 100km 도로 경기. 로버트 카펜티에르는 가이 라페비에를 0.2초 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땄다. 하지만 막판까지 앞서던 라페비에는 카펜티에르가 자신을 앞지를 때 자신이 순간 느려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유는 레니 리펜슈탈이 베를린 올림픽을 제작한 영화 '올림피아'에서 밝혀졌다. 카펜티에르가 추월하는 과정에서 라페비에의 바지를 잡아당겼기 때문이다.

가장 큰 속임수는 역시 약물이다. ESPN은 벤 존슨, 매리언 존스, 랜스 암스트롱, 동독 수영, 러시아 육상, 타이슨 게이, 미첼 스미스 등의 이름을 언급했다.

도핑 테스트에 걸린 말도 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승마 경기에 출전했던 사이언 오코너(아일랜드)와 말 워터포드 크리스탈은 금메달을 땄지만, 말이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오코너는 수의사 진단 하에 진정제를 복용시켰다고 주장했지만, 2005년 금메달을 박탈당했다.

◇스포츠 정신 위배

미국 등 서방 국가의 불참으로 반쪽 올림픽이었던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블라디슬라브 코자키비츠(폴란드)는 남자 장대높이뛰기에서 세계신기록과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코자키비츠는 금메달을 딴 뒤 러시아 관중들을 향해 속된 말로 주먹 감자를 날렸다.

1924년 파리 올림픽. 이탈리아 플뢰레 대표팀은 개최국 프랑스와 만났다. 하지만 심판들이 편파 판정을 한다는 느낌을 받자 헝가리 심판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결국 이탈리아는 경기를 포기했다. 또 경기장을 나서면서 파시스트당의 노래를 불러 비난을 받았다.

아쉽게도 한국도 스포츠 정신을 위배한 사건에 이름을 올렸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복식. 정경은-김하나 조는 중국 조와 예선에서 만났다. 이미 두 조 모두 8강에 오른 상황에서 중국 조가 다른 중국 조와 토너먼트 맞대결을 피하기 위해 이른바 져주기 게임을 했다. 한국 역시 성의 없는 플레이로 일관했다. 한국이 이겼지만, 결국 두 조 모두 실격 처리됐다.

사이클 필립 힌데스(영국)는 2012년 런던 올림픽 남자 단체 스프린트에 첫 주자로 출전해 반 바퀴도 돌지 않은 상태에서 넘어졌다. 문제는 고의였다는 점. 경주 초반 선수가 넘어지면 다시 출발하는 규정을 이용했고, 금메달까지 땄다. 물론 속임수는 아니다. 하지만 프랑스 코치는 "사이클에 안 좋은 이미지가 생겼다"고 아쉬워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이전까지 개막식 선수 입장 때는 각국 선수단이 줄을 맞춰 주경기장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미국은 제멋대로였다. 몇몇 육상 선수들은 트랙을 넘어 관중석으로 향했고, 미키 마우스 밴드를 머리에 찬 선수들도 있었다. 당시 IOC 부회장이었던 딕 파운드는 "미국은 올림픽 강국 중 하나로 특별한 역할을 해야 했다. 그들은 생각 없는 행동을 했다"고 꼬집었다.

◇경기도 지고, 매너도 지고

2012년 런던 올림픽 복싱 남자 헤비급에 출전한 알리 마자헤리는 라르두에 고메즈(쿠바)와 8강에서 경고를 세 차례 받아 실격패했다. 마자헤리는 헤드기어와 글러브를 링 위에 내던진 뒤 판정이 나오기도 전 홀로 링을 떠났다.

파키스탄 남자 하키는 1972년 뮌헨 올림픽 결승에서 서독에 0-1로 졌다. 하지만 심판 판정에 불만을 드러내며 선수들과 스태프, 팬까지 모두 심판석을 둘러싸고 항의했다. 국제하키연맹 회장에게 물을 뿌리기도 했다. 시상식에서도 서독 국가가 나올 때 모두 등을 돌리고 서있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는 이브라힘 사마도프(러시아)는 역도 남자 82kg급에서 다른 두 명과 같은 무게를 들었다. 하지만 체중 차로 동메달에 그치자 시상식 도중 메달을 집어던지고 나갔다. 이후 동메달이 취소됐다.

아라 아브라하미안(스웨덴)도 사마도프와 같은 케이스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84kg급에서 동메달을 딴 뒤 시상식 도중 매트에 올라가더니 동메달을 내팽겨쳤다.

◇경기는 이기고, 매너는 지고

예상외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포함됐다.

볼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100m, 200m를 석권했다. 두 종목 모두 세계신기록이었다. 하지만 IOC 자크 로게 위원장은 "챔피언다운 행동은 아니었다"고 볼트의 행동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ESPN은 "100m 결승선을 앞두고 양팔을 벌린 뒤 가슴을 두드린 행동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신기록을 세웠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지적. 볼트가 200m 금메달 후 세리머니와 함께 "내가 최고"라고 외치자 로게 위원장은 "아직도 어린 아이"라고 꼬집었다.

맥케일라 마루니(미국)는 2012년 런던 올림픽 기계체조 여자 도마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금메달이 아니라는 사실이 아쉬웠는지 시상식 내내 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루니의 뚱한 표정은 이후 '인상적이지 않다'는 의미로 유행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패러디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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