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성들 군대 가는 건 일본 평화 지키기 위해서”

아키히토의 생일인 1948년 12월 23일,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 “천황제 평화주의는 전후 미국의 동아시아 구상의 산물, 미일 합작품”
- “일왕 퇴위메시지는 아키히토의 정치적 쇼”
- “평화헌법을 지키기 위해서는 천황을 지지해야 하는 것처럼 되는 것이 문제”
- “천황제 평화주의, 한국이나 다른 지역을 희생시키면서 유지”
- “일본이 평화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천황제부터 폐지하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6년 8월 15일 (월) 오후 6시 30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후지이 다케시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원)


◇ 정관용> 지난 8일이었죠. 일본의 아키히토 일왕, 대국민 메시지를 방송했습니다. 퇴위하겠다, 이런 뜻이고요. 그런데 거기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가 ‘상징’이라는 표현이었죠. 즉, 일왕은 상징이라는 현재 헌법 규정상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아베는 이 평화헌법을 개헌하려고 하면서 일왕을 실제적인 국가원수로 삼아야 한다, 그렇게 삼자. 이것도 개정안 중의 하나라고 하지 않습니까? 이 문제 어떻게 봐야 할지 평화헌법 문제, 일왕의 퇴위 논란 좀 생각해보기 위해서 일본인입니다. 지금 현재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원으로 계신 역사학자 후지이 다케시 씨를 오늘 스튜디오에 초대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후지이 다케시>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한국말 잘 하시네요. 언제 오셨어요?

◆ 후지이 다케시> 오래됐죠. 16년 됐습니다.

◇ 정관용> 16년. 제가 지난 8일 이 일왕의 메시지 방송된 이후에 일본 전문 학자하고도 인터뷰 하면서 제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본 게 이런 게 있었어요. 일왕의 퇴위는 아베의 평화헌법 개헌 추진에 대한 어떤 저항, 항거의 의미냐. 아니면 나는 평화헌법을 지지한다고 계속 해 온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퇴위하면서 당신의 평화헌법 개정의 길을 터주겠다, 이런 의미냐. 정반대도 있지 않습니까, 해석이?

◆ 후지이 다케시> 그렇죠.

◇ 정관용> 어떻게 봐야 합니까?

◆ 후지이 다케시> 그런데 두 개 다 틀린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 정관용> 둘 다 틀렸다고요?

◆ 후지이 다케시> 네.

◇ 정관용> 그럼 뭐예요?

◆ 후지이 다케시> 그러니까 오히려 거기서 천황제 기능이라는 게 무엇일까라는 것에 대해서 좀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는 그런 생각은 드는데요. 물론 아키히토라는 개인의 생각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그 사람이 천황으로 있는 한에서는 그것은 사실은 정치적인 발언을 하고 있는 것이고 사실 개인의 발언이라고 보기는 힘들죠.

◇ 정관용> 그렇죠.

◆ 후지이 다케시> 거기서 생각을 해야 되는 것은 그래서 아베가 독주를 하고 있다는 것은 누가 봐도 뻔한 거잖아요. 너무나 분명한 것인데 그런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경계를 하는 사람들은 많이 있으니까 그런데 그런 사람들도 다시 일본이라는 국가로 통합을 시키기 위해서, 말하자면 천황이 그런 역할을 지금 맡아서 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러니까 아베는 틀렸지만 그래도 그것을 통제할 수 있는 그런 장치 같은 것은 일본에는 있는 것이고 그런 점에서 이것 자체가 일본이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하기 위해서, 말하자면 한 입으로 두 말을 하기 위해서 그렇게 역할을 나눠서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정관용> 정확히 해석이 안 되네요, 지금. 말씀 제가 들어봐도. 그러니까 아베의 평화헌법 개헌 추진은 나쁘다, 잘못됐다. 그런 메시지를 담는다는 거죠?

◆ 후지이 다케시> 그런 요소는 있죠, 분명히.

