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수원지방법원. 음주운전 차량에 하루아침에 동생을 잃은 한모(46)씨의 바람은 오직 하나, '진심어린 사과'였다.
하지만 한씨의 욕심이었던 걸까. 가해자의 사죄는커녕 납득할 수 없는 법의 판결에 한씨는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저희 형제들한테는 그렇게 허망하게 떠난 동생의 한을 풀어줄 의무가 있는 겁니다."
◇ 음주운전 가해자측 '배 째라'식 태도에, 두 번 상처받는 유족들
지난 3월 지난 3월26일 오후 12시40분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의 한 도로.
승용차가 앞서 가던 오토바이를 들이받고는 운전자를 깔아뭉갠 채 80m를 더 달리다 겨우 멈춰섰다.
승용차에 타고 있던 운전자 서모(71)씨의 혈중알코올 농도는 0.231퍼센트. 면허 취소 수준(0.1)을 훨씬 넘는 만취 상태였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 운전자였던 한씨의 동생(39)은 가족 곁을 떠났다.
한씨는 사고에 대해 "부딪히고도 동생을 깔아뭉갠 채 80m를 끌고 갔다"며 "아무리 취했다 하더라도 무언가 부딪히면 멈추는 것이 당연한데, 실수라고 하기에는 너무 억울하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설상가상'으로 서씨는 무면허인데다, 보험에도 가입돼 있지 않아 어디 가서 하소연할 데도 없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한씨가 참을 수 없는 것은 서씨 가족들의 '배 째라' 식의 태도였다.
"아내분한테서만 두 세 번 전화가 왔을 정도입니다. 자식들은 아예 사죄는커녕, 빈정대는 행동을 하기도 하더군요. 화가 납니다. 저희 가족만 왜 고통받아야 하는지…."
◇ 檢 "음주운전 뿌리 뽑으려면 '중형' 불가피…"
또 다시 한씨를 주저앉게 만든 건 법원의 판결이었다. 징역 3년, 1심 재판부가 서씨에게 내린 형량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고령이고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해 양형기준 권고형인 징역 1년∼3년의 상한선으로 형량을 정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는 음주운전으로 인명사고를 낸 경우 사망사고는 1년 이상 징역, 상해는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가 법정형이다.
하지만 앞선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은 2번이나 음주 운전 전력이 있는 상습범이며, 사고 직후에도 바닥에 쓰러진 피해자를 수십 미터 끌고 가 숨지게 한 것은 살인이나 다름없다"며 징역 10년을 구형했던 검찰은 강력 반발, 항소 뜻을 밝혔다.
검찰 측은 사망사고 음주 운전 사건에 대한 외국 판례를 살펴보더라도 징역 3년 선고는 합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검찰 관계자는 "2008년 일본 시아타마 재판소는 술을 마시고 차를 몰아 동승자 등 2명을 숨지게 하고 6명을 다치게 한 피고인에게 징역 16년을 선고했고, 2007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항소법원도 음주 전력이 있는 상태에서 음주 사망사고를 낸 피고인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고 강조했다.
한씨 또한 "감형 이유가 고령에 반성하고 있고, 심성이 좋다는 건데, 그런 것들이 신빙성이 있느냐"며 "이런 솜방망이 처벌로 어떻게 음주운전을 뿌리뽑을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너무 많은걸 잃었다. 몇몇 사람들 때문에 다시는 평화로운 가정이 무너지고, 고통받는 일이 없도록 이번 사건을 엄중하게 다뤄줬으면 좋겠다"며 "그래야 다른 사람들도 경각심을 가지고 음주운전을 하지 않을 것 아니냐"며 눈시울을 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