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암고 교사 "급식 속이고도 승자되는 역사, 두렵다"

-담임 배제된 상황 여전
-전직 교장 책임없다? 동의 못 해
-수사 결과에 학부모들도 반발
-재수사 없으면 다시 문제제기할 것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충암고 제보교사(익명)

지난해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던 서울 충암고등학교의 급식비리 사건. 여러분 기억하실 겁니다. 맨 처음 알려진 건 교감의 막말 사건이었죠. 급식비를 내지 않은 학생들에게 "밥을 먹지 마라", "오지 말아라" 이런 막말을 한 게 알려진 겁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죠. 식용유를 아끼려고 새까매질 때까지 재활용을 했다, 새까만 튀김만두가 자주 나왔다. 밥 양이 부족해서 늘 배가 고팠다. 이렇게 급식이 부실하다는 증언이 학생과 교사들에게서 나왔고요. 서울시교육청의 감사 결과 급식 업체와 학교 재단의 비리 때문이라는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그렇게 챙긴 돈이 4억여 원이라는 수치도 나왔습니다.

여기까지가 지난 가을의 일이죠. 그때부터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지난 11일 드디어 검찰이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약 2억여 원이 샜다. 학생들이 먹어야 할 쌀도, 식용유도 빼돌렸고 재료비도 부풀렸다. 다 밝혀냈습니다. 하지만 학교 측과의 연관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즉 급식 위탁업체가 자의적으로 저지른 일이라는 결론을 내린 겁니다. 지금 충암고 학부모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교사는 어떤 생각일지, 서울 충암고의 교사를 만나보겠습니다. 충암고등학교의 공익제보 교사 신원보호를 위해서 익명으로 연결을 하죠. 선생님, 나와 계십니까?

◆ 교사> 안녕하세요?

◇ 김현정> 검찰 수사가 꽤 오래 진행이 됐는데. 언론에 급식비리를 제보하신 뒤 지난 3월에, 그러니까 학기 첫날 담임에 배정이 되고 아이들하고 인사까지 마친 상태에서 갑자기 담임에서 배제되는 그런 석연치 않은 일도 겪으신 걸로 아는데,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 교사> 그냥 평상시대로 수업하고 담임은 배제된 상태에서 계속 있었습니다.

◇ 김현정> 아니, 담임도 배제되는 석연치 않은 일 겪고, 또 학교에서 누구인지 다 아는 상황이니까 쳐다보는 눈초리 같은 것도 좀 불편하셨을 수 있는데.

◆ 교사> 그런 사소한 불편함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 김현정> 왜일까요?

◆ 교사> 글쎄요, 제가 잘못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결국은 학교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어떤 신념 때문에 한 일이었고, 그래서 검찰수사까지 이끌어내신 건데. 이번 검찰의 발표,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까?

◆ 교사> 일단 교육청이 수사 의뢰한 현상 그 자체는 검찰이 입증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업체 측 인물들이 학교 회계직원으로 신분세탁을 해서 급식실 책임자인 영양사의 상관격으로 여러 불법을 저지르며 학생들에게 불량 급식을 제공했다, 여기까지는 검찰이 교육청의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수사 의뢰한 대로 입증해냈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렇죠. 급식 식자재를 무단 반출하거나 배송용역비를 부풀려서 2억여 원을 빼돌린 혐의, 여기까지는 검찰이 입증을 해냈습니다.

◆ 교사> 네.

◇ 김현정> 그런데 문제는 누가 저질렀느냐, 이 일을. 학교 급식을 위탁 받아서 맡고 있는 그 용역업체 대표하고 직원들 소행이다 하면서 5명을 기소했어요. 학교 측 인사들은 빠졌습니다. 이 부분 어떻게 보세요?

◆ 교사>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동의하기 힘듭니다. 왜냐하면 전직 교장선생님이 2014년도 1학기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석해서 위탁 배송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었을 때 그 의혹을 들었고. 그 다음에 대책회의를 통해서 위탁 배송에서 용역 일지를 조작해가지고 인건비 횡령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확인을 했었고. 그 사실을 확인한 이후에도 오히려 업체 측에 유리하게 계약서를 변경해 준 사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직 교장선생님이 책임이 없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힘듭니다.

◇ 김현정> 아니, 그러면 지금 말씀하신 그 부분들을 검찰도 다 조사를 했을 텐데, 왜 무혐의 판정이 났을까요?

◆ 교사>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 저는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전직 교장선생님이 몰랐다, 나는 책임이 없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 검찰이 받아들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정말로 학교측 모르게, 그러니까 상층부 모르게 위탁업체 직원들이 횡령을 했을 가능성도 아주 배제할 수는 없는 거 아닌가요?

◆ 교사>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지금 조금 전에 세 가지 사례를 말씀드렸는데. 그 외에도 많은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것을 은폐하고, 그리고 그 문제를 계속 제기하는 저를 여러 가지 모양새로 압박했던 사실들이 있었습니다.

◇ 김현정> 이 문제 제기를 그러니까 지난해에 처음 하신 게 아니라 2014년부터, 언론에 알려지기 훨씬 전부터 선생님은 지적을 하셨다고요?

◆ 교사>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그때는 어떤 정황들을 보고 어떤 식으로 문제제기를 하셨어요?

◆ 교사> 그때 당시에 학생들의 원성이 자자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급식이 맛이 없다 또는 이런 급식은 먹을 수 없다.

