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의 건국절 발언에 야권이 총공세를 이어가자 새누리당도 야당 비판에 가세하면서, 지도부 선출 이후 처음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는 건국절 논쟁의 장으로 변질됐다.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정현 대표 등 당 지도부와 심재철, 나경원, 조경태 의원 등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야당의 건국절 논쟁을 맹비난했다.
포문을 연 건 정진석 원내대표였다. 정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건국 68주년 발언은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적시한 것"이라며 "광복절을 건국절로 전환하려 한다는 야당의 주장은 사리에 맞지 않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언제부턴가 건국 초대 이승만 대통령을 폄하하고 정통 세력은 임시 정부의 김구 선생이라는 주장이 팽배하다"며 "김구 선생만큼 이승만 대통령도 독립에 기여했다는 점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건국론은 반역사적 반헌법적 주장이고 얼빠진 주장"이라고 말한 데 대해 "문 전 대표야말로 반헌법적, 반국가적인 얼빠진 주장을 삼가해 달라"며 진영 논리로 건국의 의미를 훼손하지 말 것을 강력히 주문했다.
5선이자 국회 부의장인 심재철 의원도 "이승만 대통령이 권위적인 행동을 보였다고 건국일을 깡그리 무시하는 건 우리나라의 생일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며 "건국절을 법제화해 8월 15일을 광복절이자 건국절로 새길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5선인 정갑윤 의원 역시 18대 국회 당시 건국절 관련 법안을 발의한 점을 언급하며 "하루빨리 우리도 당당하게 건국절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날이 오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건국절 법제화 주장에 힘을 실었다.
당 지도부도 박 대통령의 건국절 발언 옹호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최고위원인 조원진 의원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때도 건국절 기념 특별 사면을 실시했다"며 "그 때 건국절과 지금 건국절 차이가 뭐냐"고 되물었다.
청년최고위원인 유창수 위원 역시 "청년이 다른 목소리를 내야 멋있어 보일 수 있지만 저도 중진의원님들과 한 목소리"라며 중진 의원들의 의견에 동조했다.
일부 중진 의원들이 당 정책과 관련한 의견을 내놨지만 이는 소수에 그쳤다.
4선의 정우택 의원은 당 차원의 저출산 고령화 특위 구성과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대책위원회를 만들자고 제안했고, 비박계 4선 신상진 의원은 이정현 대표에게 계파 청산을 위한 혁신 작업을 마무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비박계 최고위원인 강석호 의원은 농어촌 선거구와 관련한 대책 기구를 만들어 빈익빈 부익부 형식의 농어촌 선거구를 개편할 것을 제안했다.
한편 건국절 논쟁과 관련해 이정현 대표는 "국민이 보는 앞에서 건국절과 관련한 토론이 필요하다"며 야당에 공개 토론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기왕에 중대한 문제가 크게 제기된 만큼 여야 간 건전한 토론이 이뤄지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방안'과 관련해 이 대표는 '국회 5분 자유 발언' 또는 '국민이 지켜보는 생중계 토론'을 언급했다.
이 대표는 "여야 공개 토론과 관련한 방안들을 정진석 원내대표 등 원내대표단과 상의해 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