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맥주 생산 기업인 오비맥주가 물동량 효율화를 이유로 2014년부터 맥주 배송차량을 25톤급 이상 대형차로 바꿀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당시 대형화하지 않는 차들은 배차를 제한한다는 얘기도 있었고, 안바꾸니까 공장에서 큰 차들은 7시에 들어오고, 작은 차들은 8~9시에 들어오라고 했다"며 "화물운전들에게는 시간이 돈이기 때문에 회사의 요구를 거절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형차로 바꾼지 2년도 채 안된 올해 초, 오비맥주가 갑자기 5톤 직배송 체제로 전환한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김씨는 25톤 차를 되팔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2년전 오비맥주 고정차가 되기 위해 2억2천여만원을 들여 25톤 화물차를 산 이성민(45·지입차주·가명)씨도 빚더미를 떠안을 위기에 처한 건 마찬가지다.
이씨는 "새 차를 산 사람들은 더 힘들다. 지금 팔아도 적어도 5~6천만원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다른 데 가서 일하고 싶지만, 저런 큰 차로는 갈 데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 "대형차로 바꾸라고 할 땐 언제고…" 도 넘은 오비 횡포
오비맥주가 맥주 화물 운송 체계를 대형 트럭 위주로 했다가 다시 소형 화물트턱으로 바꾸는 바람에 대형 트럭 화물 업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오비맥주는 공장-물류센터-대리점을 거쳐 이뤄지는 물류 과정 중 일부 지역에서 물류센터에 들르는 과정을 생략, 5톤 차량으로 대리점까지 직배송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올해 10%까지 직송화를 추진하고, 4~5년내 90%까지 달성한다는 목표다.
15일 화물연대 대전지부 오비맥주 비상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오비맥주 화물차주 200여명은 지난 12일부터 운송료 인상과 5톤 직송화 철회를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오비맥주에서 생산한 맥주를 운송하는 화물차운전사들로, 오비맥주가 물류운송을 위탁한 CJ대한통운이 재하청을 준 운수회사에 소속돼 있는 이른바 지입차주다. 짧게는 2~3년, 길게는 20년 이상 오비맥주를 운송했다.
이들은 "오비맥주가 지나 2014년 물류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소형화물차를 25톤급 이상 대형차로 바꾸도록 요구했었다"며 "그런데 이제와서 일방적으로 5톤 직송화로 전환하겠다는 것은 화물차주들 모두를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화물운전사들은 오비맥주의 일방적 배송체계 변경은 생존권을 위협하는 조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영길 화물연대 대전지부 오비맥주 비상대책위원장은 "25톤 차를 팔고 5톤 차로 바꿔야 하겠지만, 오비맥주 전용 특장차로 개조된 차량이라 중고차 시장에 내놔도 값을 제대로 받을 수 없다"며 "배송 차량을 바꾸겠다는 통보는 화물차주들에게 모두 나가 죽으라는 통보와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화물차주들 "공장 설비 비용도 떠넘겨…"
또 오비맥주측이 공장내 안전시설 보강 비용을 화물차주들에게 떠넘겼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운임단가 협상이 끝난 지난해 7월 오비측이 공장 설비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운임 5.8%를 추가로 삭감했다는 것.
박 위원장은 "(삭감 당시) 차주들한테 브리핑할 때 공장 안전 설비 보강비용을 걷는다고 했었다"며 "나중에 화물연대 회원들이 그걸 왜 우리한테 걷냐고 반발하니까, 안전관리 시설비가 아닌 대형화로 인한 효율화로 깎은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오비맥주측은 물류 배송과 관련해서는 CJ 대한통운에 일임하고 있다며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CJ 대한통운으로부터) 우선은 3~10% 수준에서 5톤 직송을 시행한다고 화물차주들한테 공지를 했다고 들었다"며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화물차주들과의 계약 당사자는 오비가 아니라 CJ 대한통운으로 양자 협상에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CJ 대한통운 관계자는 "오비쪽에서 5톤으로 해서 효율적으로 직송화를 하는 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 올해 초 왔었다"며 "아직은 시범 운영단계로 화물차주들의 일이 단절되지 않도록 협의를 거쳐서 진행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