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먼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김 회장이었다.
이후 진 검사장이 하늘색 반팔 수의를 입고 마스크를 낀 채 법정에 들어와 피고인석에 앉았다.
법정 경위가 다가와 양손에 채운 수갑을 풀어주자 진 검사장은 손목시계를 찬 손으로 머리를 쓸어넘기거나 정면을 응시하면서 재판을 기다렸다.
재판이 시작되면서 '빗나간 우정'의 두 주인공은 어깨를 맞닿은 채 피고인석에 나란히 앉았다. 말쑥한 검은색 정장 차림의 김 회장과 수의를 입은 진 검사장의 뒷모습이 유난히 대조되는 광경이었다.
진 검사장이 김 회장에게 무언가를 말하는 듯한 모습이 포착됐지만, 김 회장은 기도하듯 손을 합장한 채 고개를 떨구거나 재판부만 바라볼 뿐 재판이 끝날 때까지 진 검사장 쪽으로 얼굴을 돌리지 않았다.
재판장이 인적사항 확인을 위해 두 사람의 직업을 물었을 때 진 검사장은 "현재 없다"고 답했고, 김 회장은 "NXC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모두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진 검사장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함께 기소된 서용원 한진(67) 대표이사도 국민참여재판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날 재판에서 진 검사장 측 변호인은 향후 치열한 법적 공방을 예고했다. 진 검사장 측은 "대체적인 사실관계는 검찰이 제대로 수사했겠지만 피고인 입장에서 좀 따져봐야 할 부분들이 있다"면서 3주 간 기록을 검토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진 검사장이 뇌물로 받은 주식가액과 관련해서도 법리 다툼이 예상된다. 주식 뇌물 수뢰액을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검찰 측은 "처음 넥슨 주식을 취득한 행위부터 재취득한 행위까지 일련의 과정으로 보고, 최종 수뢰액을 넥슨 재팬 주식으로 특정하겠다"고 말했다.
검찰 측은 또 "진 검사장 등과 관련된 기록이 9권 정도 된다"며 "증인 소환 대상자로는 10여명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은 다음달 10일 열릴 예정이다.
앞서 진 검사장은 대학 동창이었던 김 회장에게서 지난 2005년부터 넥슨 주식과 고급 승용차, 해외여행 비용 등 9억 5000여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김 회장은 뇌물공여 혐의로 지난달 말 특임검사팀에 의해 각각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