◇ 김현정> 너무 부실해서.

◆ 교사> 그랬습니다. 그래서 2014년도 3월달부터 제가 급식 공부를 시작했고. 조리원 아주머니들 그 다음에 아르바이트생들 이런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관련 자료를 찾다 보니 위탁 배송에서 여러 가지 불법적인 정황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 김현정> 이번에 검찰이나 서울시교육청에서 밝혀낸 것 같은 그런 정황들이요?

◆ 교사> 네. 그래서 거기서 출발해서 급식의 문제점들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 김현정> 파기 시작하면서 학교에다가도 문제제기를 하신 거예요? 그때 이미.

◆ 교사> 네, 그랬습니다.

(사진=자료사진)
◇ 김현정> 그러자 학교 측에서의 답변은 뭐였습니까?

◆ 교사> 학교의 오랜동안 일관된 주장은 업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 김현정> 위탁업체에 문제 없다?

◆ 교사> 저는 업체가 어떻게 운영하는지 그 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전직 교장선생님은 업체를 계약한 계약과정이 합법적이었는데 당신은 왜 그런 식으로 계속 얘기를 하냐. 일관된 주장이었습니다, 교장선생님은.

◇ 김현정> 왜 그런 식으로 주장을 하느냐. 그런데 검찰에서는 이번에 몰랐다, 무혐의다, 아무 상관없다라고 얘기한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 교사> 그것은 아마도 업체와 교장, 재단과의 리베이트 혐의를 찾지 못했다는 것인데. 모든 책임은 교장 선생님 아래에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교장선생님에게 최소한 업무상 배임 책임을 묻지 않은 검찰의 수사 방향은 저는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 김현정> 선생님 지금 말씀 듣다 보면 교장선생님이 이미 위탁업체의 불법을 인지하고 은폐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러셨어요? 그런데 리베이트도 받지 않고 그렇게까지 해 가면서 감싸고 돌 이유가 있었을까요? 그 부분이 선뜻 이해가 안 가는데요?

◆ 교사> 그 부분이 사건의 핵심이 아닐까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학교가 업체 측 인물을 학교 급식 회계직원으로 채용을 합니다.

◇ 김현정> 업체 측, 위탁업체 측의 직원을.

◆ 교사> 네. 이 직원이 업체 입맛대로 학교 급식을 운영할 수 있는 틀을 마련했고. 그리고 누가 그렇게 하도록 지시했는지 이 부분을 검찰에서 밝혀줬으면 했던 것이 저의 바람이었습니다.

◇ 김현정>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그 부분. 그 부분이 핵심인데 결국은 그 부분을 밝혀내지 못하고 아무것도 찾지 못했기 때문에 무혐의다, 이렇게 결론이 난 게 이해할 수 없다 그 말씀이시군요.

◆ 교사>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지금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의 반발도 크다고요?

◆ 교사> 그렇습니다. 이것이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식 수사가 아니었나.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는 학부형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하지만 검찰이 이미 수사 결과를 혐의 없음으로 결론 냈는데. 혐의 없음 결론낸 사건에 대해서 과연 재조사에 나설까? 이건 좀 의문인데, 어떻게 보세요?

◆ 교사> 저는 그 부분에 대해서 회의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만약에 검찰이 의지가 있었다면 저를 참고인 조사로 부르는 시점이 막바지 무렵이 아니라 처음에 수사에 관한 여러 가지 의견을 묻지 않았을까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막바지에 가셨어요, 참고인으로?

◆ 교사> 네, 제가 77번째 참고인조사를 받았다고 담당검사가 이야기해 줬는데.

◇ 김현정> 그게 언제쯤입니까?

◆ 교사> 얼마 전입니다.

◇ 김현정> 얼마 전에. 선생님께서는 처음부터 문제제기를 하셨던 분이고 언론에 알렸던 분이고 나서서 제보하셨던 분인데 그렇게 뒤늦게요?

◆ 교사> 그 부분이 저로서는 검찰이 재수사하기 힘든 면이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참 충암고 사태. 이렇게 결론이 나고 있는데. 재조사, 재수사 안 들어간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세요? 그냥 포기입니까, 어떻게 되는 겁니까?

◆ 교사> 현재로서는 검찰수사가 미진했고, 그리고 이해할 수 없다는 부분에 대해서 국민 신문고 등을 통해서 다시 한 번 문제 제기 할 것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끝으로 선생님, 익명으로 인터뷰하고 계시지만 이미 학교 안에는 누구인지 다 알려진 상태고 그래서 담임도 배제됐고. 이 상황들이 조금 두렵거나 고통스럽지는 않으세요?

◆ 교사> 그런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다른 것이 두려워서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 김현정> 어떤 것이 두려우셨어요?

◆ 교사> 이런 검찰 수사 결과로 한창 성장하는 아이들이 밥 먹는 것을 가지고 장난친 사람들이 마치 승자처럼 추한 급식의 역사가 기록될까 두려워서 김현정 앵커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다른 것은 별로 두렵지 않습니다.

◇ 김현정> 아이들 밥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친 사람들이 제대로 벌 받지 않는다면 과연 역사 앞에 우리 어른들은 얼마나 부끄러울 것인가. 그 말씀을 하고 계신 거예요. 충암고 사태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여러분, 관심 있게 지켜봐주십시오. 선생님 오늘 용기 내서 인터뷰 고맙습니다.

◆ 교사>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충암고의 공익제보 선생님 익명으로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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