◇ 정관용> 그래서 상징이라는 단어도 많이 쓴 것 아닙니까?

◆ 후지이 다케시> 네.

◇ 정관용> 현재 헌법상 상징으로 되어 있는데 이걸 국가원수로 바꾸려고 하는 건 이건 안 된다, 그런 뜻이 담겨있다는 얘기죠?

◆ 후지이 다케시> 네, 그럴 생각은 없죠. 그 사람은, 아마도.

◇ 정관용> 아키히토의 생각 속에서는. 그러니까 거기에 내가 저항하고 항거하는 의미에서 내가 내 직을 내려놓겠다, 그런 겁니까?

◆ 후지이 다케시>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게 할 생각은 없을 거고요. 그렇게 하지도 못할 거예요.

◇ 정관용> 퇴위도 못한다고요?

◆ 후지이 다케시> 네. 본인 뜻대로 그거 할 수 있는 것 아니니까. 법적으로 봤을 때는 어려운 문제거든요.

◇ 정관용> 그런데 새로 법을 만들거나 이렇게 하면 된다면서요.

◆ 후지이 다케시> 그러니까 새로 법을 만들어야 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렇게까지 해야 되는 것인데 굳이 그것을 강행할 생각까지는 없을 거예요.

◇ 정관용> 아키히토의 생각 속에요?

◆ 후지이 다케시> 네. 그러니까 기본은 쇼라고 봐야 되는 것인데.

◇ 정관용> 그래요?

◆ 후지이 다케시> 네. 그래서 이거 자체가 일본의 전후 민주주의라는 것을 어떻게 봐야 될까 하는 문제가 될 텐데요.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러면 차근차근 공부를 해 봅시다. 제일 궁금한 것만 딱 바로 물어봤는데 전후 민주주의와 일본 천황, 일왕의 존재 어떻게 연결됩니까?

◆ 후지이 다케시> 기본적으로는 상징천황제라는 게 된 것은 전후 새로 일본 헌법이라는 것을 제정하면서부터.

◇ 정관용> 이른바 평화헌법 제정하면서.

◆ 후지이 다케시> 네. 그 전에는 유일한 주권자였으니까, 천황이라는 게. 그런데 일단은 전체적인 기능은 없는 것으로 하고 단지 상징으로만 존재한다라는 것이었는데 그런데 그렇게 만들어진 것 자체가 기본적으로는 미국의 점령정책의 결과였죠.

◇ 정관용> 미국의 의도는 어떤 것이었어요, 그러니까?

◆ 후지이 다케시> 미국의 의도는 원활한 점령을 위해서 천황제는 남겨야 겠다라는 게 일단은 컸고.

◇ 정관용> 상징으로라도.

◆ 후지이 다케시> 네. 그러니까 말하자면 미국이 노린 것은 무장해제된 천황제라는 거죠.

◇ 정관용> 그렇죠.

◆ 후지이 다케시> 그래서 일본 헌법을 보면 9조가 평화조항이잖아요. 그런데 1조부터 8조까지는 천황에 관한 조항이에요.

◇ 정관용> 어떻게 내용이 돼 있어요?

◆ 후지이 다케시> 그러니까 천황이라는 것은 국민통합의 상징이고 그런 것이라든가 직접적으로 정치를 하지 않는다든가 그런 것들이 다 규정되어 있어요.

◇ 정관용> 1조부터 8조가 무장해제된...

◆ 후지이 다케시> 아니, 1조부터 8조까지가 천황제에 관한 규정. 그다음에 바로 평화조항이 있는 거죠. 그런 점에서 그 천황제 평화주의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이 헌법 9조라고 할 수는 있는데 그런데 그런 식으로 된 것 자체가...

◇ 정관용> 천황제 평화주의라고 방금 표현하신 그 말은 상징으로써의 천황, 정치활동을 내지는 권력을 갖지 않는 천황 아닙니까?

