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IOC 위원 선출' 유승민 "온종일 땡볕에서 뛴 진심 통했다"

'IOC 선수위원으로 선출된 탁구 금메달리스트 출신 유승민(34·삼성생명 코치)이 19일(한국 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메인프레스센터에서 국내언론을 상대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인사를 하고 있다.(리우=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으로 선출된 탁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유승민(34 · 삼성생명 코치). 19일(한국 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선수촌 내 프레스 룸에서 열린 IOC 선수위원 투표 결과 당당히 2위로 영예를 안았다.

유승민 신임 위원은 이날 발표된 투표에서 전체 1만1245명 선수 중 5815명이 투표한 결과 1544표를 얻어 펜싱 브리타 하이데만(독일)의 1603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수영 다니엘 지우르타(헝가리)가 1469표, 육상 장대높이뛰기 옐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가 1365표로 뒤를 이었다.

이에 따라 한국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까지 2명의 IOC 위원을 유지하게 됐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선출된 문대성 위원은 리우올림픽으로 임기가 끝난다.

2004 아테네 대회 남자 단식 금메달을 따낸 유 위원은 향후 8년 임기에 들어간다. 오는 21일(현지 시각) IOC 총회와 선수위원회 미팅, 대회 폐막식 참석 일정으로 임기를 시작한다.

카드부터 바뀌었다. 유 위원은 일단 임시지만 다른 IOC 위원들과 같은 지위와 대우를 받는 출입 카드를 받았다.

특히 유 위원은 "그 전에 받았던 선수 위원 후보 카드와 달리 포크 문양이 있다"면서 "이것은 IOC가 제공하는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카드를 걸어주는 순간 이신바예가가 제일 좋아하더라"고 웃었다.

다음은 유승민 위원과 일문일답.

-당선 소감은? ▲일단 그동안 많은 응원과 관심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지난달 23일 도착해서 24일부터 선거 시작했는데 열심히 했다고 자부한다. 발표 결과장에는 가지 못했다. 너무 떨릴 것 같고 메시지를 전달 받고 나왔다. 기쁨도 있지만 책임감이 좀 더 무겁다 생각한다. 노력을 다해서 대한민국 스포츠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신바예바 등 유력후보군에 들지 않았는데?▲사실 현장에 와보니까 선수들이 선수 위원 선거에 대해 정보가 많지 않았다. 발로 뛰는 게 중요할 거 같다고 생각해서 하루도 빠짐없이 7시부터 저녁 늦게까지 인사했다. 진심으로 웃어주고 힘을 실어주고 항상 같은 자리에 있었는데 선수들이 밝은 웃음으로 맞아줘서 너무 힘이 났다. 진심을 보였기 때문에 기대를 많이 못 받았지만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탁구 선수 출신의 유승민이 지난 2일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선수촌에서 IOC 선수위원 선거 운동을 하고 있는 모습.(리우=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선거 중 인상깊었던 기억은?▲사실 저를 뽑아주든 안 뽑아주든 인사를 25일 간 지겹도록 받아준 선수들에게 감사한다. 얼마나 민감하고 방해받지 않고 싶어 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선거가 끝나는 날까지 왜 서 있는지 모르는 친구들도 있더라. 마지막 날은 투표해달라 했더니 오늘이 선거구나 하는 친구도 있었다. 우리 선수들도 고생 많이 했지만 저는 정말 잊지 못할 기억 많이 했다. 선수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릴 것이다.


-당선 기대를 했나?▲기대를 안 했기 때문에 불안감은 없었다. 한국에서부터 어려울 거라는 전망 많이 들었다. 볼 때마다 응원해주는 가족, 친구가 있어 버텼다. 대한민국 대표로 나왔는데 어설프게 하면 안 되겠다 생각에 진심으로 다했다. 한 달 하루가 정말 길게 느껴졌고 외로웠다. 끝나고 나니 정말 기분이 좋다.

