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철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6일(한국 시각) 브라질 마라카낭지뉴에서 열린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네덜란드와 8강전에서 1-3(19-25 14-25 25-23 20-25) 패배를 안았다. 4강 진출이 좌절되면서 메달도 무산됐다.
당초 대표팀은 2012년 런던 대회 동메달 결정전 패배의 아쉬움을 씻기 위해 나섰다. 여기에 1976년 몬트리올 대회 동메달 이후 40년 만의 메달을 위한 의지를 다졌다.
그러나 8강에서 꿈이 좌절됐다. 대표팀은 오는 18일(현지 시각) 브라질-중국의 8강전 승자와 4강전 진출 티켓을 거머쥐지 못했다. 세계 랭킹 9위로 네덜란드보다 2계단 높았던 데다 역대 전적에서도 10승 6패로 앞섰기에 더 아쉬웠다.
이번 대회 대표팀에 대한 이 감독과 주장 김연경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리시브 불안이다. 당초 둘은 "가장 중요한 게 리시브인데 그게 잘 되지 않고 있다"고 걱정했다. 이어 "상대 서브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받기가 쉽지 않지만 해결책을 찾겠다"고 다짐했다.
공격의 시발점부터 흔들리니 토스까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빠른 타이밍이 아니라 완만하게 상대가 예측할 수 있는 토스가 가기 때문에 블로커들이 집중돼 어려운 공격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그래서 확실한 공격수 김연경에게로 토스가 몰린다.
이날 대표팀은 박정아(187cm)가 선발로 나섰다. 리시브가 상대적으로 좋은 편인 또 다른 레프트 이재영(178cm)은 높이에서 뒤지는 까닭. 그러나 박정아의 리시브가 흔들리면서 김연경에게 어려운 토스가 가면서 고전했다. 설상가상으로 대표팀은 라이트 김희진이 소극적인 공격을 펼치면서 김연경에 대한 공격 부담이 가중됐다. 상대 블로커 3명이 뜨는 가운데 김연경은 힘겨운 공격을 펼쳐야 했다.
1세트 대표팀은 서브 에이스에서만 0-3으로 뒤졌다. 김연경이 그래도 15개 공격 중 7개를 성공시켰지만 김희진의 공격 성공률이 14.3%(7개 중 1개)에 그쳤다. 반면 네덜란드 에이스 로네크 슬뢰체스(192cm)는 14개 중 8개의 공격을 성공시켰다.
2세트에는 상황이 더 악화됐다. 김해란과 이재영 등 리시브 라인이 붕괴됐다. 서브 에이스만 5개를 내줬다. 네덜란드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리시브에 빠른 토스로 블로커들을 따돌리며 한국 진영을 유린했다. 특히 B조 예선에서 이번 대회 세계 3위 중국을 꺾고 1위 미국과도 풀세트 접전을 벌였던 경쾌한 움직임과 쾌조의 컨디션이 이어졌다.
김연경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졌다. 2세트까지 김연경은 양 팀 선수 중 가장 많은 24번의 공격을 시도했다. 악조건에도 11번의 공격을 성공시켰지만 혼자로는 역부족이었다.
3세트 심기일전한 대표팀은 반격에 나섰다. 이번에는 네덜란드 서브 리시브가 흔들리면서 김연경의 백어택과 상대 범실 등으로 11-5까지 앞섰다. 대표팀의 리시브가 안정을 찾으면서 김연경의 공격이 살아났다. 박정아도 서브 에이스 2개로 힘을 보태며 한 세트를 만회했다.
4세트 대표팀은 사력을 다해 네덜란드와 일진일퇴의 공방을 펼쳤다. 김연경은 세터 염혜선과 김희진의 호흡이 맞지 않는 등 범실 속에서도 강타를 잇따라 터뜨리며 분투했다.
그러나 박정아와 황연주 등 보조 공격수들이 막히고 슬뢰체스 등 네덜란드의 타점 높은 강타가 터지면서 6-11로 점수가 벌어졌다. 승부처에서 리시브도 흔들리면서 추격의 동력을 잃었다. 11-15에서 박정아의 리시브 불안으로 실점했고, 이후 서브 에이스까지 허용했다. 네덜란드는 이날 무려 12개의 서브 에이스를 성공시켰다.
이날 김연경은 양 팀 최다 27점을 올렸고, 가장 많은 47번의 공격을 시도했다. 양효진만이 10점을 냈을 뿐이었다. 반면 네덜란드는 슬뢰체스(23점) 등 4명이 두 자릿수 점수를 올렸다.
김연경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메달이었다. 세계 정상급 선수였지만 동료들과 세계의 격차는 적잖았다. 그는 신(神)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