◆ 후지이 다케시> 네.

◇ 정관용> 동시에 9조에서는 일본은 군대를 가지 않는다. 그것까지가 결합된 거다.

◆ 후지이 다케시> 그렇죠.

◇ 정관용> 계속해 주세요.

◆ 후지이 다케시> 그런데 그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미국의 전후 동아시아 구상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러니까 일단은 동아시아의 경제적인 부흥을 위해서는 일본이 그 핵심이 돼야 하니까 일본 부흥 자체는 필요하고 하지만 군사화 되면 곤란하다는 것이 컸죠. 그런 점에서 일본이라는 국가 자체를 해체할 생각은 아예 없었던 것이고 일본을 유지하면서 그런데 무장은 하지 않게.

◇ 정관용> 그렇죠.

◆ 후지이 다케시> 그런데 그 결과가 어떻게 됐느냐 하면 일본에서는 일단 평화라는 게 유지됐다고 보통 보잖아요. 오랫동안 평화국가였다. 그런데 그 평화국가라는 것 자체가 그러한 동아시아 분업구조 속에서 주어진 위치였던 셈이고 그래서 그 대신에 그 군사 부분을 누가 맡았느냐? 한국이 맡은 거죠.

◇ 정관용> 그렇죠.

◆ 후지이 다케시> 그래서 어떻게 보면 한국인 남성들이 징병제로 군대에 가는 것은 일본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그런 것이기도 하죠, 구조적으로는.

◇ 정관용> 그렇게도 볼 수 있네요.

◆ 후지이 다케시> 네.

◇ 정관용> 분단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본을 지키기 위해서 일본은 무장을 안 하니까.

◆ 후지이 다케시> 대신에 그 앞에서 무장을 해 주고 있어야 되는 거죠. 그런데 그런 점에서 한국에서 보면 사실은 일본의 평화라는 것이 얼마나 기만적인 것인지 사실은 잘 보이는데 어떻게 보면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천황이라고도 할 수 있죠.

◇ 정관용> 천황의 존재 자체가 그걸 상징하고 있다.

◆ 후지이 다케시> 네. 그러니까 사실은 천황 자체가, 천황제가 존속됐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거잖아요. 그 전에 2차 세계대전 그것을 일으킨 사람인 것이고. 말하자면 A급 전범으로 먼저 처형됐어야 되는 사람인데 그런데 밑에 있는 군인들만 책임지고 천황은 사실은 평화주의자였다라는 환상을 미일합작으로 만들었는데.

◇ 정관용> 환상이다?

◆ 후지이 다케시> 네. 그것 자체는 확실하죠.

◇ 정관용> 이런 저런 에피소드가 들리잖아요. 현 아키히토 천황의 경우에는 33년생이니까 12살 때 일본이 패망한 거예요.

◆ 후지이 다케시> 네, 그랬죠.

◇ 정관용> 그다음에 가정교사한테 여러 가지 교육을 받으면서 평화주의자가 됐다. 그리고 리버럴리스트(liberalist)다, 그렇게 알려져 있잖아요. 그건 사실입니까?

◆ 후지이 다케시> 그거 자체는 기본적으로 사실일 거예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런데 그 사람이 천황이 된 건 89년의 일이고 사실 그 전까지는 아버지의 히로히토가 천황을 했었죠.

◇ 정관용> 그렇군요.

◆ 후지이 다케시> 그러니까 1945년에 단절이 있어야 되는 건데 그 단절은 없었고. 결국에 똑같은 사람이 천황으로 있을 수 있었던 것이죠.

◇ 정관용> 89년까지.

◆ 후지이 다케시> 네.

◇ 정관용> 그런데 그게 미국의 구상이었고 그래서 무장을 해제시켰단 말이에요. 그런데 요즘 미국의 구상이 좀 변하고 있고 아베는 또 그걸 등에 힘을 얻고 평화헌법 바꾸겠다는 식으로 가고 있잖아요.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합니까?

