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리우 올림픽 육상 여자 3000m 장애물 결승에서 루스 예벳(바레인)이 8분59초97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바레인의 올림픽 역사상 첫 금메달. 앞서 여자 마라톤에서는 유니스 키르와가 바레인에 첫 은메달을 선물하기도 했다.
그런데 예벳과 키르와 모두 바레인 출신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둘 모두 케냐 출신으로 바레인에 귀화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리우 올림픽에 출전하는 육상 선수 가운데 85명이 국적을 변경해 출전한다. 그 중 바레인 소속만 12명. 대부분 아프리카와 캐리비안 국가들에서 귀화한 선수들이다. 한국 역시 케냐 출신 마라토너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의 귀화를 추진하기도 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규정에 따르면 국적 취득 후 1년이 지나면 새 국적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 출전에 '예전 국적으로 출전한 마지막 국제대회 이후 3년 유예기간'을 두지만, 해당 종목 국제연맹 동의 하에 IOC 집행위원회 결정으로 조정할 수 있다. 이 절차를 통과하면 귀화 직후 출전도 가능하다. 육상에 귀화 선수가 많은 이유다.
결국 IAAF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AP통신은 16일(한국시간) "IAAF가 더 이상 국적 변경이 늘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세바스찬 코 회장이 리우에서 '국적을 바꾸는 것에 대해 돌아볼 때'라면서 회의를 했다"고 전했다.
무작정 귀화를 막을 수는 없다. 기준이 필요하다. 단순히 돈을 목적으로 국적을 바꾸는 선수가 있지만, 다른 이유로 귀화하는 선수들도 있기 때문이다.
예벳은 "바레인은 나에게 교육의 기회를 줬다"고 말했다. 또 100m에 출전한 앤드류 피셔(바레인, 자메이카 출신)는 "나는 자메이카를 사랑하고, 다른 곳에 살겠다는 생각도 안 해봤다. 하지만 자메이카 대표팀에 뽑히기가 어렵다. 선수라면 더 높은 레벨에서 경쟁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한 귀화"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림픽 출전을 위한 귀화도 꽤 많다.
카타르와 캐나다, 터키, 독일 등에는 중국 출신 탁구 선수들이 즐비하다. 한 중국 출신 카타르 선수는 "카타르는 나에게 올림픽에 출전할 기회를 줬다"고 강조했다.
물론 돈을 보고 가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올림픽에서 귀화 문제가 계속 불거지는 이유다. 카타르 남자 핸드볼의 경우 선수단 90%가 유럽 출신 귀화 선수들로 구성됐다. 크로아티아 출신 마르코 바라릭(카타르)도 "(조국과 맞붙을 때) 가장 기분 나쁠 때는 국가가 울릴 때"라고 말했다.
축구는 귀화에 대해 가장 엄격한 종목이다. 귀화야 자유지만, 한 번 대표팀에 뽑혔다면 다른 국기를 달고 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