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가 부러져도 뛰었을진대, 타박상 쯤이야. 그러다 보니 올림픽 챔피언이 돼 있었다. 그토록 숱한 나날 쏟아졌던 눈물은 금메달을 따내자 되레 쏙 들어갔다.
김소희(22 · 한국가스공사)가 해냈다. 18일(한국 시각) 브라질 올림픽파크의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태권도 여자 49kg급 결승에서 티야나 보그다노비치(세르비아)를 7-6으로 눌렀다.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을 넘은 가장 큰 메이저 대회 금메달이다.
당초 이날 김소희는 야스미나 아지즈(프랑스)와 4강전에서 부상을 당했다. 상대 팔꿈치에 오른 정강이를 맞았다. 그러나 연장 끝에 결승에 진출했고, 다친 다리에도 금메달을 일궈냈다.
시상식 뒤 김소희는 다리를 절뚝거리며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으로 들어섰다. 김소희는 "4강전 때 팔꿈치 맞아 정강이가 부었다"면서 "그러나 (한국체대 정광채) 교수님이 상대에게 약한 모습 보이지 말라 해서…"라고 웃었다.
시상식에서도 울컥하기는 했지만 끝내 눈물을 보이진 않았다. 마음이 독해서가 아니었다. 아니, 독해서인 걸까. 김소희는 "우리 관중이 애국가를 부르시는데 진짜 울컥했다"면서 "그러나 울지는 않았다"고 분명히 말했다.
눈물이 나지 않은 이유가 더 독했다. 당초 김소희는 올림픽에는 없는 46kg급이라 체급을 49kg급으로 올렸다. 상대적으로 작은 키와 체구에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김소희는 "남들보다 키도 작고 모자라서 그래서 2배로 훈련을 했다"면서 "다 힘들게 했지만 저는 진짜 매일 울면서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래서 시상식 때 안 울었느냐"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웃었다. 그걸 견뎌낸 것이다.
여기에 주위의 평가도 자극을 줬다. 김소희는 "아무래도 다른 언니 오빠들은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넣었는데 저는 첫 출전에 (올림픽 2연패를 거둔) 우징위(중국)가 워낙 강해 빠졌다"면서 "그래서 너는 쉴 때가 아니다, 2~3배 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남들 쉴 때 아프고 힘들어도 야간 운동을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열심히 해선지 오히려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는 오히려 담담해졌다. 김소희는 "올림픽에 대한 부담이 엄청 심했는데 돌아오는 건 독이더라"면서 "그래서 처음이니까 도전적으로 한다는 생각으로 하자고 했다"고 부담을 던 비결을 밝혔다.
이런 힘겨운 훈련을 이겨낸 끝에 비로소 달콤한 결실을 맛볼 수 있었던 것이다. 김소희는 "올림픽 끝나고 해외 여행을 가고 싶나"는 질문에 "외국은 이제 도저히 지난해부터 랭킹 포인트를 따느라 진짜 계속 외국에 나갔다"면서 "부산이나 제주도 등 가까운 데 가서 요양하고 싶다"고 웃었다.
그렇게 고생을 했는데도 한번 더 하겠단다. 김소희는 2020 도쿄올림픽 출전 의사를 묻자 "네, 도전하겠습니다"라고 단숨에 공약했다. 올림픽 3회 연속 출전에, 2연패를 이룬 여자 67kg급 황경선(30 · 고양시청)처럼 되고 싶다는 김소희다.
태권도 올림픽 챔피언은 인터뷰 말미에야 악바리 선수가 아닌 20대 초반 청순한 아가씨의 미소를 보였다. 바로 좋아하는 연예인을 물었을 때였다.
김소희는 "박보검을 좋아한다"며 수줍게 말했다. 그리고 금메달을 든 사진 촬영에서 표정이 제대로 펴지지 않아 "박보검이 앞에 있다고 생각하세요"라는 말에 활짝 웃었다.
"올림픽 때문에 집도 못 가고 항상 가슴이 쿵쾅쿵쾅거려서 제대로 못 잤다"더니 대회 때문만이 아니었나 보다. "오늘은 기뻐서 잠을 못 잘 것 같다"는 김소희가 만약 박보검을 만난다면 올림픽 때보다 잠을 더 설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