◆ 후지이 다케시> 그래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은 미국 쪽에서도 여러 가지 엇갈리는 입장은 있을 거예요. 일본 내부에서도 다양한 의견들이 있을 거고. 그런데 그런 것을 말하자면 이중으로 수용하기 위한 체제라고 보면 될 것 같기도 한데. 그러니까 아까도 그 아베와 천황제 역할이라는 게 말하자면 일본이라는 그릇은 바닥이 이중으로 되어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아베에는 반대하는 사람들도 일본 존재, 일본이라는 국가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닌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 아베는 반대를 하지만 그래도 천황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다시 일본이라는 국가를 통합하기 위한 장치. 그리고 그런 장치가 있기 때문에 아베는 약간 무리를 해도 되는 거죠.

◇ 정관용> 아하.

◆ 후지이 다케시>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A급 외국 전범이 된 사람이랑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거예요.

◇ 정관용> 그렇지만 거기에 반대하는 국민들도 일본 국민이고.

◆ 후지이 다케시> 네.

◇ 정관용> 그래서 결과적으로 우리 후지이 다케시 씨가 보기에는 평화헌법 개정 쪽으로 그럼 안 갑니까?

◆ 후지이 다케시> 결국에는 아키히토가 평화헌법 개정 자체를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 정관용> 못 막는다. 그런데?

◆ 후지이 다케시> 일단 지금 하고 있는 건 어디까지나 쇼인 것이고 그런데 중요한 것은 지금 평화헌법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오히려 천황제 쪽으로 쏠리고 있다는 게 문제인 것이죠. 그러니까 마치 지금 평화헌법을 지키기 위해서는 천황을 지지해야 되는 것처럼.

◇ 정관용> 그러네요.

◆ 후지이 다케시> 구조가 돼 있는 건데. 그런데 그것 자체가 사실은 천황이 있다는 것 자체가 일본의 전후 민주주의라는 것이 얼마나 기만적인 것이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인데도 그것을 외면하게 만든다라는 게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 정관용> 하지만 우리가 영국의 예를 보면 영국의 여왕도 상징으로 존재하고 영국 국민들, 영 연방이 또 왕으로 떠받들지 않습니까? 그럼 민주주의가 제대로 되고 있잖아요.

◆ 후지이 다케시> 그런데 지금 영국에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잘 모르겠는데요. 그렇게 잘 안 돼 있는 것 같기도 하고.

◇ 정관용> 영국도 민주주의가 잘 안 돼 있다고 보세요?

◆ 후지이 다케시> 거기도 신자유주의 이후로는 많이 망가졌죠.

◇ 정관용> 물론 그런 측면은 있습니다만.

◆ 후지이 다케시> 그러니까 과거 70년대까지는 그래도 민주주의라는 게 많이 살아 있었다고는 볼 수 있을 텐데 80년대 이후로는 많이 변한 부분도 있고.

◇ 정관용> 그래도 어쨌든 영국 여왕제도를 존속하고 있다는 것이 영국 민주주의의 이중성, 기만성 그렇게까지 연결되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일본은 그게 연결이 된다?

◆ 후지이 다케시> 네. 거기에는 역사성의 차이라는 게 분명히 있죠.

◇ 정관용> 그렇죠. 전범이기 때문에.

◆ 후지이 다케시>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전후 민주주의라는 것이 가능했다면. 그런데 그것은 과거와의 단절에 의해서만 가능했을 거잖아요.

◇ 정관용> 그런데 단절은 안 되고.

◆ 후지이 다케시> 단절되지 않은 것을 상징하는 것이 천황제 존재이니까요. 그런데 그렇다면 그 문제까지 제대로 건드리지 않으면 사실상은 일본의 전후 민주주의라는 것 잘못 보게 되는 것이죠.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다케시 씨의 주장의 핵심은 평화헌법 개정 추진하는 이것도 비판하면서 동시에 천황제도 비판해야 한다. 그 말이군요.

