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철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6일(한국 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마라카낭지뉴에서 열린 '2016 리우 올림픽' 여자 배구 8강 네덜란드전에서 무기력한 경기 끝에 세트스코어 1-3(19-25 14-25 25-23 20-25)으로 패했다.
김연경(페네르바체)을 필두로 양효진(현대건설), 박정아, 김희진(이상 IBK기업은행) 등이 포진한 대표팀은 역대 최고의 전력이라는 평가였다. 그러나 적어도 이날 경기에서만큼은 최고가 아니었다.
불안한 서브 리시브와 김연경에 의존한 단조로운 공격 패턴은 네덜란드에 준결승행 티켓을 넘겨주는 빌미가 됐다.
김연경이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7점을 올리며 분전했지만 나머지 선수들이 생각만큼 받쳐주지 못했다. 특히 경기를 지켜본 이들은 공격과 수비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 박정아, 김희진에 패배의 책임을 물었다.
이날 박정아는 선발로 나섰다. 박정아는 큰 신장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리시브를 갖췄다는 평가다. 높이가 장점인 네덜란드를 상대로 박정아의 선발은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하지만 박정아는 리시브에서 많이 흔들렸다. 한국이 범실 25개나 기록하는 데에는 박정아의 영향도 적잖았다. 승부처마다 나온 범실은 네덜란드를 웃게 만들었다. 이런 까닭에 많은 배구팬은 박정아 대신 이재영(흥국생명)을 투입하지 않은 이정철 감독의 선수 기용에 불만을 표시했다.
이유는 충분했다. 이재영은 일본과 조별예선 1차전에서 선발로 출전한 박정아가 흔들리자 교체로 들어가 맹활약을 펼쳐 역전승을 일궈냈다. 공수에서 맹활약한 이재영은 이 경기의 수훈 선수로 꼽혔다. 그만큼 잘했다.
그러나 이런 활약이 있다 해도 네덜란드전에 기용하기에 다소 어려움이 따르는 것은 사실이다. 같은 아시아팀인 일본전에서는 비슷한 체격 탓에 이재영이 활약하는 데 큰 제한이 없었지만 신장이 큰 유럽팀 상대로는 얘기가 달라진다.
어차피 블로킹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이재영의 투입으로 디그를 노리는 것이 더 좋지 않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배구 감독들의 얘기는 다르다. 상대가 편한 상태에서 때리는 공을 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완벽한 블로킹이 아니더라도 손에 맞고 속도가 줄어든 공을 리시브하는 편이 실점을 덜 내주는 방법이라 설명한다. 결과론적으로 박정아의 카드는 실패로 끝이 났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김희진의 기용 역시 현재 대표팀의 상황을 본다면 최선을 선택일 수밖에 없다. 대표팀에 라이트 공격수로는 김희진과 황연주(현대건설)가 있다. 개인 능력과 경기 활용도를 봤을 때 김희진이 앞선다는 평가다. 물론 김희진이 올림픽 무대에서는 국내에서만큼 파괴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래도 김희진을 믿고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된 박정아와 김희진. 지금 이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은 비난의 목소리보다 격려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