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김현정>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입니다. 오늘 뒤집어볼 뉴스의 행간은요?
◆ 김성완> 어제 박근혜 대통령이 연설한 광복절 경축사가 하루가 지나도록 논란입니다. 건국일 논란에서부터 사드배치 논란, 헬조선 논란, 역사적인 사실 오류 논란까지, 연설 내용을 두고 정치권과 여론이 시끌시끌한데요. 박근혜 대통령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사, 이 뉴스의 행간을 짚어보려고 합니다.
◆ 김성완> 큰 틀에서는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국민통합, 안보 문제, 성장한 대한민국에 대한 자긍심을 강조한 것은 이전 광복절 연설과 맥을 같이 합니다. 하지만 올해 광복절 연설이 남북관계나 한일관계, 외교안보 비중은 줄고, 대국민메시지 성격이 강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어제 대통령 경축사 6500글자 경축사에서 많이 언급된 키워드를 꼽자면, 국민이 20회, 경제가 18회, 국가가 14회, 대한민국이 13회, 북한이 11회, 개혁이 10회, 이런 순서였구요. '할 수 있다·자신감·자긍심'이 9차례나 강조됐습니다.
◇ 김현정> 논란이 된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이 뉴스에는 어떤 행간이 있을까요?
◇ 김현정> 축소된 메시지? 그게 어떤 거죠?
◆ 김성완> 바로 한일관계, 대일 메시지입니다. 광복절 축사는 말 그대로 일제 36년에서 해방된 날 아닙니까? 기본적으로 대일 메시지와 대북 평화 메시지로 구성됩니다. 그런데 어제 경축사가 200자 원고지 53장, 6500자 분량이었는데, 대일 메시지는 딱 한 문장 뿐이었습니다. "한·일 관계도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새롭게 만들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 딱 한 문장이었는데요. 이것도 북한의 핵 개발 문제와 우리 사드 배치의 정당성을 언급한 뒤에,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호혜적으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말은 언급한 다음에 붙였습니다. 지금까지 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 대일 메시지 중에 가장 짧고, 가장 두루뭉술한 표현인 겁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첫해 광복절에는 "영혼에 상처를 주고 신체의 일부를 떼어가려 한다면 어떤 나라 어떤 국민도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 있고 성의 있는 조처를 촉구했습니다. 이듬해 역시 "역사의 진실은 마음대로 가릴 수도 없고 부정할 수도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었는데요. 하지만 올해는 일본 정부의 우경화, 위안부 책임론, 독도 문제, 일본 교과서 문제, 반성하지 않는 일본 문제, 그 어떤 것 하나 짚고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 김현정> 일본 책임론이 빠진 광복절 경축사, 또 어떤 논란과 행간이 있을까요?
◆ 김성완> 두 번째 행간은 "지나치게 강조된 단어가 있다"입니다.
바로 '건국'이라는 단어가 그 핵심인데요. 3번이나 언급됐습니다. 지난해 경축사에 이어 또다시 '건국' 단어를 사용한 건데, 뉴라이트 등 보수진영 일부의 '건국절 제정론'에 힘을 실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지난 12일 원로 독립운동가 김영관 전 광복군 동지회장이 '건국절 제정'을 비판한 지 불과 3일 만에 또다시 '건국 68주년'이라고 언급한 건데요. 이 말인 즉, 박근혜 대통령은 이 건국절 논란이 상당히 첨예한 논란인 걸 알면서도 꺼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당장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건국절 제정은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는 얼빠진 주장"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했습니다.
이 문제는 내년 대선 국면에서 중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내년 봄이 되면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시행되면서 역사 논쟁이 또다시 불붙을 전망입니다.
◇ 김현정> 알면서 건국절 논란을 꺼냈다는 얘기군요.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마지막 행간은요?
◆ 김성완> 세 번째 행간은 "티가 옥을 덮고 있다"입니다.
이번 연설은 티가 너무 커서, 실수가 커서 연설 자체를 뒤덮어 버렸다. 박 대통령이 경축사 거의 첫 부분에서 "안중근 의사가 차디찬 '하얼빈'의 감옥에서 '천국에 가서도 우리나라의 회복을 위해 힘쓸 것'이라는 유언을 남기셨습니다"라고 했는데, 하얼빈에서 죽은 건 안중근 의사가 아니고 이토 히로부미입니다. 안 의사는 러시아 하얼빈의 감옥이 아니라 중국 뤼순감옥에서 순국했고, 그 감옥에서 유언을 남겼죠. 가장 기초적인 역사적 사실조차 틀린 겁니다. 지적 쏟아지자 청와대가 뒤늦게 정정했는데요.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있을 수 없는 실수입니다.
사실 요즘 박 대통령 연설문이 좀 이상합니다. 지난달 7일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도 쥐덫 이야기를 혁신의 사례로 들었는데요. 이건 정반대로 실패한 사례였거든요. 대학생 원고도 아니고 대통령 원고인데 자꾸 오류가 발생하는 이 상황, 연설문 작성과 검증 과정에 큰 허점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 김현정> 김성완의 행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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