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판사에 정운호 로비 의혹' 성형외과 원장 구속

수천만원 현직 부장판사에게 건넴 혐의…판사들 잇달아 구설수

(사진=자료사진)
정운호(51·구속기소)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구명로비 대가로 1억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성형외과 원장 이모(52)씨가 구속됐다.

이에 따라 이씨를 통해 정 전 대표에게서 금품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수도권의 현직 부장판사 K씨도 조만간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 전 대표의 구명로비 의혹에 연루된 현직 판사들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번 사건은 '대형 법조 게이트'로 비화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박평수 판사는 16일 서울 강남의 모 성형외과 원장 이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열고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증거 인멸과 도주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씨는 이날 '억울한 점이 없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조금 있다"며 "공장(병원) 하면서 정산을 못 받은 게 있어서 일부를 받은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K부장판사에게 부의금을 건넸느냐는 질문에는 인정한다는 취지로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원석 부장검사)는 지난 12일 이씨를 긴급 체포하고 전날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K부장판사에 대한 청탁 명목 등으로 정 전 대표로부터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가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정 전 대표와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며 사실상 그의 브로커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정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100억원대 상습도박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그의 항소심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A부장판사는 K부장판사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형량이 4개월 줄어든 징역 8개월을 선고 받았다.

검찰은 정 전 대표가 K부장판사에 대한 로비 명목으로 이씨에게 금품을 건네고, 이씨는 K부장판사에게 재판 상황을 알아봐달라고 하는 등 부정한 청탁을 한 정황을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K부장판사의 가족 명의 계좌에 네이처리퍼블릭 측이 발행한 500만원 상당의 수표가 입금됐으며, 이 수표에 서명한 인물이 K부장판사라는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대표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K부장판사에게 부의금 명목으로 전달해달라며 이씨에게 돈을 건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K부장판사는 대법원에 "부의금이 정 전 대표가 준 것인지 몰랐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K부장판사가 정 전 대표와 이씨, 브로커 이민희(56·구속기소)씨 등과 베트남 등지로 해외여행을 다닌 점, K부장판사가 지난 2014년 정 전 대표의 외제차를 시세보다 저렴한 5000여만원에 사들이는 과정에서 위법성이 없는지 조사하고 있다.

또 K부장판사의 딸이 네이처리퍼블릭이 후원한 미인대회에서 1위로 입상하는 과정에서 정 전 대표가 주최 측에 금품을 건네는 등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도 조사 중이다.

K부장판사는 법원 측에 "수년 전 이씨로부터 부의금을 받은 적은 있지만, 그 수표가 정 전 대표 측 자금인 줄은 몰랐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현금 수수 의혹에 대해도 강력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K부장판사 외에도 법조 로비 의혹에 연루된 판사는 2명이 더 있다.

서울중앙지법 L부장판사는 정 전 대표의 항소심 사건을 배당받은 날 이민희씨와 저녁 식사를 함께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L부장판사는 "식사 다음날 정 전 대표의 재판 기피 신청을 했다"고 밝혔지만 훗날 논란이 불거지자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며 사표를 제출한 상태다.

사기 혐의로 기소된 송창수 이숨투자자문 대표의 항소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한 수도권의 C부장판사는 이 사건 변론을 맡았던 최유정(46·여·구속기소) 변호사와 유착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당시 C부장판사는 공판을 단 한 차례만 열고 바로 선고기일을 잡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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