-아프진 않았나?▲다행히 크게 아픈 적은 없다. 지난 5일이 생일에 유세를 하는데 벌이 와서 쏘더라. 침도 박혀 있어 걱정했는데 체육회 의료진이 잘 치료해줘서 컨디션을 회복했다. 바로 유세할 수 있었다. 정말 긴장하고 몰두하다 보니 얼굴도 타고 살도 빠졌다. 몸도 안 아프더라. 어제 선거 끝나고 저젹에 모처럼 코리아하우스에서 처음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한국 스포츠의 영광인데?▲사실 2018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있는데요, IOC와 가교 역할을 충분히 해야 하는 책임감이 있다. 그런 부분 인지하고 있다. 행정가로서 업무를 많이 해보진 않았지만 최대한 빨리 익혀서 도움 될 수 있는 방향으로 하겠다.

-어떤 선수위원이 되고 싶나.▲선수위원 당선은 개인 영광을 떠나서 선수들을 위해서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 선수 1만500명이 다 고민이 있고 들었다. 관심 분야가 각기 다른데 공유하고 싶다고 얘기했을 때 반응이 좋았다.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는 IOC 위원이 되고 싶다. 선수들의 커리어를 쌓는 데 도움을 주고 먼저 다가가는 위원이 되고 싶다.

-어떤 점을 부각시켰나?▲나는 시간이 많다. 은퇴해서 너희들을 만날 시간이 충분하다고 했다.(웃음)

IOC 선수위원으로 선출된 탁구 금메달리스트 출신 유승민(34·삼성생명 코치)이 19일(한국 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메인프레스센터에서 국내언론을 상대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리우=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후보들끼리 도움을 받았을 것 같은데?▲선거 룰이 워낙 타이트하다 보니 후보자끼리 굉장히 많이 탄식을 했다. 너무 힘든 거 아냐? 얘기했다. 같이 선거 활동을 했고, 열심히 한 후보자들과 의지하며 얘기도 했다. 정보도 공유했다. 내 이름을 딴 탁구팀 RSM의 친구들이 응원하기 위해 14일 들어왔다가 오늘 돌아갔다. 정말 감사하다.

이번 대회 탁구 대표팀이 동메달 결정전을 갔는데 안타깝게 실패해서 아쉽더라. 정영식, 이상수는 처음 나온 올림픽에서 그렇게 됐다. 주세혁 선배도 마지막인데 안타까운 마음이다. 그 선수들도 응원을 해줘서 당선된 거 같다. 도시락을 싸주신 체육회 관계자 임원께도 감사한다.

-2004년 아테네 대회 금메달과 이번 당선의 느낌이 다른가?▲2004년에는 팀하고 같이 나가서 응원을 받았다. 단식 우승을 했지만 동료, 감독, 응원단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비행기 타고 혼자 와서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 선거였다. 혼자 돌아야 하고 모든 걸 혼자 처리해야 하는 룰이었다. 하루가 너무 길어서 너무 힘들었다.

그러면서도 느낀 것은 탁구 대표팀 강문수 총감독이 하신 말이었다. '원 모어(One more)'다. 1분 더, 남들도다 한 시간 한 달 더 하면 된다는 것이다. 숙소로 들어가려 하다가도 선수 1명이 보이면 못 들어가겠고, 그게 통한 것 같다. 이번에는 외로운 싸움에서 울컥해야 한다고 해야 하나? 발표장 못 간 이유다.

또 2004년에 금메달을 땄기 때문에 이런 자리에 와 있지 않을까요? IOC 선수위원장이 그러더라. 새로운 인생이 시작됐고, 그 인생을 우리와 하자고. 25년을 필드에서 내 커리어를 위해서 살았다면 지금부터는 제 커리어를 선수들, 또 대한민국 스포츠를 위해 헌신해야 하는 자리다. 지금부터 더 열심히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출마 결심을 했을 때는?▲런던 올림픽을 나갈 때 힘들었다. 후배들과 경쟁하고 한 자리 놓고 선수 생활 때 가장 힘들었다. 커리어 다 쌓고 있을 때인데 이제는 세대교체를 해야 하고, 유승민 안 된다 소리를 들었을 때 그 한편에는 IOC 위원 도전 생각 있어서 견딜 수 있었다. 2004년 때 문대성 위원과 같은 룸을 썼는데 2008년 선거할 때 어떻게 하는지 보고 꿈을 꿨다. 런던 대회 끝나고부터 진종오 장미란 등 경쟁자들이 언론에 노출되다 보니 자신이 없었다. 2014년 독일에서 돌아와 지도자가 돼서 현장에서 열심히 하자는 생각이었다.

