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김현우는 대역전극을 만드는 듯했다. 2회전 막판까지 3-6으로 뒤지던 김현우는 종료 3초 전 회심의 가로들기 기술을 성공시켰다. 블라소프의 몸을 완전히 들어 메쳤다.
4점짜리 기술. 그러나 심판은 4점이 아닌 2점을 줬다. 안한봉 감독은 즉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챌린지가 실패하면서 벌점으로 블라소프가 1점을 더 얻었다.
안 감독은 즉각 제소할 뜻을 밝혔다. 선수단 법률 담당 임원인 제프리 존스 국제변호사도 "제소 절차를 밟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세계레슬링연맹(UWW) 제소는 힘든 상황이다. 바로 남은 선수들에 대한 불이익 때문이다.
그레코로만형 대표팀 박치호 코치는 이날 최종삼 대표팀 총 감독과 안 감독, 존스 변호사 등과 상의한 내용을 취재진에게 들려줬다. 박 코치는 "결과가 바뀌지 않고, 남은 선수들의 경기에 피해가 갈까 봐 제소는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대표팀은 59kg급 이정백(30 · 삼성생명)과 김현우가 예선에서 떨어졌지만 66kg급 류한수(28 · 삼성생명)가 금메달에 도전한다. 여기에 자유형 57kg급 윤준식(25), 86kg급 김관욱(26 · 이상 삼성생명)도 경기를 치러야 한다.
확실한 기술이었다. 박 코치는 "경기장에서 세계 각 나라 선수와 지도자들이 모두 4점짜리 기술이었다고 하더라"면서 "일본인 심판 부위원장도 4점이라고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상대의 배가 완전히 하늘을 향했다. 박 코치는 "사실 매트에 손이 닿았는지 여부는 관계가 없다"면서 "레슬링 기술을 썼을 때 상대의 머리와 양 팔과 다리 중에서 3개만 하늘을 향하면 4점으로 치는데 블라소프는 여기에 해당됐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제소를 하지 못한 것은 러시아의 막강한 영향력 때문이다. UWW은 세르비아 출신 네나드 라로비치 회장과 러시아 출신 실무부회장 등 러시아파들이 득세하고 있다.
박 코치는 "러시아 연맹 회장이 75kg급과 66kg급 금메달을 따려는 생각이 강하다"면서 "레슬링은 50% 이상이 심판 판정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현우나 류한수가 판정만 아니라면 확실한 금메달"이라면서 "그러나 러시아의 힘이 워낙 강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제소를 통해 실제 얻을 수 있는 게 없다. 판정이 번복되거나 재경기가 이뤄질 수 있는 게 아닌 까닭이다. 박 코치는 "심판만 징계를 받기 때문에 제소를 할 필요가 없다"면서 "일단 제소와 관련된 이메일은 준비를 했지만 발송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우도 마음을 다잡고 동메달을 따겠다고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