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직격탄’…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먹구름’

상점들, ‘폐업’ 위기…중국인 단체관광객 예약도 ‘뚝’

지난 18일 오후 인천항 제2국제여객터미널. 오후 1시에 중국 청도를 출발한 한중정기카페리가 도착했지만, 썰렁한 모습이다. (변이철 기자)
‘사드 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중국 단체관광객의 주요 입국 경로인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국제여객터미널 내 상점들은 매출 급락으로 ‘폐업 위기’에 내몰리고 있고 국제 카페리 선사들도 중국인 여행객 급감으로 대책 마련에 애쓰고 있다.

◇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썰렁’…보따리상, ‘거지 떼 발언’에 분통

지난 18일 오후 인천시 중구 인중로에 위치한 인천항 제2국제여객터미널.

중국 청도에서 출발한 위동페리가 이날 오후 1시에 도착해 오후 6시에 출발할 예정이었지만, 여객터미널은 한산했다.

평소 여객터미널 앞마당은 중국을 오가는 보따리상과 배송업체 직원들,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뒤엉켜 아수라장이 됐지만, 이날은 채 50여 명이 되지 않았다.

한 보따리상(63)은 “송영선 전 의원의 ‘거지 떼’ 발언으로 중국 내 분위기가 매우 험악해졌다”면서 “정치인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방송에서 그런 모욕적인 말을 내뱉을 수 있는지 참으로 한심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중국 세관이 최근 한국인 상인들에 대한 통관 절차를 아주 까다롭게 진행해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인천항 제2국제여객터미널 내 상점들도 중국 단체관광객 급감으로 폐업을 걱정해야 할 처지로 전락했다.

출국장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주방생활용품 매장을 운영하는 윤영매(40·여) 사장은 “사드 문제가 불거진 이후 매출이 1/10로 떨어졌다”면서 “1년에 관리비와 임대료만 3,000만 원을 인천항만공사에 내는데 이 상태가 계속되면 아예 장사를 접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항 제2국제여객터미널 내 상점들도 중국 단체관광객 급감으로 폐업을 걱정해야 할 처지로 전락했다. (변이철 기자)
◇ 상점들, 매출 ‘급감’…“이대로 가면 폐업할 판”

이런 상황은 화장품 매장과 편의점, 전기밥솥 판매장, 구내식당 등도 마찬가지였다.

인천시의 우수 뷰티상품 공동브랜드인 ‘휴띠크’ 매장. 중국인 점원 춘리(35·여)씨는 “오늘 화장품을 구매한 중국인 관광객은 한 명도 없었다”면서 “이는 분명 사드의 영향”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만난 중국인들도 한국의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 내에서 ‘한국제품 불매운동’과 ‘반한(反韓)’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성균관대 의상학과에서 3년째 유학 중인 양이(24·여) 씨는 “한국의 사드 배치는 기본적으로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중국인들이 애국주의적 경향을 띠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중국내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18일부터 22일까지 중국 우한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한중일 관광장관회의’가 돌연 취소됐다.

중국 측은 심한 폭우 피해를 이유로 내세웠지만, 사드 배치와 관련해 불쾌감을 표시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는 CCTV 등 중국 언론매체들도 한국 화장품에 대해 연일 부정적인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중국 네티즌들도 온라인 상에서 한국의 사드 배치를 비판하며 '한국 상품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등의 글을 계속 올리고 있다.

인천과 중국 청도를 오가는 위동페리가 지난 18일 오후 인천항 제2국제여객터미널에 정박해 있다. (변이철 기자)
◇ 한중 카페리 선사 “9월 이후부터는 예약 절벽”

중국 단체관광객들이 급감하면서 인천과 중국을 오가는 국제카페리 선사들도 비상이 걸렸다.

인천과 중국 천진을 오가는 진천페리의 경우 정원은 800명이다. 하지만, 성수기인 8월에도 좌석의 절반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지난 22일과 26일 천진에서 출발한 카페리에는 각각 300명과 340명이 탑승했다. 이는 성수기에 평균 약 700명 이상의 중국 관광객들이 탑승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큰 문제이다. 중국 회사가 대주주인 진천페리의 한 관계자는 “현재 10월까지 예약된 중국 관광객은 약 300명에 불과하다”면서 “이는 예년에 비해 1/10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드 문제가 잘 해결되기를 가장 바라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 “지금까지는 중국인 여객 수요가 넘쳐 한국인 여행객 모집은 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이 부분에 더 집중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한국관광공사는 최근 “한반도 사드 배치 발표 이후에도 중국 국민들의 한국 관광 러시는 계속됐다”는 내용의 자료를 공개했다.

하지만, 중국 단체관광객의 한국 방문은 비자발급과 교통편 예약 등의 문제로 보통 2개월 전에 결정된다.

이 때문에 ‘사드 리스크’의 본격적인 여파가 미치는 것은 9월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인천의 한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 전담여행사는 9월 들어 예약된 중국 단체관광객들 가운데 약 70%가 취소됐다.

이 여행사 대표는 “중국 내수 경기 침체에다 사드 악재까지 겹쳐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면서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9월 이후에는 중국 단체관광객들을 보기 어렵게 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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