결심 계기는 누군가(팀 RSM에 도움을 주시는 분)의 조언이었다. 마지막 기회인데 가능성이 있든 없든 도전해라, 면접은 오픈돼 있으니 나가보라는 조언을 듣고 부랴부랴 재결심했다.

'신분 격상' 유승민이 IOC 선수위원으로 당선되기 전 받은 올림픽 출입 카드(왼쪽)와 당선된 뒤 받은 업그레이드 카드. IOC 위원처럼 어느 경기장이든 통과할 수 있고, IOC가 제공하는 무료 식사 등 VIP 대접을 받는다.(리우데자네이루=노컷뉴스)
-8년 뒤 어떤 선수위원이라는 얘기를 듣고 싶나?▲8년 뒤에 정말 열심히 해서 정식 멤버가 되는 꿈을 꾸고 있다. 명함만이 아니라 실질적 업무를 잘 처리해서 인정받는 위원이다. 아시아인으로 IOC 들어가서 인정 받는 것이다. 선수들과도 특히 약속한 게 있다. 너희들 위해서 열심히 한번 해보겠다는 것이다. 부딪혀서 열심히 위원 생활 해서 8년 뒤에는 모든 선수들에게 박수를 받을 수 있는 위원이 되고 싶다.

-발표 전에 무엇을 했나?▲조언을 해주신 분이 선물하신 책(사람들은 왜 이 한 마디에 꽂히는가)을 모처럼 여유를 갖고 수영장에서 보고 있었다. 그동안 시간이 너무 없어 읽지 못했다. 3페이지를 보다가 결과 발표가 났다.

-문대성 위원의 조언은?▲정말 그때 대단하셨다. 2008년 당시 태권도복을 입고 시선 받는다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뭐지? 이런 시선이 낯뜨겁고 부담스러운데 악수, 포옹하라고 조언했다. 될 수 있는 한 많이 다가가라고 하더라. 조언 토대로 열심히 했다.

다만 그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식당 앞, 도로에서 선거 운동을 할 수 없었다. 배지도 못 나눠주게 룰이 바뀌었다. 글씨나 사진도 안 보이는 홍보 책자의 내 페이지를 들고 있었다.

-인생 2막인데, 선수 유승민과 위원 유승민은?▲선수 유승민은 눈빛이 날카로운 사람이었다면 선수위원 유승민은 눈빛이 따뜻해서 선수들을 포용해줄 수 있는 사람이다.

-2위 자신이 있었나?▲투표율이 낮을 거란 예상은 했다. 제한된 룰도 많았다. 내심 당선 자신감은 50%였다. 다른 후보자들도 나를 보고 너는 받을 만한 가치가 있고 하더라. 1인 다표다 보니 나를 뽑아준 선수가 누군가를 더 뽑을 수 있고, 그 반대의 운도 따라야 한다 생각했다. 2위는 전혀 생각 못했다. 마지막까지 조금 놀라웠다

선거를 되돌아본 뒤 총평은?▲선수 때 경기가 종료되면 후회가 남았다. 어제 선거가 종료된 순간은 너무 기분이 좋았다. 설사 떨어지면 억울할 거 같긴 했지만 너무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후회 없이 모든 걸 다 걸고 선수들한테 진심을 보여주는 선거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선수들이 버스 타고 선수촌에 들어올 때가 힘들었다. 선수가 졌는지 이겼는지 모르니까. 인사를 했는데 인상을 쓰면 결과가 안 좋은 거라 미안했다. 선수들의 기분을 다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SNS를 통해 지겹도록 인사를 받아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고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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