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순서]
① 애플뮤직 한국 진출 '뭣이 중헌디?'
② 애플뮤직이 창작자 쥐어짠다고?…업계 관행 깨나
③ 애플뮤직, 로엔 빠진 SM·YG·JYP가 계약한 이유
④ 애플뮤직은 SM·YG·JYP의 힘을 믿었다
⑤ 음원 유통권으로 버티는 국내 업체들
⑥ 세계 음원 시장 스트리밍으로 재편-1
⑦ 세계 음원 시장 스트리밍으로 재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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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공인음악차트 가온차트 자료를 보면, 2015년 국내 음악 스트리밍 차트 유통사 점유율은 로엔이 33.1%, KT뮤직이 27.8%, CJ E&M이 22.8%로 국내 음악 스트리밍 시장의 약 84%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애플뮤직은 가입자 1500만명에 글로벌 3천만 곡의 방대한 음원을 보유하고 있고, 100여개 국가에 진출해 있다. 전 세계 보유 스마트폰의 20%가 애플의 아이폰인데다 나머지 전 세계 80%를 차지하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를 위한 구글플레이용 애플뮤직 앱도 내놓은 상태다.
◇ 세계 음악시장,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급전환 …시장 경쟁 치열해진다
애플은 시가총액 전 세계 1위 기업으로 현금 보유금만 1400억 달러(약 155조원)에 달한다. 애플은 수익이 감소하고 있는 다운로드 방식의 아이튠즈 음악을 대체할 전략적인 사업으로 지목하고 애플뮤직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애플이 이런 강점으로 파상공세에 나설 경우, 음원 유통권을 쥐는 것만으로는 장기적으로 국내 유통사들이 버티기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 소비자들이 즐겨듣는 음악장르가 변수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15 음악산업백서에 따르면, 응답자 1200명 중 국내 대중가요가 차지하는 비중이 79.9%에 달했다. 미국(유럽)팝 음악은 11.7%, 일본 팝 음악 2.3%, 클래식 2.2%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다양한 해외 음원보다 인기있는 일부 미국 팝 등의 음원을 중심으로 서비스되는 국내 음원 유통의 특성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 음악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소비하는 외국 음악의 비중이 적은 것은 국내 시장이 아직 덜 열려있다는 증거"라며 "음악 콘텐츠와 음악을 통한 문화의 다양성이 애플뮤직이나 해외 서비스에서만이 아닌 국내 서비스를 통해서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평소 듣는 K팝 만큼 해외 음악을 듣는 환경이 문화의 다양성과 경쟁력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면서 "우리가 몰랐던 곡이 해외 곡 표절논란이 빚어질 때 가장 먼저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들이 바로 소비자들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는 국내 음악시장 수요나 소비자의 수준을 너무 낮게 봤기때문이라는 반론도 있다. 10~20대 팬덤에 의지한 아이돌그룹 음악이나 옛날 방식의 차트식 음악 순위는 이미 수준이 높아진 다양한 음악층의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음반산업협회 최정문 라이선스 팀장은 "국내 음원 유통사나 애플이나 같은 가입형 모델이지만 국내 유통사들이 주로 차트 위주나 사업자 추천 위주의 최신곡이나 추천곡을 주로 노출시키는데 반해 애플은 이용자 기반의 큐레이팅, 이용자의 음악적 감성에 맞는 음악을 추천해주는 등 매우 세밀해 이용자에 최적화 된 근래 가장 진화한 음악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는 단순히 디지털 음원을 듣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 친화적인 고도화된 방식으로 최적화된 음악을 추천하는 기술이 반영되기 때문에 이용자의 친밀도가 상당히 높다는 얘기다.
◇ 국내도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확산…경쟁력은?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세계 디지털 음악 시장은 다운로드 매출이 2010년 33억6800만달러(약 3조7천억원)에서 2015년 44억5000만달러(약 5조원)로 연평균 3.8% 성장하는데 그쳤지만, 스트리밍은 2010년 3억5300만달러(약 3900억원)에서 2015년 22억1900만달러(약 2조5천억원)로 연평균 44.4%의 급성장을 보였다. 불과 5년 만에 다운로드의 절반을 넘어섰다.