◆ 후지이 다케시> 그렇죠. 그러니까 평화헌법을 지킨다는 것 자체가 보수적인 운동이 되면 안 된다는 것이죠.

◇ 정관용> 네, 알겠습니다.

◆ 후지이 다케시> 그러니까 과거에 평화헌법에 기초한 구조라는 것은 결국에는 한국이나 그런 다른 지역을 희생시키면서 유지된 것이었잖아요.

◇ 정관용> 그런데 초반에 이야기한 ‘아키히토 천황의 퇴위 의사표명이 쇼다’ 그렇게 해석하시는 이유하고 그렇게 쇼를 하는 이유는 뭐예요?

◆ 후지이 다케시> 거기에는 일본 지금 아베가 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라는 건 있을 거예요. 일단 거기에는 아키히토 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는데요. 그런 식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이고 결국에는 모든 것이 매체를 통해서만 나오는 사람이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홍보되는 것은 아베에 대해서는 경계를 하고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좌측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한.

◇ 정관용> 좌측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한. 천황제 폐지로까지 주장이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 후지이 다케시> 천황제 폐지로 나간다고 할까. 지금 아베에 대한 비판이라는 게 결국에는 바로 반일이라든가 그런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서 일본이라는 국가 자체를 부정하게 만들 가능성도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아베가 과거의 일본으로 회귀하려고 하고 있다라고 생각한다면 거기에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많잖아요.

◇ 정관용> 그렇죠.

◆ 후지이 다케시> 다시 일본이 전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걸 우려하는 사람은 많죠. 그런데 거기에서 평화의 상징으로 천황이 등장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그것이 결국에는 아직은 다른 가능성도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거니까요. 그리고 아베가 그렇게 막 독주를 하고 그런 다음에 아마 잘리거나 그렇게 될 가능성 자체는 있죠.

◇ 정관용> 정권이 바뀔 수는 있죠.

◆ 후지이 다케시> 네. 그런데 그것이 더 급진적인 것이 되지 않기 위해서 말하자면 쿠션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라도 볼 수는 있겠죠.

◇ 정관용> 아키히토 왕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 후지이 다케시> 네.

◇ 정관용> 요약하자면 평화헌법 개정에 반대하는 이른바 일본의 평화운동이 보수화되기를 기대하면서.

◆ 후지이 다케시> 그렇죠.

◇ 정관용> 그런 역할을 한 것이다?

◆ 후지이 다케시> 네. 그들을 흡수하기 위해서 지금과 같은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 정관용> 내 중심으로 뭉쳐라?

◆ 후지이 다케시> 그렇게까지 강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런데 좀 미묘하긴 해요. 일본의 지금 천황제 기능이라는 것 자체가. 그리고 사실은 아키히토가 그렇게 리버럴한 사람이었다는 것도 확실하게 미국의 점령정책의 효과라고 할 수 있는데요.

◇ 정관용> 그렇죠.

◆ 후지이 다케시> A급 전범들이 처형됐잖아요, 1948년에. 몇 월 며칠인지 아세요?

◇ 정관용> 모르겠는데요.

◆ 후지이 다케시> 12월 23일인데요.

◇ 정관용> 그날이?

◆ 후지이 다케시> 아키히토 생일이에요.

◇ 정관용> 아.

◆ 후지이 다케시> 그러니까 그 사람은 평생 잊을 수가 없는 거죠. 자기 생일이 올 때마다 그렇게 미군에 의해서 전범들이 처형됐다.

◇ 정관용> 그러나 너는 살려준다.

◆ 후지이 다케시> 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그건 공포 경험이기도 했을 것이고 10대 초반이잖아요, 그때가.

◇ 정관용> 그렇죠. 그 아버지의 생일이 아닌 아들의 생일을 일부러 택한 건가요?

