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하정우 "韓 재난 사고 풍자? 그건 감독의 영역"

[노컷 인터뷰 ②] "'먹방' 이미지,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영화 '터널'에서 자동차 영업 대리점 사원 정수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하정우.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처음부터 하정우가 유머러스한 이미지였던 것은 아니다. '추격자'와 '황해', '베를린' 등에서는 묵직한 연기를 선보이며 대중들에게 깊이 각인됐다. '터널'의 평범한 가장 정수 역 너머에는 몽롱한 눈빛으로 살인마를 연기하던 하정우가 존재한다.

"지금은 '신과 함께'를 촬영하고 있는데 다음에 뭘 찍을지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제가 싫증을 잘 내거든요. 난데없이 정색하고 전혀 다른 연기를 할 수도 있어요. 관객들에게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게 또 재밌는 일이니까요."

아직까지 유효한 '먹방' 이미지에 대한 부담은 없을까. 유독 하정우가 출연하는 영화에는 이 같은 이미지를 활용한 장면이 삽입되곤 한다.

"감독님들이 제가 출연하는 영화에 끊임없이 먹는 장면을 배치시키는게 신기했었어요. 처음에는 영화 캐릭터를 방해할까봐 고민을 했는데 그런 고민은 감독님이 먼저한다고 생각해요. 한 배우의 그런 이미지 때문에 작품이 훼손되면 문제일텐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뭐,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요."

항상 낙천적인 정수 역과 하정우는 닮은 점이 있다. 그래서 그는 정수가 극단적인 조난 상황에서도 인간애를 잃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 봤다.

"제가 살아가는 삶의 태도와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이해가 됐어요. 저 역시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살려고 많이 노력하거든요. 내가 그러기 때문에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연기할 때는 전혀 납득이 안되는 불편함은 없었어요. 물론, 수학적인 논리로 따지면 말이 되지 않을 수도 있죠."


영화 '터널'에서 자동차 영업 대리점 사원 정수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하정우.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하정우에게 '터널' 촬영 현장은 주 6일 근무하는 직장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현장에서 숙소 생활을 하지 않는 타입이라고.

"분장을 그려넣는 수준으로 매일 아침에 하니까 씻는데만 30~40분 걸렸어요. 분장하고, 집에 가서 샤워하고를 반복했죠. 현장에서 집까지 1시간 걸리니까 매일 출퇴근했어요. 숙소생활은 잘 하지 않아요. 한 끼라도 집에서 밥을 먹고 싶거든요. 기분전환하고 싶으니까요."

실제 겪은 조난(?) 상황은 엘리베이터 멈춤 사고 정도가 전부다. 하정우는 엘리베이터 탑승 시 주의할 상황을 기자들에게 손수 알려주기도 했다. 정원을 초과하지 않고, 층과 엘리베이터 간의 수평이 잘 맞아야 안전한 엘리베이터라는 것.

"제가 사는 집에서 엘리베이터 때문에 한 두 번 정도 갇혔었어요. 제 인터뷰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얼마 전에 시공 관리 업체가 바뀌었더라고요. 무대 인사를 다니면 정원을 초과해서 타는데 그럴 때 힘들어요. 줄이 끊어져서 추락할 일은 없는데 갇히면 쑥스러워지잖아요. 그런데 또 몸이 적응을 하긴 해요. 잠시 패닉 상태가 되는데 몇 분 갇혀있으면 숨이 쉬어지고…."

'터널'을 보면서 관객들은 삼풍 백화점 붕괴부터 세월호 침몰까지 대한민국에 일어난 다양한 재난 사고들을 떠올렸다. 이에 대해 묻자 하정우는 말을 아꼈다.

"그건 감독님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 역할은 어떻게 하면 이 캐릭터를 잘 소화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관객들에게 사랑받게 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하는 거니까요. 요즘에는 세계 곳곳에서 황당무계한 테러 사건들이 많이 벌어지곤 하죠. 무서운 세상이고, 알 수 없는 흉흉한 세상이라는 걱정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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