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사내 하청업체인 ㈜천일기업 노동자 수십 명이 임금체불을 해결해달라며 17일 경남도청을 찾았다.
천일기업 대표는 지난달 18일 폐업과 회사 청산을 통보했다.
조선 경기가 어려운 탓에 임금 삭감도 묵묵히 받아들이고 일해온 노동자들에게 청천벽력이었다.
그러나 260명의 노동자가 7월 임금 7억 원과 160명의 퇴직금 약 20억 원 지급도 미루고 있다고 노동자들은 주장했다.
노동자 임금에서 공제하고도 납부하지 않은 5, 6월 사회 보험료도 2억 원이나 된다고 했다.
노동자들은 "대표가 '사재를 털어서 체불임금을 조금이라도 해결하겠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며 "차일피일 시간을 끌며 노동자들을 기만했다"고 말했다.
가족의 생계가 걸려있는 임금과 퇴직금 미지급으로 노동자들은 속이 타고 있지만, 정작 대표 가족은 회삿돈을 자신의 쌈짓돈 마냥 사용했다고 노동자들은 털어놨다.
이들은 "노동자 임금은 삭감하면서 총무로 일하는 대표의 아들은 올해 초부터 300만 원에서 800만 원으로 월급이 인상했고, 대표는 아파트 건설에 투자해 약 20억 원의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대표 아들의 아파트가 폐업 통보 5일 전에 1억 5000여만 원으로 설정된 근저당권이 말소됐다"며 "여기에 필요한 돈 1억 3000만 원은 어디서 났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삼성중공업의 책임도 막중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삼성중공업의 불법적인 기성금 후려치기를 통한 부실 떠넘기기가 천일기업을 비롯한 하청업체 폐업의 근본 원인임을 누가 부정할 수 있는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표가 이런 불법 행위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를 추진하고 있다며 자필 확인서를 써줬는데 여기에 '단가삭감 금액 50억 원', '수정추가 미처리분 91억 원' 등 모두 141억 원이 된다"며 "대표의 일방적 주장일 수 있지만 이 가운데 10%만 인정되어도 천일기업 노동자 체불임금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노동자들은 불볕더위 속에 길거리 철야농성을 택했다.
이들은 "피해는 고스란히 하청 노동자들이 당하고 있는데 삼성중공업도, 천일기업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며 이날 오후 5시부터 삼성중공업 정문 앞에서 농성에 돌입하기로 했다.
삼성중공업과 천일기업을 상대로 한 이들의 요구는 이렇다.
▲27억 원의 체불임금 지급 ▲노동자들의 다른 사내 하청기업 고용승계 보장 ▲불법 취업 방해 금지 ▲천일기업 대표와 아들 구속 수사
이들은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농성을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