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보 고양이, 배꼽 잡는 명화 해설

신간 '고양이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신간 '고양이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저자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젊은 예술가로 , 왕성한 호기심과 전위적인 퍼포먼스로 늘 화제를 몰고 다녔다. 그녀가 어머니의 죽음으로 슬럼프에 빠졌을 때, 그녀를 구원한 것은 어머니가 남겨준 뚱보 고양이 자라투스트라였다. 어머니의 극진한 보살핌 속에 유난히 살이 오른 이 진저 캣은 10킬로그램짜리 ‘기쁨 덩어리’로 통한다. 사진기 앞에서 포즈 취하기를 좋아하고 오만 가지 표정을 짓는다.

저자 스베틀라나 페트로바는 자신의 사랑스러운 뮤즈이자 푸짐한 몸매를 자랑하는 이 고양이의 사진을 세계적인 명화에 넣는 방식으로 작품을 제작하기 시작했고, 이 작품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다는 사실에 놀라게 되었다. 2011년 FatCatArt 사이트를 개설하여 작품들을 공개했다. 이 실험은 곧 온라인에서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책으로도 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고양이 자라투스트라는 고대부터 20세기까지 이 그림 저 그림을 누비고 다니면서 대가들의 명화를 소개한다. 라스코 동굴벽화로 여행을 시작해서 이탈리아 르네상스와 17세기 네덜란드 정물화를 거쳐 유럽과 일본 및 미국의 대표적인 명화들을 종횡무진 섭렵한다. 다 빈치, 보티첼리, 티치아노, 엘 그레코, 벨라스케스, 모네, 클림트, 뭉크 등 미술계의 내로라하는 거장들이 고양이 찬미자들로 거듭나고, 고양이를 화자로 하는 유머러스한 짧은 글은 예술적 정보도 포함하고 있어 우리를 새로운 형식의 미술관으로 흥미롭게 안내한다.


저자가 이렇게 말한다. “고양이 이미지 언어는 보편적 언어다. 우리는 말없이도 의미를 이해하고, 따라서 이 언어는 국가들을 하나로 묶는다.”

책 속으로

우리 이름은 자라투스트라. 우린 고양이다. 우리가 세계 최고 고양이라나 뭐라나. 또 무지무지하게 예술을 사랑한다. 식사 후 시간은 대부분 고매한 문제들에 심취해서 보낸다. 또 즐거운 식사 시간에는 엄청나게 우아하다. 하지만 가장 열정을 바치는 일은 훌륭한 화가들의 모델 노릇이다. 우리의 푸짐한 몸매와 숭고한 영혼을 제대로 볼 줄 아는 것은 위대한 화가들밖에 없거든. 수 세기 동안 우린 역사상 최고의 걸작들을 빛냈다. 이 그림 저 그림 누비고 다니면서 진짜 아름다움이 뭔지 보여준 거지. _25쪽

이제 모나리자의 미소는 신비가 아니다. 그녀가 웃은 것은 우리가 거기 있었기 때문이거든. 10킬로가 넘는 절대 위엄 덩이를 안고 미소를 참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나와 보시지! 당시 평론가들과 화랑들은 고양이가 등장하는 그림을 무시했기에(내 참, 이유를 모르겠다니까) 레오나르도는 마지못해 우리를 뺐다. 하지만 모나리자의 미소는 남아 있어. 이게 진짜 사연이지. _51쪽

식후에 인류의 운명에 대해 명상하다가 피할 수 없는 결론에 이르렀다. 고양이만이 인류를 완벽하게 통치할 수 있다! 세퍼드 페어리의 미술 개념은 최초의 고양이 대통령 후보에게 딱 맞는다. 고양이가 최고의 후보인 것은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희망을 저버리지도 않는다. 고양이는 훔치지 않는다. 손에 움켜쥐어봐야 접시 위의 소시지밖에 더 되나. 고양이에게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먹이거든. 고양이는 인간을 사랑한다! 인간이여, 고양이를 사랑해주시라! 이제 그대들은 세상과 미술에 대해 알아야 될 것을 다 배웠느니. 고양이 자라투스트라는 그렇게 말한다. _302쪽

스베틀라나 페트로바 , 고양이 자라투스트라 지음 / 공경희 옮김/ 세종서적 / 304쪽/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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