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피해 당사자와 지원단체들이 반대하는 재단 설립을 강행하다 보니, 정부가 셀프인선을 통해 편향된 인사들로 이사진을 구성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외부 이사 8명중 5명, 전문가→준비위원→이사
16일 CBS노컷뉴스가 단독입수한 여성가족부 보고서에 따르면, 화해·치유재단 이사 10명 중 당연직 정부 관계자 2명을 제외한 8명의 이사 가운데 5명은 재단 준비위원 인선에 개입했던 전문가 본인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외부 이사 8명 중 5명이 자신을 전문가에서 준비위원으로, 준비위원에서 이사로 '셀프 인선'한 것.
5명의 전문가 겸 이사는 김태현 성신여대 교수(이사장)와 김교식 아시아신탁 회장, 조희용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소장, 이원덕 국민대 교수, 진창수 세종연구소장 등이다.
이들은 지난 5월 자신들을 준비위원으로 추인한 뒤, 4명의 또다른 준비위원들과 함께 결국 지난달 재단 이사가 됐다.
이 과정에서 외교부가 준비위와 협의했고 여가부가 최종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가부 측은 이사 선임 배경에 대해 "재단의 설립과 운영의 연속성을 고려해 기존 준비위원 상당수를 포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바른 소리 할 수 있는 전문가들은 배제돼"
'피해자 지원'을 명목으로 내세운 이 재단이 정작 상당수의 당사자에게 외면받고 있는 가운데, 셀프 인선 논란까지 사실로 드러나면서 재단에 대한 불신이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윤미향 상임대표는 "결국 정부 정책에 찬성할 사람들로만 맞췄다고 볼 수 있는 것"이라며 "피해자의 목소리를 전하거나 정책에 바른 소리를 할 수 있는 전문가들은 정부가 아무에게도 접촉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고 일갈했다.
더구나 그동안 위안부 피해와 관련한 심사를 담당해온 여가부 산하 피해자 생활안정지원 심의위원들에게도 재단 운영과 관련한 협의는 일절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여성가족위 문미옥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한 번도 공개되지 않고 밀실에 있던 전문가들이 준비위원으로 있다가 결국 이사가 됐다"며 "이는 졸속협상을 철회하라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면서 재단을 서둘러 만든 결과"라고 꼬집었다.
이어 "자기가 추천하고 자기가 준비해 스스로 이사장이 된 김태현 이사장과 이사진, 무엇보다 이 엉터리 법인을 승인한 여가부 장관의 자진 사퇴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외형적으로는 편향돼 보일 수 있지만 위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른 부분이 많다"며 "이사 추가인선이 가능하니 상반된 의견을 갖고 계신 분들이 추후에라도 포함됐으면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피해 당사자들과 정대협 등 400여개 시민단체는 화해·치유 재단 설립에 반발하며 지난 6월 별도로 '정의·기억재단'을 발족했으며, 기금 모금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