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나무의 성장을 2년 가까이 기다리고 껍질을 벗겨 삶고 건조시키기를 수 차례, 열흘 넘는 준비 기간을 거쳐 완성되는 전통 원주한지.
그 힘겨운 제작과정을 40여년 넘게 이어가며 원주한지를 지켜 나가는 장응열 장인. 강원CBS '시사포커스 박윤경입니다(연출 최원순)'에 출연해 원주한지에 대한 애정과 자긍심을 전했다.
최근 한지 애호가 등과 함께 원주한지 보존회도 만든 그는 원주 한지의 세계화와 개인박물관 설립을 통해 한지의 멋을 공유하고 싶다는 포부도 전했다.
▶최근 개인전을 열었는데.
=아무것도 없는 종이로 개인전을 준비하다보니 힘든 점도 있었다. 한지를 벽에다 게시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는데 나름 의미있고 보람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첫 개인전은 40여년 넘게 제작해온 한지를 시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마련했다.
▶한지와의 인연?
=황해도에서 한지 제작일을 해 오신 할아버지로부터 아버지가 일을 배우셨고 6.25 전쟁때 아버지께서 원주로 피난을 내려왔다 자리를 잡고 가업으로 한지를 만드시게 됐다. 어릴 때부터 한지 제작일을 봐 왔기에 눈에 익었고 중, 고교생 시절 일을 도우면서 손에 익게 됐다. 진로를 고민할 때 아버지의 권유와 가업을 이어야겠다는 생각에 일을 시작하게 됐다.
▶고비는 없었는지?
=일이 너무 힘들다. 새벽 3시에서 일어나 저녁 6시까지 해야 한다. 1975년쯤 한지 제작 일을 시작했는데 중간에 몰래 직업훈련소를 다니며 전기 기술을 배워 중동으로 나간 적도 있다. 그러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하고 다시 발길을 돌려 아버지의 뒤를 잇게 됐다. 이제는 딸과 사위는 물론 상무 배드민턴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들 장성호까지 시간을 쪼개가며 가업을 4대째 잇고 있다. 아내 역시 한지공예가로 활동하고 있다.
▶한지 1장을 만드려면?
=닥나무를 잘라 짊어지고 와서 묶어서 찌고, 이런 단계를 반복한다. 백번의 손이 간다고 해서 백지라고도 한다. 한이 많다고 해서 한지라고도 한다. 처음 한지를 만들때 열 하루가 걸린다.
▶한지 수요는?
=과거에는 문풍지로, 벽지로 사용이 많았지만 지금은 한지 공예, 서예, 내장용 벽지로 한정돼 있다. 하지만 고정 사용처가 생기다보니 힘들지만 경제성이 있다.
▶전통 제작방식을 고수하는 이유?
=기계로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닥나무 섬유가 뭉쳐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손으로 만드는게 원안이다. 더 좋게 쓰여지기 위해서는 수작업이 필요하다.
▶오색한지 재현도 성공했다는데.
=사양길로 접어드는 전통한지의 활로를 찾기 위해 고민하다 여러 차례 시행착오 끝에 230여가지 색의 한지를 개발하게 됐다. 천연소재를 사용해 만들어 오래 보존도 가능하다.
▶원주한지 우수성은?
=얼마나 오래갈 수 있는지 연구를 의뢰해보니 700여년 정도 보존이 가능하다는 결과를 받았다. 전문 작가들이나 전공 교수들이 애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본에서는 화지라고 불린다. 일본은 20년 이상 앞서 세계화를 하고 있는데 우리도 세계화에 늦지 않았다고 본다.
▶원주한지문화제의 기여도?
=개인 홍보에는 한계가 있다. 타 지역에 종이관련 축제는 있지만 전통 한지만을 소재로한 축제는 원주한지문화제가 유일하다. 원주 한지를 알리는데 큰 몫을 한다. 올해 한지문화제는 9월 29일부터 4일간 열린다. 전통제작방법 재현과 체험 등 한지와 관련한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기회다.
▶한지보존회 창립 이유?
=한지 보존을 혼자하는 것은 힘들다. 도와주고 이끌어주고 밀어주는 노력이 모여야 한지 명맥을 이어갈 수 있다. 한지제작자, 공예, 애호가, 정치인 등 20여명이 참여했다. 질 좋은 한지, 한지 활성화에 기여하는 모임이 될 것이다.
▶개인 소망?
=사람들이 쉽고 편하게 한지를 접할 수 있는 개인 박물관을 만들고 싶다. 우리 시민들이나 한지 애용하는 분들에게 문호를 열고 싶다. 앞으로 꿈이다.
▶청취자들에게.
=한지를 써 주시는 분들이 있어야 한다. 외면하면 설 자리가 없다. 시민들, 작가분들, 관련 교수분들이 애정을 갖고 한지를 찾아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