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인천 송도국제도시 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펜타포트에는 국내외 아티스트 80여 팀, 관객 8만 6000여 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그런데 인파로 붐빈 현장에서는 성추행 사건이 속출했다. 피해를 입은 일부 관객은 주최 측에 신고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피해 관객은 펜타포트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지금 00000 공연 관람하는 사람 중에 오른쪽 다리 발목부터 종아리까지 문신한 외국인이 여자들한테 슬쩍 허리 감고 어깨에 손얹고 불쾌한 행동들을 합니다. 아까 한 번 저희랑 언쟁이 오갔는데 아직도 다른 여성분들한테 계속 그러네요"라며 성추행 상황을 전했다.
해당 관객은 이어 "결국 공연이 다 끝날 때까지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고, 그 남성은 공연이 모두 끝난 이후에도 여성들끼리만 있는 돗자리에 돌아다니더군요. 멘션을 아직 확인하지 못하셨다고 믿고 싶습니다"라며 "그런데 제가 대화를 나눈 스태프분은 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건가요? 분명 무전을 날리시는 것 같았는데요. 어차피 공연이 끝나가니까, 마지막이니까라는 이유로 방치하신 건가요? 아니면 공론화되지 않았으니까 일단 놔두자는 생각이였을지도 모르겠군요"라고 질타했다.
축제 현장에서는 화장실 몰카 범죄도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여성 관객은 SNS를 통해 "간이화장실이 남녀로 나뉘어 있었지만 휴대전화가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며 "범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이미 도주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성범죄가 속출하자 펜타포트 측은 16일 SNS에 올린 사과문을 통해 "메시지로 제보해 주시거나 현장 스태프에게 전달된 내용들은 그 즉시 확인하려 노력하였고, 현장에 3일간 상주한 사복 경찰들이 수시로 순찰도 하였습니다. 성추행이 관객석 안에서 이루어지는 점을 감안하여 사복 경찰들은 특히 객석을 주로 순찰하였습니다. 실제로 관객분들이 경호팀에게 성추행범의 인상착의를 제보해주셔서 3명의 남자 관객을 찾아 1차 경고 조치를 하였고, 그중 1명은 2차 적발 후 팔찌를 회수하여 퇴장 조치하였습니다"라고 해명했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성추행 혐의자를 현장에서 적발하고도 단순 경고로 끝냄으로써 2차 피해를 낳은 주최 측의 안일한 대처를 비판하고 있다.
트위터리안 '@p********'는 "아니, 관객 성추행을 현장서 적발했으면 바로 경찰서로 보내야 하는 거 아님? 1차 경고도 말이 안 되는데 퇴장시키고 끝이라니. 당장 골 아픈 일만 없애면 된다는 건가. 펜타포트 대처 공지글 보고 놀람"이라고 꼬집었다.
'@D*******' 역시 "성추행범을 경고만 하고 돌려보내는 펜타의 대처를 보세요. 성추행도 한 번 봐주는 인정 많은 펜타포트!"라고 꼬집었다.
한 피해 여성은 "우리가 항의하는 건, 펜타포트의 성추행 신고대응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했기에 신고 들어온 내용에 대해서도 대응을 못했느냐, 심지어 사복경찰이 순찰을 하고 경호팀이 몇 백명 고용된 그 상황에서. 그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는 거지, 개인에게 사과받으려는게 아닙니다"라며 "락페를 가면 성추행 당하고… 스태프에게 신고했지만 묵살당하고… 이에 펜타포트 공식계정에 항의하자 경호원에게 직접 사과받으시라는 대답 듣고… 살기 힘들다… #한국에서_여성으로_살아가기"라고 토로했다.
올해 펜타포트 현장을 다녀온 관객들 역시 성범죄 소식을 접한 뒤 주최 측에 대한 불만과 불신을 나타내고 있다.
'@P*******'는 "난 3일간 잘 놀고 집에 갔지만, 그 뒤에 일어난 성추행 증언들을 보고 기분이 급격하게 나빠졌다. 수천 명이 밀집한 곳이니 '성추행범 잡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겠지' 생각했는데 펜타포트 이놈들은 그냥 잡겠다는 의지가 없는 거였나 보다"라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