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선거는 18일(한국시간) 마감돼 다음날인 19일 발표될 예정이다.
유승민은 한국 선수로는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문대성(40)에 이어 두 번째로 선수위원에 출사표를 던지고, 지난달 24일부터 17일까지 매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뙤약볕 아래 올림픽 선수촌을 돌며 유세활동을 펼쳤다.
앞서 역도 장미란과 사격 진종오, 펜싱 남현희 등도 IOC 선수위원 출마에 도전했지만, 유승민이 대한체육회의 선택을 받아 최종 후보 24인에 이름을 올렸다.
IOC 선수위원은 각국의 올림픽 출전 선수들인 23명의 후보 가운데 4명에게 표를 던져 최다득표자 4명이 선출된다. 이들은 IOC와 현역 선수를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맡으며, 총 12명(하계 8명, 동계 4명)으로 구성된다. 선수위원이 아닌 나머지 위원 7명은 IOC 위원장이 임명한다.
IOC는 후보들의 홍보 활동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정해진 구역에서만 선수들을 만날 수 있고, 유인물·선물을 나눠주거나 현수막 등을 설치할 수도 없다. 언론 인터뷰까지 금지했기 때문에 유승민은 발품을 팔며 선수들을 직접 만나 일일이 설득해야 한다.
특히 이번 IOC 선거에서 유승민의 선수위원 합격 여부는 개인의 명예에 그치지 않고 한국 스포츠 외교의 향방을 결정할 중요한 국면에 와있다. 현재 한국이 보유한 IOC 위원은 총 2명이지만, 모두 비리로 인한 징계를 받는 등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당시 삼성의 전 법무팀장인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으로 밝혀진 2008년 세금 포탈 비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기 때문이었다. 현재는 이 회장의 징계 기간이 끝났지만, 이 회장 본인이 병상에 누워 활동이 불가능한 상태다.
아시아 선수로는 유일한 선수위원이었던 문대성의 경우 리우올림픽 폐막까지 임기가 남았다. 하지만 문대성은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에 출마했다가 박사 학위 논문 표절 논란에 휩싸인 끝에 임기 만료를 한 달여, 리우올림픽 개막을 9일 가량 앞둔 지난달 '직무정지(Suspended)' 당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IOC는 대법원 판결을 기다린 뒤 대응하려 했지만, 법정 시비가 길어진 가운데 문대성의 임기가 끝나가자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무용지물이 된 두 IOC 위원의 부재 속에 한국은 판정 시비의 직격타를 맞았다. 2014 소치올림픽에서 '피겨 여왕' 김연아는 압도적인 연기를 펼치고도 납득하기 어려운 편파 판정을 받고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 금메달을 양보해야 했다.
이번 올림픽 역시 한국은 대표적인 오심의 희생양이다. 여자 펜싱 플뢰레의 전희숙(32ㆍ서울시청)은 득점에 성공하고도 상대방에게 점수를 내주는 엉뚱한 편파 판정을 받았다.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75kg급의 김현우도 러시아 선수를 상대로 역전에 성공할 수 있었지만, 오심 때문에 점수를 손해봐 결승 16강전에서 탈락했다.
더구나 문대성의 임기가 곧 끝나기 때문에, 만약 유승민이 합격하지 못한다면 한국에서 열리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선수위원 없이 맞이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유승민의 당선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리우올림픽 이후 8년 임기 동안 아시아에서만 연달아 올림픽을 세 번(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2020년 도쿄하계올림픽,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 한다는 점은 유승민에게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세계에 널리 퍼져 선수들의 교류가 활발한 육상이나 수영, 축구 등의 종목과 달리 동아시아 밖에서는 비인기 종목인 탁구 선수 출신인 점이 발목을 잡는다.
이번 선거에 나란히 출마한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전설 옐레나 이신바예바(34·러시아)나, 도쿄올림픽의 후광을 등에 업은 일본 육상의 영웅 무로후시 고지(42)가 유승민의 장단점을 상쇄하고 있는 점도 고민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