◆ 후지이 다케시> 그렇죠.

◇ 정관용> 그렇군요.

◆ 후지이 다케시>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미국인이 교육을 시킨 것이고. 그리고 ‘너는 평생 이걸 잊지 말아야 된다’ 어차피 아버지는 이미 늦었죠, 어떻게 보면 교육을 시키기에는. 그리고 언제까지 천황을 할지도 그건 알 수 없는 것이었고. 생각보다 오래 살아서 80년대 말까지 갔지만.

◇ 정관용> 그리고 또 하나 ‘이건 쇼다’라고 표현하시고 그다음에 실제로 일본 의회에서 무슨 특별법 같은 것을 만들어서 퇴위가 가능하게 그럴 뜻은 없다라고 보셨잖아요, 아까.

◆ 후지이 다케시> 네. 그렇게까지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 정관용> 지금 한일의 대부분의 언론은 거의 기정사실화하는데. 지금 건강상의 문제도 있고 하기 때문에.

◆ 후지이 다케시> 건강상의 문제라는 것 자체는 있을 수 있는데요.

◇ 정관용> 그래서 곧 일본 의회에서 특별법을 만드는 쪽으로 갈 것으로 전망들을 하는데 그걸 아니라고 보세요?

◆ 후지이 다케시> 그거 확실하게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만약에 그렇게 된다고 해도 거기에는 다양한 정치적인 계산들이 있어서 그런 것이고 본인의 의지가 관철돼서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겠죠.

◇ 정관용> 아하.

◆ 후지이 다케시> 그러니까 천황제 지금 시스템이라는 것 자체가 개인의 의지가 표현될 수 있는 그런 데는 아니니까요.

◇ 정관용> 그건 좀 지켜봐야겠군요, 앞으로.

◆ 후지이 다케시> 그래서 지금 천황제라는 것 자체가 어떤 식으로 이미지화되는지 그런 것을 좀 유심히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 정관용> 일본 국민들이 이 평화헌법 개정에 대해서 지금 찬반 가운데는 반대 쪽이 아직 많죠, 여론으로는.


◆ 후지이 다케시> 아직은 많을 거예요.

◇ 정관용> 아직은 많죠?

◆ 후지이 다케시> 네.

◇ 정관용> 이 천황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평가는 어떻습니까?

◆ 후지이 다케시> 천황에 대해서 대놓고 반대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는 않죠.

◇ 정관용> 극소수죠?

◆ 후지이 다케시> 네. 그런데 거기에는 아직까지는 공포라는 게 있으니까요.

◇ 정관용> 공포?

◆ 후지이 다케시> 네. 그러니까 천황을 함부로 비판하거나 그러면 우익들, 또 나아가면 야쿠자들의 공격을 받을 수가 있으니까 실제로 테러라는 것이 종종 일어났었잖아요.

◇ 정관용> 그렇죠.

◆ 후지이 다케시> 그런 공포심이라는 건 있어요.

◇ 정관용> 그런데 지금 다케시 씨가 주장하는 바는 일본이 진정한 민주국가, 평화국가가 되려면 천황제도 넘어서는.

◆ 후지이 다케시> 천황제부터 사실 없앴어야 되는 거죠.

◇ 정관용> 없애는 그런 민주주의를 지향해야 하는데 그것을 막는 역할을 이번에 일종의 퇴위 의사표명이라는 쇼를 통해 하고 있다. 그 말씀이군요.

◆ 후지이 다케시> 네, 그러니까 전후 민주주의가 지니고 있었던 이중구조라는 것.

◇ 정관용> 그걸 그대로 유지하자.

◆ 후지이 다케시> 네. 그런 것이죠.

◇ 정관용> 알겠습니다. 새로운 시각에서 또 좋은 공부를 했네요. 오늘 나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 후지이 다케시> 네.

◇ 정관용>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원 후지이 다케시 씨를 함께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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