국내 음원 유통사들은 다운로드 서비스가 주력이지만, 스트리밍 서비스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용자 중심이 아닌 여전히 사업자 제공 중심의 차트순위와 패키지 형태에 그치고 있다.
비트는 출석이나 광고를 보는 행위 등으로 '하트'를 받고 이 것으로 원하는 곡을 검색해 1곡당 1하트를 소모해 감상하는 광고형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다. 비트가 선곡해 놓은 플레이리스트는 하트 소비 없이 무제한 무료다.
앙코르(ANCOR)는 비트와 비슷한 광고형 스트리밍 서비스다. 이용자가 다양한 모바일 광고에 노출되면 사이버머니 '쏭'을 받는다. 1쏭으로 1곡을 들을 수 있다. 이들 업체는 이 광고노출로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있다. 헤이비는 광고 대신 지인 추천 등 소셜 활동을 통해 '코인'을 받고 1곡당 1코인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모바일 라디오 형태인 삼성의 밀크(Milk)는 갤럭시폰 사용자에 한해 약 360만곡의 음원을 무료로 제공한다. 역시 광고기반이다. 이외에는 음원 유통사업자인 멜론과 지니, 벅스, 엠넷닷컴, 네이버뮤직, 소리바다 등이 월정액제 가입형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현재 온라인 스트리밍 전용 시장은 광고기반과 월정액제 가입 서비스로 양분되어 있다. 애플뮤직은 월정액제 가입에 해당한다. 세계 1위 사업자인 스포티파이(Spotify)가 대표적인 광고기반 서비스다.
디지털 환경에서 많은 사람들이 광고노출에 거부감을 가진다. 집중을 방해하고, 모바일 환경을 어지럽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 초간의 광고를 보거나 듣고 더 많은 시간동안 무료 음악을 청취할 수 있다는 것에 수많은 이용자가 광고에 기꺼이 노출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것이 스포티파이가 3천만명의 가입자를 모은 원동력이다.
국내 서비스도 선발주자와 후발주자로 나뉘어 기존 음원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업체들이 월정액제를 고수하고, 후발주자인 비트, 앙코르, 헤이비 등이 스트리밍 기반으로 광고형, 코인형, 소셜활동형 등으로 파생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아직 시장 경쟁력이나 매출규모는 미미한 편이다.
◇ 고음질 음원으로 차별화 필요
한국콘텐츠진흥원 성미경 책임연구원은 "해외 서비스와 국내 서비스에서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은 큐레이션 서비스다. 아직 차이를 말하기에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음원 보유량과 고음질 음원 서비스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성 과장은 "국내 서비스의 경우 음질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아마존뮤직의 경우 가격이 비싸지만 고음질의 음원을 서비스해 차별화를 두고 있다"면서 "앞으로 음악 시장은 일반 스트리밍 시장과 고음질의 음원을 서비스하는 형태 등으로 세분화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스포티파이의 음원 품질은 96, 160, 320kbps Ogg를 지원하고, 애플뮤직은 256kbps ACC로 맞추고 있어 글로벌 서비스들은 서비스 단계부터 고음질 음원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국내 업체들도 일부 고음질 음원을 제공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글로벌 음원 서비스 시장이 전반적으로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수렴되고 통합되는 형태를 띄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디지털 시장에서 고음질 음원을 듣기 위한 헤드셋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다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폰에 고음질 음원을 지원하는 기술 탑재가 증가하고 있다.
스트리밍 업체들을 중심으로 고음질과 무손실 음원 서비스, 스마트폰 제조사를 중심으로는 DAC, aptX, 돌비 등 첨단 오디오 기술이 스마트폰에 탑재되고 있어 향후 음원 시장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국내 음원 유통사들의 품질 개선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